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 잘 금연중
금연어플 안쓰는 게 더 좋을지도?
쓰다보면 자꾸 담배에 관한 연상을 하게 되니까.
사실 진짜 담배생각이 없으면 금연어플 들어가지도 않게 됨
핸드폰 교체 이후 금연어플 새로 깔지 않았음)
(술먹고 한귀가 정말 위험.
다만 참아낸 다음날의 뿌듯함 또한 상상이상)
금연 8일차
어제는 이런저런 고민으로 거의 밤을 새다시피했는데, 새벽에 무너질뻔했다.
우울함과 공허함이 차오를 때가 가장 위험한 것 같다. 동지들의 위로와 + 욱씬욱씬 거리는 코 덕분에 꾹 넘겼다.
어제 새벽의 가라앉은 기분이 싫어서
4달전 항우울제 남은 걸 한알 꺼내 먹었더니 세상이 달라졌다. 진짜 아프면 병원가면 되고 약 먹으면 됨. 태도와 마음가짐이 180도까지는 아니어도 100도 정도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그 기분. 필요한만큼만 무뎌지는 그 기분. 너무 좋다.
금연 관련해서건 아니건 항우울제 고민하시는 분들은 꼭 시도해보세요. 경험자로서 권해드립니다. 왜 지금껏 바보같이 혼자 참으려고 하고 끙끙 앓고 있었나 생각이 드실 겁니다. 우울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금연하기가 더 힘들대요.
바쁘게 하루를 보내니 훨씬 나았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야 함.
그러려면 전날에 계획을 세워놓던가 / 당일 떠오른 일을 즉석에서 행동에 옮겨 선입선출로 후다닥 처리해야 함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받음.
금연 얘기를 했더니 그러시는 분들 많다고 + 꼭 금연하셔야 된다고.
보건소 가서 금연침 맞고 이것저것 받아옴.
이제 남은 평일이 며칠 없다. 평일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빨리빨리 찾아서 해둬야 함.
저녁에 엄마가
"금연하는 건 너무 좋은데 너가 금연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여름까지는 금연 안하고 담배 피우는 게 어떻겠냐"
고 흡연을 부추겼지만ㅋㅋㅋ굴하지 않기로 했다.
금연 7일차
흡연몽.
짧은 노란색 주사기로 쿡 찔러서 밀어넣는 느낌
금연이 리셋된 날을 돌이켜보면
목넘김은 쎄지 않음
뱀처럼 스물스물 넘어오는 느낌이었음
오늘 흡연몽도 비슷
몸살 때문인지 담배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음
금연 6일차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틈도 없다고 하면 물론 거짓말이겠지만 그럴만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전에 비해 특별히 더 바빠졌다기보단 그만큼 흡연욕이 감퇴했다는 뜻일겁니다. 검색하다 아주 인상깊은 글을 발견해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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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음이 편해진다. ★★★★★ ★★★★★ ★★★★★ ★★★★★
이 11번째 항목은 CNN 뉴스에서 소개되지 않고, 제가 추가한 것입니다. 무려 별이 20개입니다. 제가 금연에 성공하고 가장 만족하는 부분입니다. 바로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
흡연을 할 때는 20대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30대가 되고 나서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것 몸에 안 좋은 것인데, 내 돈 주고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나..."
흡연의 쾌감이라는 것이 사실 플러스적인 것이 아니고 비흡연시에 누적되는 고통의 일시적인 해소일 뿐입니다. 고통이 일시적으로 해소가 되니까 그것을 쾌감이라고 느끼는 것이죠.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담배를 필 때마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이것을 피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존본능의 스위치가 켜집니다. 하지만 중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기에, 하루에 한 갑을 피우다면 하루에 20번의 생존본능 스위치의 신호를 무시하고 꺼버리는 행위를 하게 되는 셈입니다. 자신이 자각을 하든 안 하든 말이죠. 그러면 십년으로 따지면 그 생존본능에 대한 무시가 총 7만 3천번 일어나게 됩니다.
나의 의식: 맛있게 담배를 피워야지.
나의 몸: 담배는 너와 나에게 좋지 않아.
나의 의식: 괜찮아. 이 정도는.
나의 몸: 너 지금 내 의견 무시하는구나. 삐뚤어지겠어.
위의 대화가 흡연자의 의식이든 무의식 속에서 십년 동안 총 7만 3천번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몸이 보내는 긍정적인 생존본능의 스위치를 매번 무시하게 되는 흡연 행위는 그에 따른 엄청난 반대급부를 생산하게 됩니다.
바로 불안감이 그것입니다. 몸의 진행방향이 생(生)에서 사(死)로의 변경이 그것입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발현에 대한 무시가 7만번 이상 반복 되었을 때, 몸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 이 몸의 주인은 삶보다 죽음이 더 좋은가봐.. 내 그렇게 해주까..."
"괜찮아 나는 담배 멋지게 피다가 갈 때 되면 갈 꺼야"라고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의식 일부의 주장입니다. 금연을 하게 되니, 하루에 20번 일어났던 생존본능의 무시행위가 중단이 되고 그만큼 마음이 편해짐을 느낍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헛소리는 쓰레기통에 버리십시요. 충치치료가 아프다면 병마와 죽음 앞에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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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게 된 건 큰 행운입니다. 논리가 흥미로우면서도 치밀하고 직관적입니다. 이 글을 읽은 뒤로부터는 어떠한 이유로도 흡연을 합리화시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강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명제에 대해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금연일기이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금연을 하면 피곤해지지 않는 이유는 간이 니코틴을 위시한 타르 일산화탄소 기타 유독성분을 정화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고생한 간을 위해 어제부터 간장약을 사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금연때문인 것 같진 않지만 오늘은 전날 새벽 2시쯤에 잠들었음에도 오전 4시50분쯤에 너무나 개운하게 깨서 그냥 일어났습니다.
껌이나 캔디 등은 따로 먹지 않습니다. 대신 탄산수에 맛이 들려 하루에 4통은 마시는 것 같습니다. 지출액이 거의 담배값을 넘어섭니다. 좋은거겠죠..?
거울 앞에 서서 "내가 지금 건강하구나"라는걸 느낄 때의 기분은 짜릿합니다. 동시에 대단한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세상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이겨냈을때의 승리감이 더 크지 않을까요? 금연을 하기 시작한 날부터 책상에 "나는 이기는 사람이다"라고 써서 붙여두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떳떳합니다.
금연 5일차
동지들과 함께하는 금연 5일차.
잠들기 직전에 흡연욕이 생겨 챔픽스를 먹고 자는데
1. 한두시간만에 한번은 꼭 깨고
2. 계속 꿈을 꾼다
오늘 꿈에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반이었던 애가 나왔는데 정말 10년 가까이 잊고 있었던 애였다. 왜 걔가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세상에 걔가 그 당시에 담배를 '뚫을' 수 있는 걸로 알려졌던 애였다. 정말 사람의 무의식이란.
꿈안꾸고 계속 푹 자고 싶다. 오늘은 안먹고 자려고.
72시간을 기점으로 신체적인 금단증상은 많이 완화되는 듯 하다.
어제보단 낫다. 그래도 두어번은 한귀가 찾아온다.
오늘의 가장 큰 한귀는 간고등어로 저녁을 먹고 난 뒤였지만 빨리 양치질을 함으로써 극-뽁.
금연 4일차
72시간이 지나면 조금 할만 하다던데 맞는 말.
3일동안 겪은 고통에 비해서는 훨씬 덜했다.
그래도 '한귀'는 여전히 찾아온다.
상당히 괜찮은 금연 어플을 발견했다. 금연시작이라는 어플이다.
'함께하기'라는 기능이 있어 좋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동지들을 보면 힘이 난다. 사람은 같이 고생할 때 가장 빠르게 가까워짐을 다시 실감한다. 서로 위로도 해주고 돈독하다.
나중에 담배가 피우고 싶어질 때가 오면 이 3일동안의 지옥같은 고통을 기억하자.
굳이 고통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담배는 언젠간 끊어야 한다. 그 명제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언젠가 끊어야 한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하는 게 훨씬 내 마음 편하다. 숙제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게 아니니까.
방정리 하면서 캔맥주를 조금 마셨는데 두어 모금 마시니까 흡연욕이 올라왔다. 작업의 꽃은 역시 '5분간 휴식'인데.
오늘 읽은 책의 한 구절에선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습관을 trigger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마라'고 했었다. 맥주를 그만 마셨다. 훨씬 나았다.
목은 여전히 아프다. 기침도 나온다.
헬스를 못가서 방에서 아령으로 잠깐 운동했는데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내 상체에 있는 혈관들의 색(연두색에 가까운 초록색)이 눈에 보일 정도로 두드러졌다. 사실 금연 때문인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
나는 이전 3일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금연이 좋은 점은,
내가 생각하기에 금연함으로 인한 최고의 이득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도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보낸 것"이 된다는 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후 침대에 누워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advantage다.
현재시간 3시40분. 모두가 잠든 새벽에 밤하늘 보면서 피우는 담배도 괜찮긴 한데, 그것보단 하루하루 건강해지는 느낌이 더 괜찮다.
금연 3일차
목이 너무 아프다.
가만히 있어도 따끔따금하다.
아주 독한 목감기에 걸렸을 때의 느낌과 같다.
지금껏 금연을 3번 해봤는데 한번도 지금처럼 목이 아픈 적은 없었다.
우울하고 멍하다.
자꾸
가라앉는다.
참기 힘들어 챔픽스 한알을 털어넣고 운동을 갔다.
기분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금연 2일차
커피를 괜히 2잔이나 마셔서...... 후 힘들었다.
저녁쯤엔 기타를 2시간 동안 치면서 떨쳐냈다.
밤 11시쯤이 정말 죽을 맛이었다.
단지 내 편의점이 새벽 1시에 문닫는데
그 2시간동안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서
아...... 사러 갈까........
연초말고 전자담배로 피우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지금은 금연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닌 것 같애........
진짜 죽을만큼 고통스러웠다.
구글에 [금연 2일차]를 검색해서 검색페이지 10페이지까지 전부 눌러보면서 꾹 참았다.
가장 도움이 됐던 글은 역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글이었다.
금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니코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는.
무엇보다 좀 겸손해졌다.
미칠듯한 금단증상에 시달리며
나는 절대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의지가 굳센 것도 아니며,
순간의 유혹에 거세게 흔들리는
아주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고
그 사실을 인정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짐과 동시에
그래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더 생겼다. 평범하니까 더 노력해봐야지 같은 느낌? 1위가 1위를 지키려는 의지보단 2등이 1등을 제끼고 싶은 의지가 아무래도 클테니까.
금연 1일차
금연은 첫날이 제일 힘들다.
팁이 있다면:
전날 잠들기 직전에 마지막 담배를 피우지 말고
22시쯤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운동(특히 런닝같은 유산소)을 하고 와서 씻고 바로 자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훨씬 견딜만하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늘어지게 잘 수 있는 날이 좋다.
수면욕은 흡연욕보다 강하다.
주간에는 '담배를 피우면 눈치보이는 곳'에 가 있었다.
예를 들자면 옆사람과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운 곳이다.
카페/도서관/영화관/서점 등등.
혹은 '담배 피우러 가기 힘든 곳'도 추천할 만하다.
야외흡연장까지 10분은 걸어가야 하는 고층빌딩 실외,
코엑스 같은 대형 쇼핑몰 등등.
그리고 중대한 고민거리가 있으면 힘들다.
나는 결정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 몇개 있어서 피곤해도 잠에 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흡연욕과 싸워야 했다. 정말 힘들었다.
금연 첫날은 단언컨대 깨어있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게 best인 것 같다.
- 전날 운동하고
- 오전에 늘어지게 자고 (너무 늦어지면 새벽담배충동과 죽도록 싸워야하니 적당히)
- 주간엔 반강제로 담배피우기 힘든 곳에 나가있다가
- 야간에 유산소 운동하고
-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 씻고 노곤함에 기대 빠른 잠 청하기
금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명분이란 걸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그걸 아직 확실히 정하지 못해 힘들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새출발 하는 김에 금연도 같이 해버리지?!" 정도.
그래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그 '건강해지는 기분'은 정말 좋다.
숨을 허어어어억 하고 길게 내뱉었을때 가래가 안걸리는 그 상쾌한 기분도 좋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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