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3일 금요일

공강엔 여행을

 
 
1교시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검진서를 떼러 동대문보건소로 출발했다. 드디어 매일매일 추위에 떨지 않고 기분좋게 햇빛을 쬘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 누가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광합성이라 대답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썬크림만큼은 좋은걸 쓴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 내려 길을 걷는데 역시 너무나 상쾌했다.
 
생각해보니 맨날 안산'시청'만 갔지 구청은 처음이다. 무지막지하게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담했다. 굉장히 동안인 주무관에게 접수하고 나와 공무원분들 업무하는걸 쭉 둘러봤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나를 100% 합리화시킬 수 있을까. 또 마음 한 켠에서 무럭무럭 피어나는 의심.
 

건강검진은 별거없이 끝났다. 체혈할 때 입대하자마자 306에서 받았던 신체검사가 문득 생각이 났다. 이건 아마 오늘이 정확히 전역 1주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훈련소때 친했던 동기에게 연락도 왔었다. 훈련소때 헤어지고 계속 못보다가 말출 복귀때 전곡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한참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하 이제 군대얘기 그만할 때 됐는데. 뭐 오늘만큼은.  
 
나오는 길에 '당뇨식단'이 있길래 봤는데 정확히 나의 식단과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ㅋㅋㅋ 바로 옆에 혈압계가 있어서 혈압을 한번 재봤는데 74. 그러고보니 옛날 군대 신검때도 너무 낮아서 5번을 다시 쟀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놈들 귀찮아지기 싫으니까 정상으로 나올때까지 다시 하라고 한게 분명하다.
 
돌아가는길을 검색하다가 바로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걸 발견했다. 입대전에 한번은 전날 밤새 술을 먹고 낮에 안산 내려오다가 충동적으로 이촌역에 내려 동작역까지 걸어본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난 가는 곳만 가지 말자, 내 '발자취 컬렉션'을 만들자,고 생각했었다. 운전을 가끔씩 하게 되고 나서부터, 대중교통의 굴레에서 한번 벗어나 본 다음부터는 더더욱.
 
다음 수업까지 여유도 있겠다 이왕 나온김에 실컷 광합성이나 하자는 생각에 바로 어린애처럼 총총걸음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내 컬렉션에 용두역을 추가하는 날.
 
숨은 아재 찾기. 그는 피서를 하고 계심. 멀리서보고 수영장인줄 알고 설렜다. 
 
물이 좀만 깨끗했다면 들어갈 법도 했다. 근처 벤치에 앉아 쉬다 일어났는데 손에 들고 있던 열광금지 에바로드를 두고 왔다. 도서관에 빌린 책인데. 하지만 후회없음. 그만큼 이때 기분에 충실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언제나 아쉬울 때 헤어져야 하는 법. 근처에서 6천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인 육회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수업에 들어갔다. 아 그리고 거리가 너무 가까웠어서 'the long journeys'에는 안끼워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