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타이트하게 보내면 12시쯤 침대에 누웠을 때 정말 개운하다. 저녁 전까진 감골에서 공부했고, 저녁 후엔 성포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성포도서관은 그새 노트북석이 더 생겼고 파티션도 생겼다. 가면 갈수록 시설이 좋아진다. 옛날옛적, 즉 내가 18~20살이던 시절
노트북석이 열댓자리쯤이었을땐 거의 전쟁이었다. 9시전에 만석이라 놓치면 하루 스케줄이 다 꼬였었다. 두자리쯤 남았을땐 걸어서 5분
자전거로 2분 거린데도 집 나서면서 잡을 수 있을거란 확신이 없었다.ㅋㅋㅋ 어찌된게 내가 적을 둔 곳은 떠날 때가 가까워질수록
나아진다. 왕십리까지 한방에 가는 성포역이 개통된다는걸 들었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이란.
(그나저나 요새 커피는 이것만 먹는다. 맥스웰이 요즘 참 잘해줘서 기분이 좋다.ㅎㅎㅎ)
오후쯤에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아이디어를 해내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중요한건 그걸 구체화시키고 말과 글로 풀고
발로 뛰는 일이란걸 올해 몸으로 배운만큼 P와 함께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로 했다. 하루를 끝낼쯤 되자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보다 많은 진전이 있었다. 뭐든지 부딪쳐본다. 도전은 가슴뛰는 일이다.
밤에는 산에서 운동했다. 50분 정도 하고 내려가려다 땀을 너무 안흘린 것 같아 노적봉에 있는 헐떡고개 두 개 중 한군데의 오르막을 5번 왕복하는데 몇 분이 걸리는지 재봤다. 땀을 비오듯 흘려야 비로소 운동한 기분이 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의문을 던지는 것.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논리에 계속해서 흠집을 내보려 하는 것. 한 발치쯤 위에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하면 우월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경쟁력 있는 생각들이 실제로도, 남들
생각에도 경쟁력 있는 것으로 드러났을 때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