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0일 금요일

Have a nice day

어제밤 도서관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아쉬워서 한 장. 오늘 아침에 출발하며 나도 한 번 읊어봤다. Have a nice day. 일본어의 사요나라 같은 느낌이다.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할 수 없을 때. 


면접은 재밌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난 실전을 즐기는 타입인 것 같다. 면접관 중 한분은 정말 '똑똑함'의 아우라가 엄청났다. 면접을 다 끝내고 나와 근처 벤치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앉아 눈을 감고 토니 스타크의 명대사(다분히 주관적인)를 떠올렸다.

You think you're so smart?
That's the thing about smart guys. We cover our asses.

그래. 낭떠러지에서도 웃으며 떨어지는거지. 

근처에서 맵고 맛있지만 흰색옷을 입었을때 웬만하면 먹지 말아야 하는 쭈꾸미를 배불리 먹고 한강공원에서 맥주를 한캔 마시며 산책했다. 그동안 여의나루는 꽤 많이 왔었는데 생각해보면 매번 다 밤이었고 매번 다 취해있었던 것 같다. 그건 내가 아니었는데. 내가 바란건 오늘같은거였는데. 

맥주 한캔을 사는데 딱 지금 이 순간에 어울리는 흥겨운 노래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어깨춤을 출뻔했다.ㅋㅋㅋ 품위를 지켜야지. 가사를 잘 들어뒀다가 바로 검색해보니 이하이 노래던데. 크게 틀어 주머니에 넣고 걸었다. 그늘에서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부질없는 소리는 내뱉지 않는다. 내가 뭐 특별하다고. 저 사람들과 난 크게 다를게 없다. 다 마음가짐의 차이지. 여유는 내가 만드는거야.

 
사실 오늘은 31도로 올해 최고온도랬다. 상관없다. 색을 즐기고 싶었다. 여름은 항상 그 특유의 '색감'이 있다. 채도를 70이상으로 올린 듯한, 그러면서도 아주 조금 불투명한. 더 쉽게, 무슨 카톡에 보면 사진에 효과 주는게 있다. 그 효과 안에 내가 들어와 있는 느낌.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게 참 어렵다. 그래서 비언어적 예술은 가치있는건가?

 
강물에 물수제비를 몇번 시도했다. 작년 이맘때에도 후지 카메라를 사고 싶었다. 색감이 너무 좋다는데. 


외쿡인 3명이서 1명이 2명을 찍어주는걸 번갈아 가며 하고 있길래 맥주도 한캔 했겠다 먼저 가서 한장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의 수미쌍관을 위해 Have a nice day, 라고 한마디 남겼다.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

2016년 5월 18일 수요일

이렇게 살아도 되나

어젠 외박을 했다. 난 항상 도서관 사물함에 여벌의 옷을 보관한다. 언제라도 산뜻하게 carpe diem할 준비가 되어있지. 해가 중천에 떴을 때쯤 옆방 치우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자는 손님 배려좀 해라-_-) 씻고 나와 비치되어 있는 스킨 로션 상태를 슥 보는데 안바르는게 피부에 더 좋을거란 확신이 들어 그만뒀다. 음료수 두어캔쯤 들어있으리란 당연한 희망을 품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중학교때나 보던 철제컵과 물병만 있어서 낄낄 웃었다. 아무리 purist한테라도 너무 클래식한거 아닌가.


나오자마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어서 또 한참을 웃었다. 매일매일 심각하게 살던 때는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나....'의 뜻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맨날 즐겁게) 살아도 되나~' 정도?


뭐가 그렇게 좋아요?
왜요. 난 매일이 즐거운데.


일단 얼굴이 너무 땡겨 올리브영에서 아무 로션이나 사서 좀 찍어 바르려 했는데 사려는 로션은 너무 비싸 못사고(이솔바라기 인증) 뭔 썬크림만 충동구매하고 나왔다. 요새 맨날 반바지만 입었더니 허벅지가 웰던으로 구워졌다. 어제 샤워하다 봤는데 무슨 미백 before/after 사진인줄.


그 다음은 핸드폰 배터리 충전을 맡겼다. 맡겨둔 채로 수업도 듣고 여기저기 있으면서 5시간 정도 있어봤는데, 핸드폰 없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난 사실 카메라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고 연락될 사람은 연락되게 된다. 8cm쯤 되는 작은 분홍색 mp3로 bsb노래를 들으며 새벽 늦게까지 일기를 쓰던 순수(혹은 순진)했던 단편이 떠올랐다. Y야 K야 둘다 잘 지내니. 난 좀 변했는데.


밤에는 팀원들과 늦게까지 스터디카페에서 면접준비를 했다. K가 프랑스에 있는 연구소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걔네들은 알파벳 읽는게 다른가보다. 이메일 한글자씩 불러주는데 알아듣지를 못해서 ㅋㅋㅋㅋㅋ 'rabbit r, john j, a in a circle(@)'등 수없이 많은 명대사가 쏟아졌다. 웃겨죽을뻔했다.


오는길엔 우월한 가성비의 토마토치즈버거를 먹었다. 맥도날드여 부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말아 주오.

2016년 5월 17일 화요일

예비군


첫 예비군. 어제는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너무 유쾌하게 마신 탓인지 아침에 잠과 술이 덜깨 학교까지 오는 길에 계속 낄낄 웃었다. 지나치게 솔직한 얘기를 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것도 돌이켜보면 재밌었다. 사실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면을 쓰지 않을 때가, 일말의 가식이나 체면치레도 없을때가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이 가장 짜릿하게 즐거운 법이다. 보통 다음날엔 감정이 과잉된 상태에서의 평범하지 못했던 행동을 부끄러워 하게 되는 법인데, 이젠 뭐. 재밌었음 된거지. C야 그래도 너와 내 전제가 같아지는건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의 음주 다음날들도 이렇게 유쾌한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할거고. 다 마음먹기 나름 아니겠어.


어떤 유명한 노래의 첫 소절처럼 '어젠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서 실내에서 진행되는 아늑하고 편한 예비군을 기대했지만 놀랍게도 오전 7시부터 비가 그치고 햇빛이 쨍쨍해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나눠준 박카스를 시원하게 원샷하고 출발.


그렇게 조는둥 마는둥 하다 도착한지 1시간만에 학생예비군의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무조건 최대한 빨리 와서 일찍 출발했어야 했었다. 그 20분의 차이가 2시간 이상의 차이가 되더라.




훈련은 기다리는 시간이 꽤 지루했다는걸 빼면 기분전환이 되어 좋았다. 수류탄은 [모형수류탄을 2개를 던져서 하나를 사각형 표적 안에 통과시키면 합격, 못시키면 남아서 재교육]이었는데 이게 뭐라고 되게 떨리더라. 옆사로 아저씨하고 언더가 좋을지 사이드가 좋을지, 커브가 좋을지 직구가 좋을지 한참 궁리했다. 실내사격장은 시설이 어마어마하던데. 그래서인지 군생활 통틀어 쐈던 것보다 오늘 더 잘쐈다.


마지막에 뭐 하나를 빼먹어서 빠꾸먹고 다시 교장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다 재입대하는 기분이라고. 매일 예비군들 보고 살아가는 이 부대 현역들이 불쌍하기도 했고, 아무리봐도 하루로 압축한 군생활 같다. 


그렇게 재입대 때문에 결국 18시가 다되서야 끝났다. 끝나고 교장을 걸어 나오면서는 기분이 얼마나 상쾌하던지. 일찍 끝내고 나와서 게임이론 공부를 하리라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버린 관계로 진도 다 빠지고 땀도 흘릴만큼 흘렸겠다 장학관 근처에서 시원한 막국수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자기 전엔 내일 예비군 가는 동기 L에게 '이유는 묻지말고 무조건 니가 생각하는 기상 시간보다 30분 먼저 일어나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전해주었다. 내일이 끝날때쯤 분명히 고맙다며 연락이 올걸.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공강엔 여행을

 
 
1교시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검진서를 떼러 동대문보건소로 출발했다. 드디어 매일매일 추위에 떨지 않고 기분좋게 햇빛을 쬘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 누가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광합성이라 대답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썬크림만큼은 좋은걸 쓴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 내려 길을 걷는데 역시 너무나 상쾌했다.
 
생각해보니 맨날 안산'시청'만 갔지 구청은 처음이다. 무지막지하게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담했다. 굉장히 동안인 주무관에게 접수하고 나와 공무원분들 업무하는걸 쭉 둘러봤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나를 100% 합리화시킬 수 있을까. 또 마음 한 켠에서 무럭무럭 피어나는 의심.
 

건강검진은 별거없이 끝났다. 체혈할 때 입대하자마자 306에서 받았던 신체검사가 문득 생각이 났다. 이건 아마 오늘이 정확히 전역 1주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훈련소때 친했던 동기에게 연락도 왔었다. 훈련소때 헤어지고 계속 못보다가 말출 복귀때 전곡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한참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하 이제 군대얘기 그만할 때 됐는데. 뭐 오늘만큼은.  
 
나오는 길에 '당뇨식단'이 있길래 봤는데 정확히 나의 식단과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ㅋㅋㅋ 바로 옆에 혈압계가 있어서 혈압을 한번 재봤는데 74. 그러고보니 옛날 군대 신검때도 너무 낮아서 5번을 다시 쟀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놈들 귀찮아지기 싫으니까 정상으로 나올때까지 다시 하라고 한게 분명하다.
 
돌아가는길을 검색하다가 바로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걸 발견했다. 입대전에 한번은 전날 밤새 술을 먹고 낮에 안산 내려오다가 충동적으로 이촌역에 내려 동작역까지 걸어본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난 가는 곳만 가지 말자, 내 '발자취 컬렉션'을 만들자,고 생각했었다. 운전을 가끔씩 하게 되고 나서부터, 대중교통의 굴레에서 한번 벗어나 본 다음부터는 더더욱.
 
다음 수업까지 여유도 있겠다 이왕 나온김에 실컷 광합성이나 하자는 생각에 바로 어린애처럼 총총걸음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내 컬렉션에 용두역을 추가하는 날.
 
숨은 아재 찾기. 그는 피서를 하고 계심. 멀리서보고 수영장인줄 알고 설렜다. 
 
물이 좀만 깨끗했다면 들어갈 법도 했다. 근처 벤치에 앉아 쉬다 일어났는데 손에 들고 있던 열광금지 에바로드를 두고 왔다. 도서관에 빌린 책인데. 하지만 후회없음. 그만큼 이때 기분에 충실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언제나 아쉬울 때 헤어져야 하는 법. 근처에서 6천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인 육회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수업에 들어갔다. 아 그리고 거리가 너무 가까웠어서 'the long journeys'에는 안끼워주기로 했다.

화창한 금요일 (feat. 외대앞역 쏘카)


어디론가 떠나야 휴가인건 아니지
내가 만든다면 휴가는 항상 내 곁에 있지








2016년 5월 12일 목요일

이문동 나들이


외대앞역을 건너서는 거의 나가본 일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강남에 내려갔다 오는 길에 일부러 버스를 탔다. 초여름의 한남대교는 사람을 들뜨게 한다. 건너편 이문동에 내려서는 광합성을 즐기며 학교까지 걸었다. 조용하고 인적이 없어 좋았다. 사람 북적이는건 그래야 할 때를 빼고 정말 싫다.


부천 외할머니댁 근처엔 이런 골목이 많다. 중학생 때부터 가끔씩 친구들과 모든 연락을 끊고 외할머니댁에 가서 있고 싶은 만큼 지내다 왔었다. 그게 현실도피라는걸 그때는 몰랐겠지. 할아버지는 맨날 늦게까지 자는 나를 기다렸다가 해장국을 사주시곤 했었다. 성격이 급하셔서 걸음도 항상 나보다 5걸음 앞서 걸으셨고, 해장국집에 가서도 계산만 하고 먼저 들어가셨다.


그렇게 해장국을 먹고 나면 항상 부천에선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땐 어딜가서 뭘 하던 너무 재밌었다. 내 인생 최초의 자유였으니까.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면서 여전히 난 혼자 돌아다니는걸 좋아했지만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난 언젠가 이런 골목길 어느 집에 조용히 숨어 사는 삶을 꿈꿨었다. 꽤 오랫동안. 어쨌든. 부천썰은 다음에 부천을 가게 되면 한울빛도서관 근처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이것저것 풀어보는 걸로.  


난 오르막을 보면 설렌다. 정신병인가, 군생활의 후유증인가. 홍대에 분명히 비슷한 골목이 있다.


그렇게 쭉 걸으니 갑자기 익숙한 풍경을 다시 마주쳤다. 쫓겨나온 느낌. 너가 아무리 그러고 싶어도 넌 여기 사람이 될 순 없지. 눈감고도 그릴 정도로 익숙한 외대앞역을 바라보며 내가 그동안 스스로의 활동반경을 너무 좁게 정의해온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정문에선 친구를 우연히 만나 사과관까지 걸으면서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을 대충 얘기하자 long journey였네, 하며 웃었다. 표현이 참 재미있다. 인생 마지막에 하는 얘기랑 중의적이잖아. 앞으로 학기중 평일나들이의 제목은 long journey.

2016년 5월 11일 수요일

구름낀 화요일

어제 새벽엔 매트릭스를 다시 보다가 늦게 잤다. 일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머리도 못감고 허겁지겁 가서 수업을 듣고 나왔다. 비도 오고 우중충해서 짬뽕을 얼큰하게 먹고 헬스장에 가서 런닝머신을 죽어라 뛰며 땀을 쭉 뺐다.
장학관 저녁식사가 8시까지라 수업끝나고 바로 갔는데 8시 1분에 도착해서 못먹었다. 아쉬운대로 주위 밥집을 찾아보다 이 돈까스집에 갔는데...세상에 내가 살면서 먹어본 돈까스 중에 제일 맛있었음. 진짜로. ^_*

2016년 5월 9일 월요일

마음의 고향




경기도 장학관 입성. 생각해보면 난 참 내 나이에 비해 많은 마음의 고향이 있었던 듯 싶다.
이렇게 또 쌍문동을 추가. 덕성여대가 바로 근처에 있고 도봉구 도서관은 덕성여대 건너편에 있다. 주말에 한번 큰 캠퍼스 구경(^^)도 하고 소설책도 몇 권 빌릴겸 산책하러 가야겠다.

160508 두산전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16년 첫 직관.
모바일티켓으로 처음 해봤는데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2회에 입장했다. 입장 기다리는 중에 안에서 함성소리 들리고 응원가 나오는 것만큼 참기 힘든게 없다. 앞으론 영원히 클래식한 현장수령을 해야지.  
  
경기는 왜 그동안 보러 안왔냐고 묻는 것처럼 느껴질만큼 재밌는 경기였다. 내 주량의 끝을 온니 맥주로만 도달해보기는 또 처음. 직관 올 때마다 오늘만 사는 놈처럼 미쳐 날뛰지만 오늘은 정말 리터럴리 그 어느 때보다 미쳐날뛰었다. 내 자리는 통로쪽 끝자리였는데 자리에 있는 시간보다 계단 한가운데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ㅋㅋㅋㅋㅋ 그래 역시 놀 때는 이렇데 놀아야돼. 야구장만큼 그 일탈의 흥분된 기분이 오랫동안 지속되는게 없다.
 
 
롯데 치어리더들은 주황색 티를 입었을 때가 제일 멋있다. 누가 기량찡인지 구분은 안가지만 어쨌든 멋있어서, 응원단상 앞자리 못잡은게 아쉬워서 한 컷. 내가 갈 수 있는 다음 서울경기는 7월에야 있다.



그리고 왜 나는 젊었을 때 이런걸 안했을까 하고 살짝 후회했다. 사실 할 뻔했었는데.



역시 경기끝나고 사람들 출구에 몰릴 땐 인터뷰 구경을 해야 한다. 오늘은 후보가 참 많았는데 문규현 선수가 받았다.
 
그리고 나와서가 더 재밌었다.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았다ㅋㅋㅋㅋㅋ 무슨 클럽인줄./...술이 살짝 깨고 생각해보니 조금 부끄러워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결국 택시를 타고 돌아왔지만 충분히 택시비 이상의 즐거움이었다.
 

2016년 5월 8일 일요일

muse plug in baby piano cover





당분간 집에 못내려오는게 아쉬워서 뭘 할까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급하게 쳐서 영상으로 남겼다.

2016년 5월 6일 금요일

정리

드디어 오늘, civil war를 마지막으로 방종을 끝내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동안 나에겐 '정리'가 너무나 절실히 필요했다. 눅눅한 땀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감정의 샤워. 모든 일들을 다 끝내고 샤워를 하고 싶었다. 내가 이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맥주를 좀 마시다 문득 오랜만에 금고를 열어 옛날 일기장들과 그 앞에 붙어있는 내 증명사진들, 군시절 받은 편지들을 쭉 봤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일까. 그리고 C가 편지와 함께 보내줬던 노천극장에서 P와 함께 찍은 사진도 봤다. 인연이라는게 참. 무섭다. 며칠째 술에게 이성을 주고 감성을 빌린 탓인지, 그 사진을 들고 C와 P를 한번 만날까하는 충동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냉장고에서 후레시 한 병을 꺼냈다. (사실 동생이 사다둔 순하리 유자를 먹으려다 혹시나 하고 유통기한을 봤더니 올해 2월까지였다. 무서운 놈. 역시 여동생 덕분에 어떤 여자에게도 환상을 가지지 않게 되어 고마울 따름이다.)


 (다시 한 번 "But new wine must be put into new wineskins.")

2016년 5월 5일 목요일

즐거운 홍대

외대앞에서 쏘카를 타고 늦저녁의 드라이브를 즐기며 홍대에 도착해 밤새 퍼마시며 웃고 떠들다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오후 근처 공사판에서 역대급 연어덮밥을 먹고 40분간 광합성을 하다 6명이 모여 pc방에 들러 롤과 오버워치를 초딩처럼 즐기다 나왔다. 날씨 기분 동네 3가지 모두 너무 좋았음.




바로 옆 신촌은 정말 살면서 내 의지로는 가고 싶지 않은 동네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들릴 일이 있어 오는길에 잠깐 들렀다. 그래서 나오는길엔 love is noise를 크게 틀어 이어폰을 꽂고 뛰다시피한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반면 홍대는 너무 좋다. 교통편이 안산시민+외대생의 입장에서 소위 극혐이지만 그래도 오면 너무 마음이 신나고 편하다. 추억도 꽤나 많다. 다음에 또 와서 제대로 산책을 해야겠다.ㅎㅎ 인생을 전속력으로 낭비한 1박 2일이었지만 it was worth it. 정말. 썬크림없이 외박한 대가로 군대 훈련병때처럼 코가 새까맣게 타서 속상한거 단 한가지만 빼면 후회없음.

2016년 5월 4일 수요일

비 오는 강남

매주 월요일 수업전 치과에 들리겠다고 계획하지만 어김없는 월요병 덕분에 항상 가지 못한다. 역시 침대 밖의 세상은 내게 불친절해.


오늘은 영어과 발표를 마지막으로 3주만에 죄책감 없이 누려도 될 만한 자유가 찾아오는 날이다. 기분전환도 할겸 34 789 사이 공강시간에 갱남에 다녀왔다. 비가 와서 센치해진 탓인지 발표가 한국의 주도에 관한 speech였는데 발표 도중 소주를 한 잔 마신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진료마치고 비오는 거리를 걸으며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웃었다. '우산이 없는 날엔' 꼭 한번 하기로 했던게 있었지. 조금 고민을 해봤지만 여분의 옷을 가져오지 않은 관계로 조금만 더 미루기로 했다. 사실 789미시수업은 큰 상관없다. 어느 구석자리에 어떤 재야의 고수가 숨어있을지는 모르나 저번 중간고사로 보아 충분히 출석을 뒤집을 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다.


붐비는 곳을 안 붐비는 시간에 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대학생의 특권이다. 이런 사소한 행복이 좋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