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20/화 - 2일차 (부산)
0737 기상.
새벽엔 에어컨이 추워서 한번 깼다. 긴팔 챙겨오길 역시 잘한듯.
'여름 아침에 듣기 좋은 팝송모음' 들으면서 스트래칭.
짐에 가서 삼두운동하다.
충분한 수면시간 전제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도 생각도 건전하게 하는 것 같다.
워터프루프 선크림 한통 한번에 다쓰기.
역시 차단지수는 사회성의 감소함수 ^^
선글라스가 확실히 필요한 날씨.
upward spiral 에서도 햇살 때문에 얼굴 찡끄리면 부정적인 biofeedback이 발생하므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라는 조언이 있었다.
8월 라이딩과 여행을 위해 돌아가면 선글라스를 꼭 사야지.
모자도 필히 챙기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아무리 선크림을 넉넉히 발라도 안심이 되지 않을 정도의 땡볕.
수영복도 하나 사서 다음 바다에선 입수를 해봐야지.
신호를 기다리며 차창 밖 해운대 광장의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첫 기차여행 때 답을 찾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길거리의 저 사람들과 내가 가장 확실히 구별되는 점은
내 직장. 직위. 거대한 조직. 우아하게, 안정적으로 버는 돈.
그건 대학에서 4년동안 학문을 공부한 것에 대한 산물이다. 그걸 종이짝 버리듯 일순간 버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 점을 염두해야 한다.
미포할매복국.
정갈한 음식.
서핑의 메카라는 송정해수욕장.
마땅한 카페가 없어 편의점 1+1 아메리카노를 사서 해변가를 거닐었다.
사람들이 소그룹으로 서핑 강습받는 걸 보니 재밌어보이기도 한다.
단순 물놀이가 아니라 컨텐츠가 있다는 점에서.
무엇이 되었든 컨텐츠가 있어야 재미가 생긴다.
원리는 파도 속도에 맞춰 와다다다 뛰다가 순간에 폴짝 뛰어오르면 되는 것 같은데 이게 보기엔 단순해보여도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 서핑보드를 실제로 몸앞에서 보게 되면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클 것이라는 걸 안다.
원래 서핑같은 일회성(계절성) 레저에는 마음이 잘 가지 않았다. 그 순간의 즐거움이지 그걸로 경쟁(스포츠)을 하거나 단합을 하거나 장기계속적 지속적 일상적으로 즐기지 못한다는 점에서. 예전에는 이런게 "도피"라는 죄책감이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즐겨볼 법 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안정적이고 만족하는(50%를 넘긴) 신분이 있으니깐, 계속 작동했으면 잠시 전원을 끄고 식히는 시간이 필요하니깐, 부작위(휴식)도 투자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깐.
실현시키지 않고 일시정지 시키고 있는 것들, 코로나만 종식되면 일시불로 실행할 거야. 지금은 그때를 위해 차곡차곡 돈 모으기 + 착실히 증식시키기. 순전히 기동성만을 위한 중고 경차도 하나 구해야겠다.
죽도공원.
10년전에 여기에 앉았다면 아마 담배를 피웠겠지.
담배연기 대신 한껏 부푼 자기효능감을 한숨 마시고 흩뿌렸다.
가만히 보다 보니, 정박해있는 배들에 파도가 닿지 말라고 저렇게 거대하고 중량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내려놓은 거구나.
저 안은 참 잔잔하고 고요하군.
나에게 필요한 건 저런 내적평온.
내가 해야할 건, 저런 방파제 구축.
송정해수욕장에서의 생각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기분 좋은 동기부여.
돌아가면서는 [거의 벗고 셀카를 찍는 사람]과 [카고반바지에 군장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사람]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매력도는 후자의 압승이다.
생수통을 이용하여 데시벨 신경쓰지 않고 크게 발성하는 팁을 터득하다.
해운대 암소갈비.
칼집이 들어가있는 점이 독특하긴 했지만 우와 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CS와 내부시설에 대단히 실망.
몹시 불만족스러워서 이건 악플 제대로 달아야겠다 굳게 마음먹고 영수증을 챙겼으나..
말았다. 환불을 요구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화를 내서 내게 이득일 게 없고, 휴가까지 왔으니깐 하고. 굳이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지도 말자.
관련해서 두가지를 느끼다.
첫째. 이 체제에선, 정말 돈 '제대로' 잘 버는게 장땡이다.
- 여기서 '제대로' 란 많은 항목을 응축하는데 그 중 단적인 하나는 사회적 신분. 예컨대 몸팔면서 버는 돈 이런 건 수억 수십억을 벌어도 '제대로' 버는 게 아님.
- 4만원 정도 했는데 사실 그 정도는 유의미하지 않다. 그냥 한 종목 조정받았다고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다. 그런데 만약 내가 옛날 빈곤하고 궁핍했던 그 시절에 부산여행을 와서 정말 큰 맘 먹고 이곳에 왔는데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지금처럼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까?
- 고용안정성과 상관없이 진짜 금융으로 옮길까 진지하게 생각이 들었다.
둘째. 이 체제에선, 경쟁은 필요하다.
경쟁은 원동력이 된다. 경쟁을 시켜야 한다. 여기도 자꾸 부산사람들이 먹어주고 (마땅한 대체제가 없으니까) 정보가 부족한 관광객들이 와서 먹어주니까 그래서 계속 돈 벌고 굴러가니까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수원3대갈비 중 하나라도 부산에 분점을 내면 여기는 발바닥에도 미치지 못한다. 손가락 빨고 파리 날려봐야 자기네들이 형편없었다는 걸 깨닫겠지.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옆옆자리 사람이 서빙 이모에게 2번째 방문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정가치를 알지 못하는군. 그래. 차라리 무지한 게 낫다. 행복하게 먹어라.
맞춰줄 줄 아는 능력 중요.
2021년에 내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올린 능력치라면 그것.
남에게 적절히 나를 맞춰주는 것.
달맞이길 드라이브.
운전으로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풍경의 청량함에 가슴 속까지 뻥 뚫렸다.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이니셜D 타쿠미 홈그라운드 다운힐과 도랑까지 비슷했다.
부산은 바다, 산, 도시가 모두 있다.
아름답다.
청사포
청사포다릿돌전망대에서
유리바닥이 공사중인데 유리바닥 보호 명목으로 덧신을 신기는 부산시 행정수준을 보고
공적 부문보다 사적 부문(민간 부문)에 속해있는 것이 일반적으로 퀄리티있고 스스로의 품격을 높인다고 생각하다.
우리가 하는 표현에도 '프라이빗한' 이라고 말은 해도 '퍼블릭한' 이라고는 말하지 않음.
카페 DORE DORE 에서 커피 마시면서 잠깐 쉬다.
생각해보면 차량은 발성연습과 음감의 용도로 대단히 적절하다. ㅇㅋ. 중고구매하자.
해동용궁사
전반적으로 사파(?)의 분위기가 흐르는 이곳, 풍경이 대단히 훌륭한 이곳,
애국가에서 많이 봤던 것 같은 이곳.
부산식 허무개그에 실소하며 도착한 - 역시 모든 문제의 중심엔..
숙소근처 해리단길 (해운대+경리단길인 것으로 추정됨)
사카나식당에서 구슬초밥
일반적으로 초밥집에서는 특별한 인상을 받기 힘든데 (특성상 변주의 폭이 상당히 좁으므로)
초밥집 실력의 파라미터인 타마고마키 먹는 순간에 느꼈다.
아 이집 근-본이다. 심상치 않다.
심상치 않은 근본력에 평소 즐기지 않는 우동을 추가 주문했는데
근본력 스카우터 폭발. 바닥까지 긁어먹다.
요트.
이제 야경을 봐도 씁쓸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이소 복대
복대 매듭 원리를 깨우치다
해운대 인생꼬치
닭꼬치 맥주
와인 치즈
염라지옥 열수
이럴거면 냉수 온수 표시 필요없음. '물나옴' '안나옴' 표시만 있으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