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9일 화요일

#1. 네덜란드 비아넨


며칠째 비스무리한 하루하루의 반복이고, 나는 낫지 않는 감기와 미칠듯한 더위에 지쳐간다.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답답함과 조급함이 숨을 조여 온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별다를 것 없는 하루처럼, 출발.










난 아주 오래 전부터 밤비행기를 타고 싶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조용히 먼 나라로 훌쩍 떠나는 로망이 있었다. 잔뜩 들뜬 사람들의 들으라는 듯한영양가 없는 대화도, 발끝까지 치장한 사람들의 나름의 멋부림도 마주하고 싶지 않다.






0055분에 출발하는 늦은 비행기로 출국심사도 수속도 쾌적했다. 출국장은 대부분 텅텅 비었고, 조용했다. 마지막 플랫폼까지 걸어가 공항 바깥의 등을 보며 GP를 떠올렸다.




아주 비좁게 앉아서 14시간을 꼼짝없이 갇혀 있노라니 왜 사람들이 비즈니스석을 타는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10년전쯤 전 호주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너무 추워 잠도 자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해 옷을 두껍게 입고온 덕분에 그럭저럭 춥지 않았다. 도중에 여러번 깼는데, 한번은 이 비행기가 당장 추락해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빨리 추락하고 끝났으면, 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시차 때문에 오랜시간 비행을 했음에도 도착하니 새벽이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밖에 나가니 쌀쌀한 가을아침 날씨. 새벽공기가 상쾌했다.






이유없이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떠올랐다. 어두운 플랫폼 끝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버스와 지하철이 정확히 제 시간에 도착해서 제 시간에 출발한다. 정차하는 시간이 1분이 채 되지 않음에 놀랐다. 침대에서 나온지 30시간이 지나 맞이하는 하루의 시작.





숙소 앞 발코니. 디카페인 커피를 한 잔 마셨다.




Vianen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 도시. 도착했을때만 해도 당장 비가 올 것 처럼 흐렸지만 짐을 풀고 나오니 화창하게 갰다. 풍경에 취해 한참을 걸었다.






작은 시장거리가 있었다. 야외에서 피자와 핫윙을 먹었다. 피자는 생각보다 짰고 오히려 별로 기대를 안한 핫윙의 맛이 미쳤다.  






여행은 왜 하는 것일까. 사진을 찍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나만의 멋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의 문화를 막연히 동경하진 않는다. you can smoke outside. 개인주의. 모두들 자신의 삶을 산다. 너무 많은 것을 신경쓰며 사는게 아닐지.






21시가 다되어서도 해가 지지 않는 하늘에 놀랐다. 맥주를 2병 정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