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외박을 했다. 난 항상 도서관 사물함에 여벌의 옷을 보관한다. 언제라도 산뜻하게 carpe diem할 준비가 되어있지. 해가 중천에 떴을 때쯤 옆방 치우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자는 손님 배려좀 해라-_-) 씻고 나와 비치되어 있는 스킨 로션 상태를 슥 보는데 안바르는게 피부에 더 좋을거란 확신이 들어 그만뒀다. 음료수 두어캔쯤 들어있으리란 당연한 희망을 품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중학교때나 보던 철제컵과 물병만 있어서 낄낄 웃었다. 아무리 purist한테라도 너무 클래식한거 아닌가.
나오자마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어서 또 한참을 웃었다. 매일매일 심각하게 살던 때는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나....'의 뜻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맨날 즐겁게) 살아도 되나~' 정도?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나....'의 뜻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맨날 즐겁게) 살아도 되나~' 정도?
뭐가 그렇게 좋아요?
왜요. 난 매일이 즐거운데.
왜요. 난 매일이 즐거운데.
일단 얼굴이 너무 땡겨 올리브영에서 아무 로션이나 사서 좀 찍어 바르려 했는데 사려는 로션은 너무 비싸 못사고(이솔바라기 인증) 뭔 썬크림만 충동구매하고 나왔다. 요새 맨날 반바지만 입었더니 허벅지가 웰던으로 구워졌다. 어제 샤워하다 봤는데 무슨 미백 before/after 사진인줄.
그 다음은 핸드폰 배터리 충전을 맡겼다. 맡겨둔 채로 수업도 듣고 여기저기 있으면서 5시간 정도 있어봤는데, 핸드폰 없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난 사실 카메라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고 연락될 사람은 연락되게 된다. 8cm쯤 되는 작은 분홍색 mp3로 bsb노래를 들으며 새벽 늦게까지 일기를 쓰던 순수(혹은 순진)했던 단편이 떠올랐다. Y야 K야 둘다 잘 지내니. 난 좀 변했는데.
밤에는 팀원들과 늦게까지 스터디카페에서 면접준비를 했다. K가 프랑스에 있는 연구소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걔네들은 알파벳 읽는게 다른가보다. 이메일 한글자씩 불러주는데 알아듣지를 못해서 ㅋㅋㅋㅋㅋ 'rabbit r, john j, a in a circle(@)'등 수없이 많은 명대사가 쏟아졌다. 웃겨죽을뻔했다.
오는길엔 우월한 가성비의 토마토치즈버거를 먹었다. 맥도날드여 부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말아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