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일 금요일

밤 산책







보통 식전에 런닝을 하기 때문에 저녁식사 이후에는 웬만해선 밖에 나올 일이 없었는데, 요즘엔 최소한으로 소화가 진행되기 전에 눕는 것 같아 식후에 산책을 좀 해보기로 했다.

춥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아주 얇은 잠옷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옷 입고 벗고는 한장 차이라는 생각이. 그럼에도 벗은 상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고찰하다. 구름이 가득낀 밤하늘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실려오는 꽃향기가 좋았다.

초여름 밤공기. 그래. 보는 눈은 달라져야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봐.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마음껏 자도 잘못한 일이 아니라는 게, 작년 이맘때 이 공기를 맞을 때 들던 씁쓸한 감정이 조금씩 기억에서 무뎌지고 있다는 게, 다시 한번 추운 계절을 무사히 보내고 좋아하는 여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