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년부터 1년에 한번씩은 일기같은 느낌으로 스페셜 에디션을 했었다. 너무 많은 걸 써놓는게 아닌가 싶어 부끄럽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볼 땐 정말 이만한 기억현출장치가 없다. 기록으로 남으니까 최대한 열심히 생활하게 되는 건 덤이다. 올해는 지금쯤이 적당한 것 같다.
2. 05시40분쯤 일어났다. 어젯밤 스탠드불을 켜둔 채로 잠든 탓인지 푹 자지 못하고 계속 뒤척였다. 요즘은 눈을 뜨면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고 불안한지 모르겠다. 5분정도는 가만히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한다. 오늘부턴 자기 직전에 마인드컨트롤(?)을 좀 하고 자야겠다. 싱글벙글 웃다가 자면 내 뇌가 알아서 착각해주겠지?
3. 9시까지 집에서 공부하다 씻고 도서관에 갔다. 딱히 늑장을 부린건 아니고 노트북을 쓸 수 있는 4층이 9시부터 열어서. 날씨는 역시 무지막지하게 더웠고, 엘리베이터는 오늘도 무지막지하게 느렸다. 기다리는 걸 정말 못하는 난 하루종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4. 잠도 제대로 못자고 너무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11시50분쯤 되자 반쯤 최면에 빠진 상태가 되었다. 졸음을 쫓으려고 아둥바둥 애쓰다가 문득, '잠깐만 왜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지? 이럴때 마시라고 있는게 커핀데'.
5. 영어과 교수님 중에 리디아 교수님이라고 굉장히 러블리한 외국인교수님이 계셨다. 굳이 한국말 냅두고 '러블리'라고 쓰는 이유는 이 단어가 교수님 강의평가에 항상 등장하는 단어기 때문. 강의도 친한 누나가 썰 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교수님이 자주 쓰신 phrase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I haven't had my coffee yet" 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말씀하시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서 다른 얘기를 막 하시는 교수님. 5분쯤 지나면 '얘들아 잠깐만 내가 이 얘기를 왜 하고 있지'라고 물으시고, 학생 중 한명이 말해주면 미안하다고 나 아직 모닝커피도 못마셨다고 툴툴거리곤 하셨다. 반대해석을 해보자면 카페인이 돌아야 맨정신/제정신이 된다는 뜻이겠지. 커피를 사러가며 교수님이 생각나서 웃었다. 나도 커피를 안마셨으니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거였어^.^
5. 도서관 근처 처음 가보는 카페에 갔는데 컵홀더에서 사장님의 갬-성이 느껴졌다. 난 그렇게까지 갬성이 메마르진 않은 것 같지만 이런 뻔한 갬성은 영 감흥이 없다. 분명 서장훈씨도 이런 반응을 보였을거야. 가끔 예능에서 비춰진 서장훈씨의 모습 중엔 나랑 정말 비슷한 부분이 많아 놀라곤 한다. 그동안 살면서 느낀 경험칙 중 하나인 "띵곡은 우연히 마주친다" 때문에 혹시나 하고 적혀있는 커피소년 노래를 들어봤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갬성값을 감안해도 3500원은 너무 비싸다 T.T
6. 오늘은 주로 형소를 했다. 눈엣가시같던 관할을 정복했다. 이해하고 보니까 딱딱 맞아떨어지는게 오히려 깔끔한 파트. 너무 형소만 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7. 사실 언젠가부터 내 일상은 '노잼'이다. 더 노잼인 소식은 순식간에 예스잼으로 바꿔줄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기까진 아직 기다리고 인내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더이상 노잼으로 가득한 생활을 하기엔 내 인내심이 메말랐다. 그래서 이제부턴 2가지의 소소한 변화를 주기로 했다.
8. 첫번째는 "준칙". 작은 것부터 하나씩 스스로의 규칙을 세워서 지켜가는 재미. 대장정을 시작할 오늘의 첫번째 규칙은 rule 1. 세끼먹기, 그리고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때까지 스페셜 에디션 쓰기.
9. 두번째는 "저축". 나를 위해 저축하는(그리고 복리로 불어나가는 걸 지켜보는) 재미를 찾기로 했다. 오늘 좀 고생을 하더라도 잘 저축을 해뒀다는 느낌이 들면 다음날 일어났을 때 나름 뿌듯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단 어제보단 조금 더 나은 내가 된건 확실하니까. 예를 들면 운동. 근데 뭐 운동은 요즘 헬스장이 쉬는 수요일을 빼고는 매일매일 가고 있다. 확실히 머가리에 지식을 쑤셔넣는 것보단 운동하는게 훨씬 재밌다. 그러니까 운동은 0번 저축으로 하고, 내일부터 실시하게 될 1번 저축은 무려 금연. 자꾸 담배를 끊었다 피웠다 하는데 이번에 끝을 내보자. 이렇게 거창하게 써둬야 내일 피우고 싶어도 쪽팔려서 참겠지?
10.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순 없잖아"하고 울먹이는 00에게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맞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다고 생각해. 너나나나. 근데 있잖아 이런 얘기가 듣고 싶진 않았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일을 잠으로 묻을 수 있어. 그니까 당분간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잠들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