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1월의 시작.
10월은 일부 방황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정리도 하였고, 무엇보다 '일종의 결론' 도 내릴 수 있게 된 달이었다. 19년 2월 이후로 가장 많은 메모를 남긴 달.
이번 2020년 11월은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을만큼
시작하고 / 남기고 / 업그레이드하는 달로 보내기로 굳세게 마음먹었다.
마틴 기타를 사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더 상위 기종으로 가기 전에 all-샤펠 모델을 한번 써보고 싶었는데 글쎄 연남동 올라가는 길에 하나남은 재고가 빠졌다고 ㅠㅠ 그래서 스프러스 모델을 사게 됐는데, (당연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소리도 더 균형잡힌 것 같고 가게에서도 연신 죄송해하며 좋은 조건으로 맞춰주셔서 무히려 잘된 것 같다. 만족.
기타만 사고 부리나케 빠져나왔다. 신촌은 내가 한국에서 제일 싫어하는 동네.
내려오는 길은 아주 꽉 막혔다.
flex한 김에 산본 내려가 버섯샤브샤브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금정 아래 라인에 얼마나 거부감이 느껴지는지,
안산에 살 때 얼마나 힘겨운 줄 모르고 힘겹게 지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마틴을 사는 날이 오다니.
젱, 성공했군. 하면서 계속 기타만 바라보고 흐뭇해했다. 😊
아무래도 자아실현은 80%이상 돈으로 하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돈을 이용해서')
축적해둔 부 또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일반적인 급여노동자라면 더더욱.
2월
휴가복귀 첫날이지만 우연찮게 재택근무주가 되어 부담이 덜했다.
지난주 유튭에서 본 과학적인 처방: 햇빛 보기 + 규칙적인 생활
재택근무는 이 둘을 효과적으로 충족시켜주어 좋다.
점심시간 런닝도 했다. 어느새 낙엽도 많이 떨어졌다.
전날 예견한대로 나는 소름끼칠 정도로 별 감흥없이 업무로 북귀하였으나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이 쌓여있고 또 일어나고 있었다. 하.하.하.
휴가 직전주에 썼던 메일을 보니 내가 얼마나 예민해져 있었는지 번아웃된 상태였었는지 좀 체감이 된다. 하계휴가때도 같은 것을 느꼈다.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
인덕원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내친김에 "그 군밤장수 모자"를 쓰고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는데 춥고 힘들었다. 당분간 자전거는 봉인...
"Different November" 의 두번째 스텝으로 주문한 이케아 코너책상이 도착했다.
조립에 꽤 많은 수고가 들었으나 훨씬 깔끔해지고 공간활용도가 높아졌다.
마음먹은 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서야 사게 됐다.
바보같았어. 다 진작에 샀다면 좋았을 것을!
마음먹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아주 확실히 다르고, 그 중간에 있는 허들을 빠르게 번지점프 뛰어내리듯 훅 뛰어넘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어차피 점프대까지 올라갔으면 언젠간 결국 뛰어내리는 선택을 하게 될 거잖아....? 그니깐 빠르게 결심하기!
3화
후아... 몰려드는 일.
요청하는 사람들마다 '자기 일이 가장 우선 처리되어야 할 것 같다'고 하니 참...^^
서판교 '고려도경'에 가서 저녁.
고기국수와 부타동 모두 훌륭했음. 근래 한 식사 중 1위.
(2위는 ban렬 덕분에 먹게 된 들깨삼계탕)
먹는 와중에도 전화를 받았는데 왜 내일 해도 상관없는 일을 퇴근시간에 그것도 전화로 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식사가 맛있어서 넓은 아량으로 용서했다.
커피를 안마셔도 될 때 안마시고 그냥 자버려도 되는 것 = 굉장한 자유
지금 나에게 커피는 "머리가 아직 덜 깨고 몸은 피곤한데 머리를 써서 집중해야 할 때" 마실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지에 가깝다. 그것과 리디아 교수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23시경 흡연욕이 올라왔으나 런닝을 선택했고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한 선택이었다.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것의 위력.
우효 노래 들으면서 일하다. 개중 몇몇곡은 정말 취향 저 바깥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좋다. 오늘은 부지런히 집중해 밀린 숙제같은 리스처리를 일괄 마무리지었다.
이번주를 빡세게 클레임까지 일단락해두고 --> 주말을 리터럴리 맘편히 쉰 다음 -->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늘 무슨 일이 닥쳐도 대응해둘 케파를 저장해둔 채로) 다음주 출근을 할 요량이다.
그래서 늦게까지 노트북 붙잡고 굵직한 건 한두개 처리했다.
지금 시간 새벽 3시 40분 ㅋㅋㅋㅋㅋ 내일 기상시 겪을 고통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마음의 짐을 덜어 후련하다 - 경험상 굵직한 to-do 가 쌓여있으면 쉴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
여세를 몰아 11월의 기록도 시작하고 잠들게 되어 더 좋다. 출발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