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하루하루가 너무 퍽퍽해서 잠깐 산책
사실 오늘 밤을 샐 생각으로 몬스터에너지까지 사왔는데, 잠깐 쉬면서 본 뉴스에 "교대근무는 2A급 발암물질"이라고 나와있더라. 조금 느끼는 바가 있어 내일 아침에 좀 고생하더라도 그냥 어두울 때 자기로 했다. 졸업식날 이후 몸도 마음도 영 엉망이다. 이럴 땐 캔맥주 한캔 마시고 재밌는 영화 보면서 잠드는게 답인데 그렇게 잠들고 난 다음날이 두렵다. 미친척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있고 비싼 거라도 조용히 먹고 오고 싶지만 장학금을 전부 인강과 교재에 때려부은 탓에 지갑은 텅텅 빈지 오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면증까지 심해서 걱정이다. 침대에서 딱히 핸드폰을 만지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최소 한시간은 강제명상(?)을 하는 것 같다. 행복할 땐 행복한 걸 모른다고들 하는데 반대로 힘들 땐 힘든 걸 너무 잘 알게 된다. 어릴 때부터 행복에 둔감하고 고통에 민감한게 사람 마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게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부존효과의 본질이겠지. 예수님 부처님 알라님 난 솔직히 그만 힘들 때 된 것 같은데 나한테 너무 관심없는 거 아닌가요. 너무 채찍만 맞아서 지쳤어요. 짧게라도 여행을 가고 싶다. 가서 바다를 좀 보고 오면 왠지 다 훌훌 털어버리고 푹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에는 어디든 끝까지 가고 싶다. 땅끝에 묻어두고 온다는 의미부여를 하고 싶다. "잠을 잘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면 결코 좋은 게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