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도서관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아쉬워서 한 장. 오늘 아침에 출발하며 나도 한 번 읊어봤다. Have a nice day. 일본어의 사요나라 같은 느낌이다.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할 수 없을 때.
면접은 재밌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난 실전을 즐기는 타입인 것 같다. 면접관 중 한분은 정말 '똑똑함'의 아우라가 엄청났다. 면접을 다 끝내고 나와 근처 벤치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앉아 눈을 감고 토니 스타크의 명대사(다분히 주관적인)를 떠올렸다.
You think you're so smart?
That's the thing about smart guys. We cover our asses.
그래. 낭떠러지에서도 웃으며 떨어지는거지.
근처에서 맵고 맛있지만 흰색옷을 입었을때 웬만하면 먹지 말아야 하는 쭈꾸미를 배불리 먹고 한강공원에서 맥주를 한캔 마시며 산책했다. 그동안 여의나루는 꽤 많이 왔었는데 생각해보면 매번 다 밤이었고 매번 다 취해있었던 것 같다. 그건 내가 아니었는데. 내가 바란건 오늘같은거였는데.
맥주 한캔을 사는데 딱 지금 이 순간에 어울리는 흥겨운 노래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어깨춤을 출뻔했다.ㅋㅋㅋ 품위를 지켜야지. 가사를 잘 들어뒀다가 바로 검색해보니 이하이 노래던데. 크게 틀어 주머니에 넣고 걸었다. 그늘에서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부질없는 소리는 내뱉지 않는다. 내가 뭐 특별하다고. 저 사람들과 난 크게 다를게 없다. 다 마음가짐의 차이지. 여유는 내가 만드는거야.
사실 오늘은 31도로 올해 최고온도랬다. 상관없다. 색을 즐기고 싶었다. 여름은 항상 그 특유의 '색감'이 있다. 채도를 70이상으로 올린 듯한, 그러면서도 아주 조금 불투명한. 더 쉽게, 무슨 카톡에 보면 사진에 효과 주는게 있다. 그 효과 안에 내가 들어와 있는 느낌.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게 참 어렵다. 그래서 비언어적 예술은 가치있는건가?
강물에 물수제비를 몇번 시도했다. 작년 이맘때에도 후지 카메라를 사고 싶었다. 색감이 너무 좋다는데.

외쿡인 3명이서 1명이 2명을 찍어주는걸 번갈아 가며 하고 있길래 맥주도 한캔 했겠다 먼저 가서 한장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의 수미쌍관을 위해 Have a nice day, 라고 한마디 남겼다.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