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역적으로" 살고 싶다. 준칙. 스스로와의 규칙을 설정하고 그걸 준수하는 삶. 모든 행동에 적용되는 일관적인 논리와 철학. 그걸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내 행동에 모순과 찝찝함이 없었으면.
- 사명감: 도망치고 싶은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힘.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상황에서 소리 내어 말했다. I volunteered.
- 저 상황을 고개를 돌려 피하고 싶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 속으로 세번 외쳤다. 누군가 나서야 될 상황이면 반드시 내가 나선다. 반드시 내가 나선다. 내가 나선다.
- 아니야?
나만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니야? vs. 내가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니야?
- 시내버스 같은 노선 버스기사들끼리는 도로에서 마주칠 때마다 가벼운 손인사를 한다. 하지만 나 역시도 완벽한 혼자가 되고 싶진 않다. 무인도에 있고 싶진 않다는 뜻이다. 그냥 얼굴이 익숙한 사람들과, 아무 질문받지 않고, 각자의 일로 지나치며 가벼운 목례.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 남이 달아주는 완장으로 나를 표상하고 싶지 않아. 남이 달아주는 완장에 기쁨을 느끼고 싶지 않아. 난 그것보단 순수한 가치를 목표로 살고 싶어.
- <사주팔자-관상>
무채색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기색이 있는 경우가 많다.
얼굴은 순해보이지만, 날카로운 면. 독한사람.
상대를 제압하는 일. 잣대를 대는 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름에 화(火)자가 들어간다.
조화가 잘 맞아야 합니다. 스파크가 일어나면, 아무래도 힘이 들죠.
(선생님. 이것만 여쭤볼게요. 제 얼굴 한번 봐주세요. 저는 화(火)인가요 목(木)인가요? 사실 전 제가 태우는 건지 타고있는 건지 모르겠거든요)
- 하지만 '타고난 사주팔자'는
어떻게 가꾸어가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화의 문제입니다.
- 방어기제. 방어기제에 관한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는 그 광경을 멀리서 흘끗 보면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바닥 끝까지 심란할 뿐이었겠지.
- H가 왜 뜬금없이 울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본인의 자존심. 본인의 욕심이 산산히 조각났던 것이고, 그걸 조각낸 상대방은 자신이 조각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미안해요 H. 나는 그것보다 하나도 더 나은 점이 없는 형편없는 사람이었어요.
- 내가 떳떳하고 당당하면, 어디 가서도 아쉬운 소리 할 필요가 없다.
- 식사 중 나온 "예산이 빵빵하면 뭘 할거냐"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별의별 대답들이 쏟아졌는데, 그 중 [축구할 때 손흥민을 부를거다]는 대답에 큭큭 웃었고, [데려와서 공격 안시키고 수비를 시킬거다]는 첨언에 빵 터졌다. ㅋㅋㅋㅋ
- 크게 3가지가 있는 것 같다.
① 수사권 (사법적 권한)
② 즉시강제 (행정법적 권한)
③ 훈방권 (거리의 판사)
- 공권력은 친절 이전에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사실 나의 존재가치는 그렇게 크지 않았음을 강제로 깨달아 갈 때.
-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다. 이대로 3일은 더 버텨야 한다.
몸도 마음도 힘든 오전. (그래도 되는) 마음의 동료 한 명에게 아무 이유설명없이 오늘 좀 힘들다, 왜냐곤 묻진 말아달라, 그냥 그렇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해볼까 했지만,
우리도 언젠간 헤어져야 할 사이니까. 의지하는 버릇을 들이면 안된다. 언젠가부터 자꾸, 제대로 만나기도 전에 헤어짐을 생각하게 됐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고. 당연한 말인데 왜 생각하지 못했었을까. 만날 때부터 헤어짐을 생각하자고 하면 너무 슬픈 말일까?
오늘만큼은 동굴을 파고 있다. 더 깊게 들어가서, 더 조용하고, 더 어둡게 있고 싶다.
- 나에게 필요한 건 불감증. 불감증이 생겨야 해.
- 추워서 패딩입고 잤다는 말이 귀여웠다. 고군분투한 경험담 청취는 뭔가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워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 값을 매길 수 없는 강한 끌림에 고민하는 00;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 누가 알아주나?
- 왼손에 라면땅을 한껏 집어와 콜라 한컵과 함께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근래 최고의 군것질.
- 일단 부딪혀보면서, 내 성향이 뭔지 좁혀가고, 정말 내가 바라는 건 무엇인지 내가 있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성격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기보단. 그게 내 맘대로 쉽게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모래를 쌓아두고. 그 후에 모래를 깎아나가며 형상을 만드는거야. 처음부터 완벽한 모양을 만드려 하지 말고.
- 짧게 밀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앞머리가 눈썹에 닿을 때쯤.
- 목요일 저녁에 샤워를 하다 보니 들어오는 눈 밑 다크서클. 리터럴리 "다크"서클. 그동안 시험기간에 밤새거나 할때마다 '아 이게 다크서클이구나'하고 생각했었던 건 전부 약한 다크였음.ㅋㅋㅋㅋㅋ 누적되는 피로가 무서운 거구나.
- 그런데 잠깐만. 그렇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 비판적(현실적이라고 쓰면 안된다 - 그건 스스로를 캡씌우는 일임)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게 다 잘 풀린다고 가정하면. 한번도 그렇게는 생각해본 적이 없잖아? 만약 그렇다면. 만에 하나 천에 하나 모든 일이 네 계획대로 전부 이루어진다면. 그런 경우라면 지금의 네 최적 선택은 뭔데? 그것도 생각해봐야 되는 거 아니야?
- 앞트임과 뒷트임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사람. 자신이 이별통보 받은 방식에 분노하는 사람.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만으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복잡하고 시끄럽다. 그런 곳은 잠시 피해있고 싶다.
- 공장에서 뽑혀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 스스로를 볼 때에도 저들을 볼 때에도. 이곳을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를 봐도, 어쩌면 모두가 다 뽑혀나왔을 수도. 난 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점점 지워지고 덮어져간다.
- 어떤 선택지에 대해 생각.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은 정말 정말 맞는 말.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초탈하게 됨. 이 선택에 대해선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을 것.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외로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선택을 하고 난 직후에, 나도 모르게 "....what did I just do?" 하며 철렁하지 않을까?
- 아는 척 하고 싶어지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본능을 이성으로 무리없이 제어했다. 별거 아니지만 스스로 대견했다.
- 성대진동최소화 프로젝트 실시 이후 처음으로 흥얼거리게 된 노래구절:
I don't see myself when I look in the mirror
- 옆사람1: "카톡을 하는데 20분 있다가 답장이 온다. 자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옆사람2: 희망고문함
네이버 맞춤법에 들어가서 맞춤법 틀렸나 검색해본 걸거라고ㅋㅋㅋㅋ희망을 가지라고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듣고 있던 내 생각:
(① 20분이면 양호한거 아닌가...?)
(② 위로를 저렇게 위트있게 해주다니ㅋㅋㅋㅋㅋ감명깊었음)
하지만 이어진 옆사람1의 대답에 마시고 있던 포카리를 풉 하고 뿜음
옆사람1: 맞춤법 한줄에 하나씩 틀리는데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은 시간동안 혼인, 이혼, 상속 중에 하나만 얘기해보도록 할게요. 셋 중에 뭐가 듣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대답이 분분히 갈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을 하겠습니다."
"상속은 선택이 아니니까요"
-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어도, 꿈에 가까워졌음을 알아야 돼
- 쫓기지 않는 마음. 마음껏 유튜브를 봐도 되는 이 여유가, 이 마음의 여유가 얼마만인지.
- 사진속의 나. 흔적을 남기지 말자. 기억 속에 기억되자.
- 그릇이 점점 좁아짐을 느낄 때. 내 몸이 그 작은 그릇안에 낑겨 불편할 때.
- 모두가 나와 보통 이상의 관계를 맺을 순 없다.
- 사회화 훈련. 노출 훈련.
다른 사람을 보면 미친듯이 짖는 개.
훈련사: 30만원을 받으면, 시장바닥에 묶어둡니다.
- 눈을 감고 초심을 생각해봅니다.
내가 떠올린 건, 초심 비슷한 초심.
- 무교인 나. 내가 (나도 모르게) 즐겨 하는 자세로 책상에 앉아 있다가 생각하기를,
사실 기도하는 자세가 아니었나.
- "~만 아니면 된다"고 소극적 배제를 해야 선택권이 넓어진다.
- 절대 밤을 새지 않는다던 D. 이제 이해가 된다. 아니, 이해가 된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D를 처음 만났을 때쯤의 D 나이가 된 나.
- 창문에 노을이 진다. 9교시가 끝난 냄새. 다들 서둘러 짐을 챙겨 각자의 목적지로 걸음을 바삐 옮긴다. 딱히 목적지가 없는 나는 모두가 떠나고 빈 강의실에 앉아 노을이 다 질 때까지 창밖을 본다.
- 시작하기까지가 가장 어렵다. 관성을 이겨내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
-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되, 의문이 들어도 일단은 멈춤없이 계속 해야 함. 지금 나에게 든 의문은 단기적으로 편향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하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서, '이건 편향된 거야'라고 스스로를 아닌 길로 계속 몰아가는 것 또한 조심해야. devil's advocate.
*38mm 시계
- <시계(1)>
물건을 자꾸 잃어버림. 징조가 보이더니 결국....시계를...
물건을 자꾸 잃어버림. 징조가 보이더니 결국....시계를...
2. 군시절 찼던 전자시계를 차기로 했다. 전자시계에 찍힌 2019. 여기에 2015가 찍히는 날만을 기다렸던 그때. 하루에도 수십번은 봐야했던 이 시계. 2019라는 숫자가 거짓말 같았다.
3. 비싼 시계는 아니다. 면세점에서 7만원에 샀던 시계. 하지만 그 시계와 함께했던 추억은 그 시계의 몸값보단 훨씬 비쌈.
4. 그 시계가 좋았던 이유는, "나한테 맞는 것"이었기 때문. 보통 일반적인 남자시계는 38mm지만 내 손목은 꽤 얇아서 38mm를 차면 불편하고 무겁다. 38mm보다 작으면서, 불필요한 장식이나 표시기능 없이, 깔끔한 흰판인 시계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일주일을 검색해서 알게 된 시계였다. "나와 맞았던" 대상이 사라지는 일은 참 씁쓸하다.
*<시계2>
일주일 뒤에 침대밑에서 시계를 찾음(!). 뛸듯이 좋아했던 게 이틀도 지나지 않아 재차 잃어버림. 딱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 오히려 무덤덤했음.
일주일 뒤에 침대밑에서 시계를 찾음(!). 뛸듯이 좋아했던 게 이틀도 지나지 않아 재차 잃어버림. 딱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 오히려 무덤덤했음.
아쉽고 아깝지만(한편 이 생각을 하면서 아쉬움과 아까움이 완전히 다른 성격의 감정이라는 갈 알게 되었다)
뭐, 괜찮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것까진 아니야.
정도? 씁쓸함에 나도 모르게 ㅡ~ㅡ하는 표정과 "쯥" 소리를 내긴 했지만. 처음 잃어버렸을때 충격에 빠져 망연자실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빠르게 내가 해야 할 일(=롯데마트 시계방에 전화해서 가죽줄 제일 싼게 얼마냐고 물어보기)부터 찾았다. 두번째 긁힐 땐 처음보다 아프지 않고,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
*<시계3>
이틀 뒤. 옆자리 동생이 바닥에서 시계를 주워줌. 그때 PD수첩을 선물했던 그 동생.
"고맙다 너도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걸 주는구나" 라고 말함.
- 버스시간에 쫓겨 삼겹살을 급하게 먹었다. 꿀맛. 일부러 극한 상황 만들기. 전쟁터에 나온 군인이라 생각하며 밥먹기. 매복 복귀했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음.
- 우중충한 아침. 수요일 123교시가 생각남. 민교수님. lets have a ten minute break. 어두운 오후, 시청각 1층, coffee dna의 커피, 학식,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우산이 없어 비가 그치기까지 무작정 기다려보기로 하는 나.
- <캐리어(1)>
롯데백화점. 캐리어를 옆에 두고 끌고 가니까, 무감각해졌다. 그 느낌이 너무 정적이고 좋아서 앞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닐까 고민해보기로 했다. 정신마취
롯데백화점. 캐리어를 옆에 두고 끌고 가니까, 무감각해졌다. 그 느낌이 너무 정적이고 좋아서 앞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닐까 고민해보기로 했다. 정신마취
- <캐리어(2)>
캐리어를 끌고 농구코트 위를 지나가며. 느낌이 좋았다. glide 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부드럽고 조용하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타고 싶어졌다. 대형면허 안산 가는 날 화랑유원지. 4바퀴. 액션캠을 사고 싶다. 영상으로 남겨두고 싶다.
캐리어를 끌고 농구코트 위를 지나가며. 느낌이 좋았다. glide 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부드럽고 조용하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타고 싶어졌다. 대형면허 안산 가는 날 화랑유원지. 4바퀴. 액션캠을 사고 싶다. 영상으로 남겨두고 싶다.
- 관악대로는 안양역에서부터 인덕원역까지 학의천을 따라 직선으로 뻗은 도로이다. 그 도로를 타면 사색에 빠지기 좋다. 주위 풍경은 거의 바뀌지 않고, 핸들을 돌릴 일도 차선을 바꿀 일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나는 그저 신호에 맞게 오른발에 힘을 줬다가 빼기만 하면 된다.
나는 의미있는 일이 하고 싶은 건지,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건지 생각했다. 작년에 자소서를 쓰며 면접을 보며 매번 하던 생각. 답을 내린 건지 일단 선택한 것인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내가 서 있는 곳은 누군가의 꿈이라고 했는데. 죄를 짓는 기분이다. 금지된 사상을 몰래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며 J에게 내가 있는 자리를 남겨주고, 이제 나 조금 덜 미워해주면 안되겠냐고 장난처럼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 질문: 나는 언제 즐거울까?
저녁밥을 먹고 나면 포만감과 식곤에 무슨 일을 하던 생산성이 뚝 떨어진다.
애써 뭘 하려고 하기보단
리듬감 있으면서 몽환적인 노래를 틀어
아무 생각없이 빨래를 널고
밤이 되기 전까지 있었던 소소한 일을 기록해두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즐겁다.
- "세상이 바뀌고 있고, 바뀔 겁니다. 레전드는 밑바닥부터, 힘들고 더러운 일부터 시작했던 사람이 됩니다."
- "오픈된 마음으로 사세요.
아! 궁금하다!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
들이대세요. 자기소개 하고."
- 내가 자기소개에서, 면접장에서 포장하고 설명했던 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
- "무조건 시험은 잘 치고 봐야됨. 마찬가지임. 돈도 무조건 많아야 함."
*묵언수행
- 목감기를 핑계로 묵언수행(?)을 했다. 목이 땡땡 부어 나도 한번도 못들어본 목소리가 나온 것도 있지만... 그것보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고 싶었다. 음... 사실 말을 한다는 게 상대방 감정을 잘 맞춰주는 걸 반드시 포함하잖아? 예를 들어 동료가 몸은 좀 괜찮냐고 안부인사를 하면.. 나는 (웃을 기분이 아님에도) 웃으면서 괜찮다고 고맙다고 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니까.
그렇게 가만히, 헛기침도 하지 않고, 성대가 진동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오래전부터 원해왔던 내면의 평온이 조금 찾아왔다. 물론 일상에 상호작용이 아예 없으니 밋밋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약기운에 잠깐씩 꾸벅꾸벅 졸고, 20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벽시계를 돌아보면 20분밖에 지나지 않아 놀라고 하다보면 또 나름 시간은 흘러가고 이런 자극없는 하루도 괜찮다. 마음의 양식이란 말. 마음으로 담백한 사찰음식을 먹은 기분.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하루.
돌아오는 길엔 무슨 공부 하시냐는 질문을 받았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잘 못한다"는 서답으로 얼버무렸다. 묵언수행 중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면 꼼짝없이 5분은 더 설명해야 했을테니 이 정도면 하얀 거짓말로 귀엽게 봐주세요.
밤하늘엔 초승달이. 앞으로 이런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다시 찾아오면 그때는 온몸에 힘을 쭉 빼고, 언젠가의 노홍철처럼, 고통을 참는 걸 가만히 즐겨보리라.
- 잡스러운 건 그냥 기록하지 말고 버려야지 하면서도 수첩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의 개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대충대충 휘갈기려고 노력하는데도 쓸거리가 너무 밀려있다. 한 20시부터는 내 방 내 책상 앞에 조용히 앉아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 하루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해두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 가 능.
오늘의 '안 쓸거리' 중에서 하나만 꼽아보자면, 자판기 앞에서 줄을 기다리다가, 누군가가 전화통화를 하며 진지한 어투로 "그러게 평소에 주위사람들에게 잘했어야지"라는 말을 하며 지나가는걸 들었고, 3초쯤 지나자 전화를 받는 사람이 누구였든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하고 경악했다.
- 엊그제 노을을 보며 이번 겨울은 눈도 별로 안오고 따뜻하네, 라는 도발을 하자마자 급격히 추워진 날씨.
날씨 때문일까 감기 때문일까?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점점 안전지향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회의감이... 자꾸 피어난다. 새벽칼바람을 맞으면서 허수아비처럼 서 있을 땐 ㅡ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예민해지는 건지, 아니면 호불호가 선명해지는 건지 생각했다. 난 예민한 건 맞아, 맞는데, 선을 삡 넘는 일이 생겨도 바로바로 반응을 하는 게 싫고, 그냥 가만히 선을 넘어가는 걸 보고 있는 게 차라리 더 편한 것 같아.
- "나서고 싶지 않은 건 인간의 본능이에요. 가만히 있는 게 최고 편한 일이에요. 그런데, 나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내 주변에서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요. 안 그래요? 직업이 그런데."
내가 이 말을 들으며 "이불 속에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다못해 밥을 먹으러 나갈 때도 미끄러져 뒤통수가 깨질 위험이 존재한다. 위험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러분은 위험을 피하는 게 아니라 관리를 해야 한다"던 학부시절 재무관리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고 있을 때쯤,
다음 2가지 규칙을 잊지 말라고 권해주셨다. 첫째, 내 안전을 가장 우선할 것. 둘째, 사람을 쉽게 믿지 말 것.
- 목감기와 코감기에 걸렸다. 이번주는 진짜 아프면 안되는데. 중대한 이벤트 하나를 완수해야 되는 주인데. 내 모든 정력을 쏟아부어도 힘든 일인데 감기에 걸리다니 야속하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데 담배를 피울 때보다 더 자주 걸리는군. 입으로 숨쉬는 게 무척 힘들다.
그 상태로 매섭게 추운 날씨에 5시간가량 외근을 하면서는 ㅡ 암막커튼을 치고, 아무 불빛도 없이 조용하고 깜깜한 방 안에서 전기장판을 틀어두고 이불을 덮어쓴 채로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있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 밤에 샤워하면서 '그냥 지금 면도를 하자'는 생각이 들자, 문득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지 꽤 오래됐음을 깨달았다.
- 2019년이 된 후 계속 이어지는 '마음비우기'에 대한 생각. "내일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고, 그것의 연장선으로 흔적을 남기는 일에 조금 더 집착하게 되었다. 필기구와 수첩을 결벽적으로 휴대하고, 웬만한 생각은 다 메모로 남기려고 노력한다. 내일 내가 갑자기 세상에서 없어지게 되더라도 못다한 말이 있다는 미련이 남지 않게.
-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만큼 이기적일 수 있는지 궁금했다. 화도 나지 않는 어지럽고 멍한 머리. 열로 붉어진 볼. 안경 위로 뿌옇게 올라오는 마스크 입김. 복잡하고 지친 마음. 00이가 보고 싶었다. 아무 약속도 하지 않은 채로 다시 만나, 그때처럼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싶어졌다.
- 자꾸 군대가 떠오른다. 요새 느끼는 암울함은 군대에서 느꼈던 그것과 흡사하다. 얼마전 군시절 기록을 옮겨둬야겠다는 강한 충동이 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강한 무게에 짓눌리고 있을 때 느끼는 무력함. 사람 발바닥에 밟히는 개미 한마리의 기분.
- 감기약을 먹으면 푹 꺼지는 느낌이 든다. 동료들의 질문에 최소한의 대꾸만 하고 지나쳐나와 의자에 파묻혀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 앞으로의 포부에 대한 3분 스피치를 급작스럽게 요구받았다. 감기로 푹 잠긴 목소리로 "전 솔직한 게 좋아서... 솔직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로 시작해 ㅡ 누군가의 마음에 실수로라도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인의 마음에 과실치상하지 않고 싶다, 고 이야기했다.
- 모든 건 선택의 연속. 나의 책임. 미필적 고의, 인식 있는 과실까지도 다 나의 책임.
- 모든 건 선택의 연속. 나의 책임. 미필적 고의, 인식 있는 과실까지도 다 나의 책임.
- 긴 내리막을 터덜터덜 내려오며 ㅡ 미워하면 안 돼, 내가 실패한 것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미운 마음이 들면 안돼, 정말 너 나쁜 사람이야.
그럼에도 가슴 저 밑바닥에서 질투와 시기가 스물스물 피어오르자, 일부러 축하의 말을 꺼내며,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 나는 25살 이때쯤에 뭘 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때를 떠올리자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메스꺼울만큼 골짜기 밑바닥 끝에 잠겨있던 날들.
하는 생각이 들어 그때를 떠올리자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메스꺼울만큼 골짜기 밑바닥 끝에 잠겨있던 날들.
가끔 연도에 2018 내지는 2019를 쓸 때마다 위화감이 느껴지는걸 보면 내 시간은 2017년에서 정체되어 있을지도, 최소한 버퍼링이 계속 걸리는 중일지도,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그 골짜기를 다 오르지 못하고 빠져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 이왕 다른 걸 하기로 했으면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어. 볼 거면 확실히 보고 안볼거면 확실히 보지 마. 곁눈질이야말로 최악이야
- 내 시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비싸. 나는 그걸 좀 몸으로 느낄 필요가 있어.
-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택시운전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차를 모는 일 뿐. 내가 어디로 가게 될 지 오늘 어떤 손님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 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고 다만 그날그날의 상황에 맡겨야 할 뿐이다.
- 2시간짜리 버스는 아무리 타도 도저히 친해지지 않는다. 헛구역질을 두번 정도 해야 나아진다. 버스를 타기 전날 일부러 잠을 줄이는 가혹행위를 하기엔 꽤 늙어서, 요즘엔 버스에서 명상을 하는 중.
- 책상 아래 있는 발판. 계속해서 반복되는 셀프 쪼인트까기. 멍청함에 울부짖음. ㅠ ㅠ
- 피킷. 다음번에 약속에 생겨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같이 찍은 사진을 뽑아줘야지. 나는 갖지 않을래. 그냥 그러고 싶어.
- 비교하지 않는다는 건 = 수양하는 것 같다. 자랑할 만한 것이 생겼을 때, 평범한 사람들이 흔히들 자랑하는 것이 생기게 되었을 때, 부디 나는 욕구를 가만히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 자극적이지 않은 생활. 자극을 받을 만한 상황은 내가 피할 수 있다면 다 피한다.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때가 아니면 5명이상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가지 않는다. 깃털을 한껏 뽐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시선을 즐기려는 사람들. 내 시선만큼은 그런 사람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 모자를 눌러 쓰거나, 모자를 쓰고 있지 않다면 안경을 벗는다. 그냥... 지금은 그렇다. 매일 똑같은 동선으로,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만 마주치며 수도승같은 생활을 하는 중이다. 어느덧 두달째.
- 중학교 선생님 이야기. 중학교 생활기록부가 필요해 졸업한 중학교에 연락하게 됐다. '선생님' 호칭과 존댓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들락날락했던 바로 그 교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계시겠지. 다시 봄이 오면 십몇년전의 나와 같은 아이들 앞에 서러 가시겠지.
마지막엔 정말 실례를 무릅쓰고 나이대를 여쭤봤다. 나와 같은 20대 후반. 어렸을 땐 선생님이 정말 커보였는데, 내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자주 마주쳐왔지만 멀어 보였던 그 일을 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는데, 중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엔 지금 내 직업이 적혀있었다. 어쩌면 나도 그런 마음에 지금 하는 일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 머리에 피가 마른걸까? 예전에 중학생 때 졸릴때는 그냥 졸리다, 오늘 힘드네 뿐이었는데 지금은 왜 내가 졸려야 하지? 라는 의문부터 들기 시작한다. 그리곤 어제 내가 잠을 포기하고 했던 일이 지금 졸음을 참아야 하는 고통보다 값어치 있는 일인지 가만히 따져본다.
종일 피곤함과 싸운 하루도 거의 저물고 21시 50분쯤이 되면 침대 앞에 서서 고민한다. 바로 잠에 들 것인지, 지금 time preference가 내 선택에 얼마나 bias를 끼치고 있는건지, 내일 오전이 되면 허벅지를 쿡쿡 찌르면서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진 않을지.
그전까지와는 다르게, 27살이 된 이후로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큰 고민없이 '지금 이 순간의 효용증가'를 선택했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건, 그렇게 1시간 반정도 일찍 자도 다음날 졸리고 피곤한 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그렇다면 21시 50분에 '미래의 효용을 위한 마일리지 적립'을 선택하는게 더 나을지도.
- "나만의 공간". 사무실과 업무의 시간적·공간적 범위를 벗어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야 함.
- 재물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나, 불행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불행을 막는 것도 꽤 힘든 일이다. 나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빚에 쫓길 때면, 내 자존심의 가격은.... 900만원까지는 되지 않았던 것 같다.
- 3주간 사용했던 일체형의자에서 벗어나자 삶의 질이 현저하게 상승했다. 도로명주소와 일체형의자를 만든 사람의 이름은 국사책에 올려 후대의 역사적 평가를 받게 함이 마땅하다.
- "문앞을 나가는 순간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은 다 지우세요. 무조건 나만 생각해. 지금부터 내일 출근할 때까지, 어떻게 하면 나를 위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만 생각하는 거에요.
월급을 받으면, 일단 주변사람 신경쓰지 마세요. 부모 친구 애인에게 돈쓰지 마세요. 일단 나를 위해 쓰세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의 행복이 최우선이에요. 일단 내가 행복해야되요. 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행복에 있어서만큼은 이기적이 되세요."
이 얘기를 들은 날 밤, 금요일 반차를 써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올 계획으로) 비행기값으로 3천만원을 쿨결제하고 미국여행을 가는 꿈을 꿨다. 환승하는 공항에서의 비행기 탑승구통로에서 기분이 너무 들떴다. 긁어버린 3천만원이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그것보단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 훨씬 컸다.
- 지난주엔 화요일인 줄 알았는데 수요일이라 너무나 행-복했는데 이번 설연휴에는 똑같은 상황이라 심각하게 불행했다.ㅋㅋㅋㅋ
- 어쩔 수 없이 우연성은 개입. 내 인생을 우연에 맡기지 않으려면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중요.
- "정말 원치 않는 일이 생겼을 때. 절대 실망하지 말어. 눈앞의 일에 좌지우지되지 말어. 자 다같이 따라해 봅니다."
전라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선배. 평소에 이런건 절대 따라하지 않지만, 정감이 가 피식 웃으며 따라읊었다.
[너무 마음쓰지 않는다.] 너무 마음쓰지 않는다.
[이시간 이후부터는] 이시간 이후부터는
[쫄지 않는다.] 쫄지 않는다.
- "저 밖은 정글이에요. 저 험한 정글 속에서,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법적 제도나 권리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고민해보셔야 된다는 말입니다."
- 내 자리는 창가자리. 날이 갈수록, 좋은건지 모르겠다. 자꾸 창밖을 바라보고 있게 된다. 특히 노을이 질 때쯤의 내 집중력은 유아수준으로 낮아진다.
살면서 한번쯤은 강이나 호수가 보이는 곳에 살고 싶었는데. 막상 살아보면 그렇게 좋은게 아닐 수도 있겠다.
사실 웬만한 일들이 다 그렇다. 막상 하고 나면, 별 거 없다.
- 스트레스를 "삭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푸는 게 아니라 쌓아두고, 집어넣고, 자물쇠를 잠근다.
- 내가 20년 전에 태어났으면 저 선배와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되었을거야. 아니, 저런 성격이면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을걸?
지금은, 저 선배는 내가 누군지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지. 내가 눈앞에 지나가도, one of them 이상의 생각이 들지는 않겠지.
그렇다고 나를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 그냥 73년에 태어난 나를 한번 생각해보는 걸로 저 선배와의 인연은 끝나게 될 거야. 아쉽지만 이제는 사람일이 원래 다 그렇다는 걸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