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5 (일)
5시40분쯤에 나왔는데, 우려했던대로 시간이 어정쩡했다. 일단 근처 편의점에서 밴드, 왁스, 장갑을 사면서 112번 정류장의 위치를 확인했다. 첫차가 5시50분에 출발한다지만 반대쪽 종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꽤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래도 할게 없으니 버스정류장에서 한 20분정도 기다렸다. 정말 징하게 안왔다. 그래서 그냥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갔더니 3분만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2700원이 나왔는데 택시기사분께서 2700만원이라고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드립을 치셨다. 역안에서 표를 끊고 그 옆 식당에서 육개장을 한그릇 먹었다. 이러다 멀미하는거 아닌지 몰라. 이렇게 차 기다리는 시간이 은근히 빨리간다는걸 다시 느낀다. 55분찬데 벌써 46분이다. 슬슬 나가서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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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행 버스에 탔다. 버스안은 무지하게 춥다.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지금은 이걸 쓰는 것보다 드라이브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창밖을 좀 멍하니 봐야겠다. 여긴 KTX처럼 논밭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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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구경은 무슨. 도착한 줄도 모르고 푹 잤다. 역에서 지도를 샀는데 전국지도를 완도지도로 속여파는 매점주인에게 당했다. 나와서 역시 또 쭉 걸었다. 해양공원에서 바다를 옆에 끼고 걸어 완도항까지 갔다. 여기서 본 남해바다는 서해보다 훨씬 색깔이 고왔다. 햇볓때문에 앞을 못 볼 정도여서 시내로 조금 걸어가 선글라스를 샀다. 안경점 주인분께서 참 친절하셨다.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조금 하자 힘든길 걸어가고 있다고 멋있다고 막 그러셔서 좀 부끄러웠다. 공짜커피를 얻어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와 완도항에서 청산도 가는 배를 탔고 지금 막 출발했다. 나가서 사진 찍어야지!
(갑판 꼭대기에는 역시 여느 배처럼 갈매기들이 한가득.
갈매기는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들고있는 새우깡이 좋아서 온거겠지.
나는 네가 정말 좋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난 새우깡을 이길 수 없을 거야.)
3층에서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었고 간혹 나처럼 여행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확실히 목포가 태풍주의보였던게 맞는 모양이다. 여기 선상에서 쐬는 바람세기가 목포의 1/3도 안된다. 문제는 지금 배가 고프다. ㅠㅠ 얼핏듣기로는 50분쯤 걸린다는데...속도 좀 울렁거리는거 같고...올때는 여기서 누워서 잘 지도 모르겠다.
워메 좀 누워있으려니까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위에서 사진이나 좀 더 찍다가 내려야겠다. 아~ 오늘은 민박집에서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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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산도에서 다시 완도로 가는 배 안인데, 일기고 뭐고 좀 쉬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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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날 뻔했다. 부끄럽지만 너무 노곤해서 양말까지 다 벗고 완전 내집 안방처럼 편하게 선실에 누워있었는데(보일러도 되어있어서 따뜻하기까지 했다) 그냥 그 상태로 잠들어버렸다. 눈을 딱 뜨니까 방안엔 아무도 없었다. '혹시 정신줄 놓고 자서 3시간쯤 자버린거 아니야? 그럼 여기 혹시 다시 청산도? 거기는 막배가 5시40분이던데....'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어 짐을 허겁지겁 챙겨서 뛰어내려갔다. 차들이 내리고 있었다. 혹...혹시? 우려와는 다르게 완도였다. 내려서 잠 좀 깨면서 생각해보니 선글라스 끼고 잔게 무지하게 잘 한 일이었다. 맨발로 자다니. 완전 진상이었다.ㅋㅋㅋㅋㅋ 지금은 명사십리로 가는 버스안인데 흔들려서 쓰기가 좀 불편하다. 청산도 얘기는 민박집에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