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9일 월요일

2021년 하기휴가 (2021/7/19 - 7/24) 1일차 부산 / 장산 정복

 
2021/7/19/월 - 1일차 (부산)


드디어 찾아온 브레이크. 
아직까지는 엄청 홀가분하다거나 자유롭다거나 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이 긴가민가한 느낌은 군시절 휴가 출발 때 이미 느껴봤다. 
평상시에 절대 겪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풍경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실감이 서서히 날 것이다. 


휴가라고 해서 마음의 부담이 아예 없을 순 없다. 
잠시 인수인계한 업무에 대해 어떤 긴급 상황이 터질 지 모르고 (다행히 중대한 이슈는 아니었지만 방금 전에도 사무실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복귀하면 또 어떤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지 솔직히 거북하기도 하며 
앞으로의 미래 중 결정되지 않은 사항들에 대한 생각은 휴가라고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런다 한들 여행은 여행이고 쿨링은 쿨링이다. 
노동장에 끌려가는 것보다야 당연히 좋다. 

발열은 내부에서 감지가 되면 꽤 심각한 수준의 고온이라는 뜻이다. 
나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머리를 식히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느껴왔었다.

현재 짊어지고 있는 모든 의무를 잠시 내려놓고 (내던져놓고 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일주일만큼은 일반인 나, 민간인 나, 순수하게 나라는 인간 그 자체로 살아보고 싶다.

출발하는 길 마을버스를 기다리는데 하늘이 유독 맑았다. 




0847 수원발 KTX.

전날은 새벽 05시가 다 되어 잠들었다. 
벼락치기의 부담도 끝냈으니 생활패턴을 일관되도록 유지하여 '생리반응의 경제성 극대화'를 추구해봐야겠다.
- 한 2주전? 부터 브레이너 제이의 4-7-8을 들으면서 자는데 입면에 대단히 효과적이다. 거의 최면 수준이다. 스위치가 달려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잠에 드는데까지 어려웠던 적이 많았는데, 이렇게나 유효한 보조제를 찾아서 기쁘다.
- 알람시계 고치거나 사야겠다.


어쩌다 보니 출근시간. 
이렇게 입고 빵빵한 등산가방 메고 출근길의 반대로 계속 내려가니 기분이 묘했다. 
누가봐도 나는 지금 직장인은 아니다. 




기차시간에 맞게 도착할 수 있는 마지막 지하철을 타
내리자마자 전력질주하여 아슬아슬하게 탑승. 
1호선이라 다행히 KTX 대합실까지 가까웠는데 분당선이었으면 진짜 위험할 뻔. 

또 이렇게 인생의 교훈을 하나 얻은 거지.
도저히 플랜비가 없는 (=감수할 수 없는) 일정이 있다면 어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수면욕을 반드시 어느정도 마진잡고 눌러줘야 한다는 교훈. 



13호차 통로쪽 14C. 
당연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2칸 중 1칸에만 앉게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불편했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나중에 직장을 갖게 되면 해야지' 하고 미루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것은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 
내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다. 
`20 어웨이 유니폼도, 테니스도, 크로스핏도, 펜싱도. 

부산에 사는 건 어떨까, 
부산 정착이 수용가능하다면 사실 선택지는 상당히 넓어진다. 
금융이 거진 다 아래에 있으니까. 내려갈 거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물론 얼마든지 선택은 할 수 있지만 
안하는게 나은 것도 있지.

내 모든 관계와 경험은 서울기준이라는 걸 잘 생각해보기.





이번 여행의 컨셉은: 버림, 등산
- 입을만큼 입은 옷들 위주로 짐을 꾸림. 마지막으로 입고 버리게. 
(우연히 90년대 노래 검색 중 '다 써서 없애기'라는 글을 봤는데 공감이 되었다. 그 '간결하게 살기' 카테고리에 영감을 받아 중고나라에 3년째 팔리지 않고 있는 첫 정장도 기부하고, 옛날 LG 가로본능 핸드폰도 기부할 계획) 
- 부산에서는 1일 1등산, 제주에서는 한라산 백록담 정복. 




역설.
중요한걸 맨 아래에 꼭꼭 눌러두면 정작 필요할 때 못쓴다.
물티슈 상시휴대를 확신 다짐.
휴대용칫솔 결국 두고온 것도.






다른 도시의 버스 다른걸 보면 
여행온거 실감. 이질적인 외형과 폰트.








본전돼지국밥에서 돼지국밥. 



삼진어묵
영업을 되게 직선적으로 하는 아주머니ㅋㅋㅋ 와 스페셜티 카페처럼 해놓은 2층이 인상깊었다. 




부산역 코스모주자창 2층에서 쏘카 올뉴코나 대여 


카페 드봄






안되는건 승복하게 됨. A 강의. 유니폼 패치.


달라졌지. 변했지.
이제 바다보단 등산이지.


주기적으로 유튜브 뮤직 기록 삭제할 필요성 느낌


삼성페이카드 발급
즉시 사용. 갓성페이..









라마다앙코르 해운대








추리 1. 기계식주차장 앞에서 트렁크 안열렸던 이유
- 전체문 자동자금때 트렁크도 같이 자동으로 잠겼지 않았을까


추리 2. 5층이 안눌렸던 이유
- 카드를 찍어야만 누를 수 있을 것 같다  



부산지하철 탑승
부산지하철에선 잠시 후 도착합니다 안내음을 "뿌-뿌- 뱃고동 소리로 해준다구 하핫 

동백역 하나금투 방문 but 청약계좌 자격 안되어 해운대해수욕장 따라 걸어 돌아옴 (맥스트)







장산
좌회전만 하면 되겠구나 하고 갔는데 우회전만 해서 
최단코스로 찍빽하려고 마음먹고 갔는데 최장코스로








백식당
좋아하는 메뉴로만 가득
규카츠 스키야키 스테이크덮밥 3개 시켜먹음ㅋㅋㅋㅋㅋ
단언컨대 삼성 레스토랑 이후 만족감 극에달한 식사였다.
다음에 와도 또 올것임.




올리브영에서 워터프루프 선크림
팔공당 얼그레이 버블티까지 완벽
무릎통증으로 3일 3등산계획 변경하고 약국에서 스프레이파스 구매.





부산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한 것 같다.
운전은 ㅋ 언덕길은 ㅋ 


슈퍼밴드 보면서 호텔 짐에서 덤벨 숄더프레스





샤워를 할 때 아무 거리낌 없이 최대음량으로 노래를 틀어둘 수 있어 좋았고
(평소엔 또로콜리 또마저만 틀던) 유튜브 뮤직이 웬일로 ph1 위주의 그루브한 음악을 잘 추천해줘서 좋았다. 


이번 여행으로 취침-기상시간을 앞으로 당기고 싶다. 
0730 기상 목표로 2333 눕다. 

흠잡을 데 없는 하루였다.
2021년 중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