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7일 금요일

18.8.15(수)~16(목) [기댈 곳]





1. 광복절이라 동네 도서관이 다 휴관이다. S네 학교에 공부도 할겸 놀러갔다. 오랜만에 다시 타는 상행선 지하철. 자리가 여유있기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서서 갔다.



2. S의 나와바리인 건물은 캠퍼스 가장 꼭대기에 있었다. 역 편의점에서 산 레몬탄산수를 올라가는 길에 다 마셔버리고 새로 한병 샀다. 도착해서는 S에게 연락하기 전에 셔츠를 벗고 동네 뒷산 약수터 아저씨st 런닝셔츠 차림으로 잠시 그늘에서 땀을 말렸다.



3. 점심으로는 S네 학교 근처에서 꽤 유명한 라멘집에 갔다. 라멘과 커리를 맛있게 먹었다. 아.아 한잔이 절실해 골목 카페에 갔는데 영업시간이 끝났다(?)는 알쏭달쏭한 얘기를 듣고 돌아나왔다. 우리가 더위먹어서 헛것이 들리는 건 아닌지 잠깐 확인했다.



4. 덥고 습한 날씨. 입을 모아 여름을 디스했다. 디스하던 중 얘기가 나온건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게 하나 있었다. 이렇게 푹푹 찌다가 어느날 아침 창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훅 서늘할 때 느끼는 착잡한 기분.



5. 오래 있지는 않았고 선선해질 때쯤 내려왔다. 캠퍼스는 넓고 예뻤다. 우리 외대가 5번정도 들어갈 크기. 마지막엔 '그러려니'하는 말년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자고 인사를 했다. 너무나 자가당착적인 얘기지만 밖에서 약한 모습 보일 순 없으니까.





6. 그리고 이 얘기는 사실 쓸까말까 고민이 된다. 원래 할까말까 고민이 드는 건 안하는게 맞다고들 하는데. 언젠가 다시보게 될 미래의 나를 위해 그때의 마음의 평온을 위해 글로 남기는게 꺼려지지만 그러면 스페셜에디션의 의미가 없다.


7. 돌아와서는 착잡한 기분에 브로콜리너마저 노래를 최대 볼륨으로 꽂고 런닝머신을 죽어라 뛰며 머리를 비우고 싶었지만 광복절이라 단지헬스장도 문을 열지 않았다. 집에 와서 정리해두려고 남겨둔 거시 몇몇 부분을 빠르게 정리하고 일찍 누웠다. 00에게 했던 말처럼 잠으로 묻고 싶어서.



8. 너무 많은 생각을 한 탓인지 도중에 여러번 깼고 꿈을 꿨다. 난 이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에 황홀함에 가까운 행복을 느끼며 실제로 "이게 꿈이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야"라는 말을 3번이나 했다. 멍청하게. 그런 말을 할거면 손이라도 찔러봐서 차라리 빨리 깨어나버렸어야지.



8. 그렇게 '놀고 있던'게 한심했던지 이어진 꿈은 철저히 watching the next one taking all the joy였다. 얼마나 기분이 착잡했는지 반쯤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2캔 밀어넣었는데도 하루종일 가라앉은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어디를 나갈 기분도 영 아니어서 궁상맞게 싸이 노래를 틀어두고 방에서 조용히 공부했다. 울적하다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는 건, 특별한 기분이라고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어린애다. 어른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하고 입맛이 없어도 밥을 먹어야 해.




9. 너무 약한 소린가? 나 벌써 26살인데. 조선시대였으면 자식이 있었을 나이. 군대를 가지 않는 외국인이었으면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나이. 약한 말을 털어놓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나이. 약한 소리에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을 작아지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스스로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그러니까 약한 소리는 함부로 하면 안돼.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 생각해. 밖에서만 약해지지 않으면 된다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만 않는다면 아무한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면 혼자 웅크리고 있어도 상관없다고.




10. 기댈 곳이 필요하다. 원래 그곳에 존재하고 있지만 내가 찾지 못했던 기댈 곳, 을 바래왔던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건 사실 없다는 걸 느낀다. 아직 내가 찾지 못한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확률이 개입하면 할수록 삶은 불안정해진다. 그러니까 그런 비합리적인 바램을 가지고 미련하게 살기보단 생쥐가 만든 버터같은 기댈 곳을 만들자. 나이를 먹어가며 자세한 방법을 어렴풋이 찾아갈 수 있길. 슬프지만 지금은 이유를 몰라도 발버둥을 칠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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