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같이 한 주가 지나가고 어느새 금요일. 석계역에서 친구와 고기를 먹고 일찍 헤어졌다. 친구는 피곤했고 난 쌓아둔 일이 많았다. 집에는 내일 저녁에 내려가리라 마음먹고 미시를 제외한 모든 교과서와 자료를 도서관 사물함에 박아둔 후 회기동 방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방에서 미시 공부를 쭉 하다가 10시쯤에 씻고 나왔다. 깔끔하게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잠시 앉았는데 재수도 없지 딱 벗어둔 안경 위에 앉아버렸다. 가뜩이나 충격에 약한 안경테는 답도 없이 휘어져 한번 써보니 내 얼굴에서 8시 10분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 별 다를 방법이 없었다. 방에 예비안경도 없고 근처 안경점에서 이렇게 휘어버린걸 과연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결국 야밤중에 집에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11시에 닫히는 도서관 지하에 있는 내 짐들. 주말동안 끝내야 할 것들이 다 거기에 있었다. 다행히 근처 시조사삼거리 쪽에 쏘카존이 있어서 부랴부랴 예약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작은 쏘카존이라 그런지 몰라도 예약가능한게 모닝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애 최초로 모닝을 몰고 출발하는데 ㅋㅋㅋㅋ 사이드미러를 급하게 손으로 맞춘지라 각도가 애매해서 오른쪽이 거의 안보였다. 결국 차선바꾸기가 너무 위험해서 우회전 해야할 곳을 두번 지나치고 청량리역까지 지나치는 예상에 없던 스릴있는 드라이브를 한 후에야 크게 돌아서 도서관 옆길에 댈 수 있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짐을 빼고 집에도 무사히 내려갔다. 내려가는길엔 경차광고에 나오는 모델의 미소는 심각하게 과장되었다고 열번쯤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튼튼한 뿔테로 바꿔버릴 계획으로 안경점 오픈 시간에 맞춰서 출발했다. 대충 적당한 가격으로 고르고 안경알을 맞추는데 혹시 시력이 떨어졌나 싶어 간단히 검사를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1년 사이에 시력이 좌우로 2단계나 떨어졌다. 안경사랑 나랑 둘다 안경테가 문제가 아니었다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