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예비군. 어제는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너무 유쾌하게 마신 탓인지 아침에 잠과 술이 덜깨 학교까지 오는 길에 계속 낄낄 웃었다. 지나치게 솔직한 얘기를 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것도 돌이켜보면 재밌었다. 사실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면을 쓰지 않을 때가, 일말의 가식이나 체면치레도 없을때가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이 가장 짜릿하게 즐거운 법이다. 보통 다음날엔 감정이 과잉된 상태에서의 평범하지 못했던 행동을 부끄러워 하게 되는 법인데, 이젠 뭐. 재밌었음 된거지. C야 그래도 너와 내 전제가 같아지는건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의 음주 다음날들도 이렇게 유쾌한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할거고. 다 마음먹기 나름 아니겠어.
어떤 유명한 노래의 첫 소절처럼 '어젠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서 실내에서 진행되는 아늑하고 편한 예비군을 기대했지만 놀랍게도 오전 7시부터 비가 그치고 햇빛이 쨍쨍해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나눠준 박카스를 시원하게 원샷하고 출발.
그렇게 조는둥 마는둥 하다 도착한지 1시간만에 학생예비군의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무조건 최대한 빨리 와서 일찍 출발했어야 했었다. 그 20분의 차이가 2시간 이상의 차이가 되더라.
훈련은 기다리는 시간이 꽤 지루했다는걸 빼면 기분전환이 되어 좋았다. 수류탄은 [모형수류탄을 2개를 던져서 하나를 사각형 표적 안에 통과시키면 합격, 못시키면 남아서 재교육]이었는데 이게 뭐라고 되게 떨리더라. 옆사로 아저씨하고 언더가 좋을지 사이드가 좋을지, 커브가 좋을지 직구가 좋을지 한참 궁리했다. 실내사격장은 시설이 어마어마하던데. 그래서인지 군생활 통틀어 쐈던 것보다 오늘 더 잘쐈다.
마지막에 뭐 하나를 빼먹어서 빠꾸먹고 다시 교장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다 재입대하는 기분이라고. 매일 예비군들 보고 살아가는 이 부대 현역들이 불쌍하기도 했고, 아무리봐도 하루로 압축한 군생활 같다.
마지막에 뭐 하나를 빼먹어서 빠꾸먹고 다시 교장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다 재입대하는 기분이라고. 매일 예비군들 보고 살아가는 이 부대 현역들이 불쌍하기도 했고, 아무리봐도 하루로 압축한 군생활 같다.
그렇게 재입대 때문에 결국 18시가 다되서야 끝났다. 끝나고 교장을 걸어 나오면서는 기분이 얼마나 상쾌하던지. 일찍 끝내고 나와서 게임이론 공부를 하리라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버린 관계로 진도 다 빠지고 땀도 흘릴만큼 흘렸겠다 장학관 근처에서 시원한 막국수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자기 전엔 내일 예비군 가는 동기 L에게 '이유는 묻지말고 무조건 니가 생각하는 기상 시간보다 30분 먼저 일어나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전해주었다. 내일이 끝날때쯤 분명히 고맙다며 연락이 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