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0일 목요일

밤샘 후 신체검사



2시반쯤 조금이라도 자고 가려고 누웠지만 계속해서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끝까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내일하지 하고 도피하듯 덮어버린 예제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상태로 20분쯤 눈을 감고 있자니 불현듯 이렇게 도망치면서 살 수 없다는 전투심이 불타올랐다. 불을 켜고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그렇게 밤을 새워 공부를 하고 신체검사에 갔다. 2시간 정도 무료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멍하니 앉아 한참을 생각해봤는데,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그런 느낌이다. 이미 내 마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결정을 해버렸고 나는 단지 '이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야'라고 마음의 안전장치를 두기 위해 고민하는 척만 하는 게 아닐까.


수면이 극도로 부족해 멍해진 지금 상태는 사실 평소의 내가 되고 싶었던 상태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만 완전히 집중하게 되고 그 외 다른 것들에게는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옆자리 앉은 분이 뭐를 물어봤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고개만 까딱해서 대답했다. 좋은 사람은 무슨. 더 친절하게 대답할걸 후회된다. 미안해요. 혹시라도 다음에 만나면 따뜻하게 인사할게요.



**재능기부(절대 나 잘났다 이런 뜻이 아니고 딱히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차원에서 형법 서브노트를 만들어 카페에 몇 편 올려뒀었다. '내가 나름 갖춘 역량'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때 너무 즐겁다. 그게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더더욱. 여기에 올라온 수업정리자료들이나 각종 후기들도 다 그런 마음에서이다.



암튼. 며칠간 바쁘기도 했고 사실 형법을 다시 볼 이유가 1도 없는 phase에 진입한지라 더이상 만들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한분께서 굉장히 정중하게 자료 너무 감사하고 잘 보고있다, 염치없지만 다음 편도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남겨주셨다. 목적적합을 따진다면 지금 서브노트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있음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지금 내 주위에 누가 있을까. 오랜만에 따뜻함을 느꼈다. 그런 마음에 바보같은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브 다음편을 만들었다. 5시간 넘게 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