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위치는 교대역.
개강은 어제였는데, 나름 감개가 무량했다.
1년전 5월 16일이 벤치마크가 되어주기 딱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9시30분에 수업이 시작이라 거의 평소에 출근하듯 일어나야 했는데,
어제 잠을 설친 탓인지 피곤했지만
역시 주말에는 활동적이거나 생산적인 일을 해야 나에게는 정서에 도움이 된다.
살면서 울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3년 전 이맘 때쯤 한번,
저 2층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야외벤치에 풀썩 앉아
서럽게 눈물을 흘렸었다.
얼마전 강식당 재방송을 보면서 본 강호동의 울음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때보다 달라진 건,
시니컬해졌다고 할까, 물들었다고 할까,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
하는 일 자체에 의의를 극적으로 덜 두게 되었고,
그 대신 '노동의 반대급부로 얻게 되는 것'에 의의를 더 두게 되었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임을,
내가 바꿀 수 없는 외생변수라는 것을,
가장 정답에 가까운 사실이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일테다.
나는
고슴도치에 가까웠다.
햇빛을 산뜻하게 받으며 교대 골목거리를 산책했다.
대낮에 이런 인적드문 조용한 골목길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는 게 좋다.
삼수공원의 정식명칭을 10년만에 알아냈다.
여기서 캔맥주 홀짝이는 걸 좋아했었는데 "어린이" 공원이었군....
얘들아 삼촌이 미안해
마음의 고향 교대.
코로나 때문에 출입이 통제된 듯 하다.
교대 부근에선
추억도 많고 사건도 많고 함께한 사람도 많다.
법원 검찰청이 있는 '저 너머'.
오래 전부터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오늘은 짐이 무거워 패스.
오랜만에 찾아온 스터디카페에 앉아 공부하며
문득 느꼈다.
불이 붙었다.
스스로가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꺼져있던 의욕과 도전의 불씨가
드디어 다시 제대로 지펴졌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소화도 잘 시키고
개운하고 샤워하고 나와
창문을 활짝 열어 선선한 밤공기를 쐬면서
오늘 발견한 좋은 곡 '택시비'를 스피커로 작게 틀어둔 채
다이어리를 쓰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자기효능감으로 가득찬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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