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6일 금요일

정리

드디어 오늘, civil war를 마지막으로 방종을 끝내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동안 나에겐 '정리'가 너무나 절실히 필요했다. 눅눅한 땀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감정의 샤워. 모든 일들을 다 끝내고 샤워를 하고 싶었다. 내가 이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맥주를 좀 마시다 문득 오랜만에 금고를 열어 옛날 일기장들과 그 앞에 붙어있는 내 증명사진들, 군시절 받은 편지들을 쭉 봤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일까. 그리고 C가 편지와 함께 보내줬던 노천극장에서 P와 함께 찍은 사진도 봤다. 인연이라는게 참. 무섭다. 며칠째 술에게 이성을 주고 감성을 빌린 탓인지, 그 사진을 들고 C와 P를 한번 만날까하는 충동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냉장고에서 후레시 한 병을 꺼냈다. (사실 동생이 사다둔 순하리 유자를 먹으려다 혹시나 하고 유통기한을 봤더니 올해 2월까지였다. 무서운 놈. 역시 여동생 덕분에 어떤 여자에게도 환상을 가지지 않게 되어 고마울 따름이다.)


 (다시 한 번 "But new wine must be put into new wines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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