화수목은 잠실에서 엘꼴 3연전을 관람했다. 첫째날은 난타전 속에 아슬아슬하게 이겼고, 둘째날은 발렸고, 셋째날은 아쉽게 졌다. 첫째날은 게임 내용도 그렇고 역시나 만취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로 이문동까지 겨우 올라가 M의 방에서 묵었다. 사실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2호선을 반대로 탔다. (그걸 왕십리에서 알았다.ㅋㅋㅋㅋ)
다음날은 비가 내리다 말다 했다. 우천취소냐 아니냐 딱 긴가민가할 정도? 옛날에 도서관 사물함에 혹시나 하고 넣어둔 우산을 드디어 사용했다. 점심에 해장으로 피자를 먹고 교대로 내려갔다. 매경이코노미를 한 권 사서 가는동안 읽었는데 핀테크 특집기사 외에는 재밌게 봤다. 교대에서 2시간 동안 합주하고 나와 다시 종합운동장으로. 날씨는 시작 20분쯤 전에 가랑비 잠깐 온 것 외에는 문제없었다. 다만 너무 원사이드로 져서 재미가 없었다. 7회에는 진짜 박차고 나갈까 하는 충동도 일었다. 강민호 황재균 빠졌다고 이렇게 수비도 안되고 타격도 안되냐. 돌아오는 길엔 L이 빌려준 연금술사를 읽었다. 이집트에서 사기당하는 부분까지 읽었는데 예상외로 굉장히 흥미진진.
마지막날은 킨텍스에 일정이 있어 아침일찍 출발했다. 내려서 잠이 덜 깨 근처 벤치에 앉아있는데 문득 겨울 생각이 나 웃었다. 옛날부터 생각하던건데, 집에서 말고 밖에서 비정기적으로 잠깐식 자는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가 사람의 경계심 내지 자기방어가 가장 누그러지는 순간이 아닐까.
한시간여 동안 수석연구원의 전문지식과 인품에 감탄하다 나와 순대국을 먹고 부랴부랴 코엑스로 갔다. 무슨 대중교통으로 하루에 서울 전시장 두 곳을 찍냐. 코엑스에는 박람회에 참석하러 갔는데 이게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가보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줄만 한시간정도 서서 들어갔는데 웬걸, 딱 우리가 찾는 분야만 올해 참가를 안했단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헤어졌다. 예상보다 일찍 끝나 신천에서 머리를 다듬고 종합운동장까지 걸어갔다.
위닝시리즈가 걸린 경기니만큼 사람들도 많이 왔고 내용도 (스코어에 비해) 재밌었다. P와 함께 다시 한 번 머리끝까지 만취하고 목이 쉬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걸어나오다 10분동안 핸드폰을 분실하는 헤프닝을 겪었다.
그렇게 신천에서 묵고 일어났는데 몸상태가 이상했다. 자기전에 코가 갑자기 너무 막혔었다. 전날에는 비염이 다시 한 번 터졌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보니 비염이 아니라 코감기+목감기+열+몸살 이었다. 약을 세 종류정도 털어넣고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오후에 평촌에서 인터뷰가 있어 이 악물고 갔다. 도착해서 육개장 한 그릇을 내 평생 제일 맛있게 먹고 5분정도 코마상태에 빠져있다가 희미해지는 정신을 고카페인으로 붙잡았다. 코가 막혀 말하기는 커녕 숨쉬기조차 힘들었지만 다행히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겨우 돌아왔다. 일단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