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4 (토)
워메...무지하게 일찍 일어났다. 21시에 자서 2시에 일어났다. 7시55분까지 버스터미널로 가야되고 거기까지 가는 112번 버스는 5시50분에 첫차랜다. 방금 컴퓨터로 알아봤다. 지갑에 있던 500원짜리로 시작했는데 키보드 'ㅈ' 'ㅁ'이 안쳐졌다. 그래서 옆에서 하려고 천원짜리를 바꾸러갔는데 동전교환기가 고장나있었다. 물론 매점은 닫혀있었고. 그래도 내가 누구냐.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15분 남짓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냈다. 지금은 배깔고 누워서 이걸 쓰고 있다. 저 멀리서 어떤 아저씨께서 코를 고는데, 소리만 들어봐도 '아 이것이 무호흡증이구나' 할 정도이다.
잠을 자기도, 안자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난 한번 잠깨면 웬만해서는 다시 잠 못잔다. 그냥 찜질방에 누워있다가 이따 버스에서 자야지. 어제는 어디까지 썼더라. 아, 택시타기 전까지 썼지. 목포해양대학 근처에서 택시를 잡고 유달산으로 향했다. 본토 전라도 사투리는 굉장히 빠르고 '뭐시기' 등의 생략이 많아 알아듣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들을 수 있었던(해석할 수 있었던) 말은 "태풍주의보...뭐시기 해서.....~~하면 된당께" 정도. 왜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나 했더니 태풍주의보였구나.ㅋㅋㅋㅋ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해주셨지만 잘 알아듣지는 못해 죄송했다. "날씨도 춥고 시간도 늦었응께(이때시간 오후4시) 일등바위까지는 가지말고 대충 그 전에 내려오라"고 하시며 산 중턱에서 내려주셨다. 일단 그 때 너무 배고팠기 때문에 근처 식당에서 낙지비빔밥을 먹었다. 같이 나온 된장찌개에 꽃게와 큼지막한 감자 3개가 있던 것이 기억난다. 진짜 맛있었다. 배불리 먹고 나와 유달산을 중턱쯤까지 올라갔다왔다. 그 위에서는 목포가 한눈에 들어왔는데 경치가 볼만했다.
(우리집 뒷산 이름도 노적봉인데. 반가웠다. ㅎㅎ)
(어린이 헌정탑에 꼭 저런 자세를 취해야 했을까)
(여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조금 과장해서 이러다 날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이 불긴 했지만 노을이 살짝 지니 얼마나 예쁘던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씩 웃으며 똥폼을 잡아보았다.)
내려오는 길엔 귀마개를 샀다. 옆머리 휘날리는 것도 막아주고 엄청 따뜻했다. 그렇게 유달산을 갔다가 평화광장을 가려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고갯길을 최대한 내려가서 탔다. 이번 택시기사분도 생략이 심하셔서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나는 갓바위직전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쪽에서 내렸다. 지도에 나와있어서 잠깐 들러보고 싶어 가봤지만 박물관과 문화예술관 모두 폐장했다(이때시간 오후6시). 그치만 그 앞에 있던 공원이 괜찮아서 좀 걸었다. 그렇게 갓바위 가는 길까지 계속 걸었다. 중간쯤에 한번 다리가 너무 아파와서 앉아서 5분쯤 쉬었다. 다리는 아팠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냥 헬스하다가 쉴 때의 그 느낌? 그렇게 계~속 걸었고 주변은 계~속 바다였다.
(초딩때 즐겨했던 포켓몬 게임이 생각나는 다리였다.
야생의 잉어킹이 나타나길 기대했는데!)
갓바위는 별거 없었다. 난 오히려 다리에서 불빛 바뀌는게 더 이뻤다. 저녁이라 그랬나? 평화광장 길은 정말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었는데, 막상 걸어보니까 의외로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게 마라톤하는 사람들의 마음일까? 평화광장길을 계속 걷다가 발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해서 공원을 건너 국밥집에서 밥을 먹으며 좀 쉬었다. 밥을 먹고 따뜻해진 몸으로 60년대 히피의 표정과 발걸음으로 평화광장을 실컷 흐물흐물 거닐다가 지도에 있는 찜질방을 찾아갔다. 자 이게 1일차의 일정이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4시10분. 수면실에서 좀 누워있다가 씻고 내려가야겠다. 오늘은 버스에서도 잘 예정이니까 완도 민박집에서 일기를 쓰게 될 것 같다. 항상 일정이 있는 전날에는 다음날 내가 어떻게 될지, 어디로 가있을지 궁금했었다. 이제 좀 누우러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