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8일 일요일

싱글벙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제 취해서 했던 실수들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22시 이후로는 기억이 고장난 형광등처럼 깜빡거린다. 제발 기억나지 않았으면... 

가끔 나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몇번씩 다짐하면서도. 하지만 나는 기계가 아니니까, 소프트웨어가 바뀐다고 하드웨어가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다르게 작동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하자. 그냥....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오늘은 푹 잤다. 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인 꿈을 몇개 꿨다. 눈을 딱 떠서는 어제 내가 했던 일들도 다 사실적인 꿈이기를 잠깐 바래봤지만..... 부끄러움은 나의 몫. 쪽팔림에 낄낄 웃으며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집에 있으면 이불이 찢어질게 분명하기도 하고 책 살게 몇 권 있기도 해서 평촌백화점 교보문고로 향했다.



 


오랫만에 하는 두-라이브. 네비에 "평촌교보문고"라고 찍었는데 안떠서 "교보문고"를 검색해서 갔다. 날씨는 구름이 잔뜩 껴서 햇빛 하나없이 우중충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싱글벙글한 기분이었다. 가면서는 브로콜리너마저 전앨범을 랜덤재생으로 들었는데 야 진짜 레알루다가 너무 힐링됐다니까.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라는 내가 몰랐던 노래가 있었는데 너무 좋더라. 오늘 내 상황과 기분에 딱 어울리기도 했고.


도중에 우회전하기가 위험한 구간이 나와서 네비를 무시하고 직진을 한번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로만 안내했다. 무슨 자동차공장도 지나치고, 일방통행 골목도 굽이굽이 들어가고... 네비한테 "누나 정녕 이 길이 맞나요..."라고 한번 물어봤는데 물론 대답은 못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 도착한 건물. 주차장은 도저히 / 여기가 / 주차장입구일거라고는 / 차마믿겨지지않는 / 위치에 있었다. 빡침을 강조하기 위한 구분선. 가뜩이나 꽉 막히는데 두바퀴나 돌았다. ㅠ ㅠ

어찌저찌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에 여기가 평촌백화점이 아닌 걸 알았다. 내가 아는 평촌백화점 엘리베이터는 이렇게 황량하지 않은데....? 층별 안내표지판을 보고 여기가 평촌백화점이 아니라는 걸 더더욱 확신했다. 거긴 1층 2층 3층이 다 유니클로일리가 없는데....? 어 잠깐만... 그러고보니 아까 네비에서도 교보문고 평촌점이 아니라 교보문고 안양점이었네...?


알고보니 여긴 안양1번가였다. 그래도 설마 네비누나가 날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데려오지는 않았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단 2층까지 올라가면서 네이버에 잠깐 검색해봤는데..





네에 없어졌답니다 ㅡㅠ.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던데 맞는 말 같다. 출발하기 전엔 그래도 오늘 유일하게 만족한 답변을 준 저 'Happy 안양군포의왕맘' 카페에 가입했다. ID는 카페의 불문율로 보이는 규칙을 따라 '젱v내손동93'. 앞으로 어디 가기전엔 여기 확인해보고 가야지.


다시 범계역까지 가는길엔 안양천 옆 조용하고 탁트인 도로를 지나쳤는데 와 너무 상쾌했다. 뒤에 차가 없어서 잠깐 세우고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생략. 그만큼 뷰가 좋았다. 학교 전체에 벚꽃이 활짝 핀 어느 고등학교도 지나쳤는데 이뻤다. 상쾌한 기분에 비가 조금 내렸음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 달렸다. 등짝스매싱각...?


 (주차하다 심장터질뻔. 내생애 저렇게 가깝게 붙여본적이 없는듯)


그렇게 한참만에 도착한 평촌백화점. 주차장에 진입하면서 보니 평촌백화점이 아니라 "롯데백화점 평촌점"이었다. 6층이란건 알고 있었어서 6층으로 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교보문고가 없었다. 설마 여기도 그사이에 없어졌나..... 5층 7층 8층을 다 뒤져도 없었다. 알고보니 내가 주차한 데가 롯데백화점 지하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뉴코아 지하였다. 으이구 화상....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참 많았다. 근데 어제 코엑스에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나 이제는 사람많은 곳 가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그러려니~~하는 마음으로 살짝 흥얼거리면서 걸으면 기분도 나름 괜찮다. 그 기분은 뭔가 가슴뛰고 설레고 하는 그런 쪽이 아니라, 가라앉으면서 차분하게 즐거운? 그런 쪽이다.



옆 롯데백화점 평촌백화점에서 무사히 책을 사고, 곧장 지하로 내려가 엄마가 사오라는 식빵을 하나 샀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는데 도저히 몇층이었는지가 기억이 안났다. 정말 내 건망증은 절망적인 수준이다. 그렇게 지하5층부터 시작해서 2층까지 올라오며 확인해봤는데 도저히 경적이 안울렸다. 뭐지...... 지하2층에서 한참을 ?.?하고 있다가 문득, 아 맞다 여기 롯데백화점이었지.

오늘 벌써 몇번째인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화상아.....를 중얼거리며 옆건물 뉴코아로 가서 무사히 차를 찾았다. 재밌게 읽었던 소설 중에 '내가 이미 겪은 고초를 타인이 겪는 걸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달콤하다'는 구절이 있었는데. 나가면서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긴 줄을 볼 땐 조금 달콤했다. 여러분 저 밑은 지옥인데 ^.^  돌아오는 길엔 아까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띵곡 sweet sweet smile을 흥얼거리며 왔다. 




나름 너무 즐거웠던 하루였다. "힐링"이 무슨 느낌인지 확실히 알겠어. 어제 마지막엔 now you know when to hang up, when to walk away 라고 했었다. 어느정도 맞는 말이야. 그래도 오늘만큼은 싱글벙글한 이대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