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을 끝으로 중간고사가 완전히 끝났다. 솔직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지도, 아예 나몰라라 안하지도 않았다. 발표 논문
5개가 가장 큰 고비였는데 정작 시험에는 1점짜리 문제 3개로 핵심주장을 요약하라 정도로 나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끝나고 도서관에 들러 왕규호 저 게임이론을 운좋게 빌려둘 수 있었다.
동
아리 뒤풀이로 칠갑산에서 불백을 먹었다. 저번학기 후문에서 잠깐 자취할 때 지나가면서 보기만 하고 실제로 가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꽤나 괜찮았다. 21시쯤 K와 몇몇을 불러 소주 한 잔 할까도 했지만 동아리 사람들과 2차를 갔다. 탐스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어린애들은 생각하는게 나와 많이 다르다. 내가 진심으로 원해서 이자리에 있는 것인가 하는 불편한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지만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22시반쯤 나와 K를 만나 회기 파전집에 가서 막걸리를 마셨다. 늘
가던 파전집 말고 다른집으로 가봤는데 여기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저번에 사당-이수 중간쯤 있는 파전집에서 실망한 뒤로 파전은
처음이다. K와 말을 할때면 이상하게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적당히 취해 오랜만에 pc방에 가서 롤을 했다. 술 먹고 롤을 하면 항상 지독한 자괴감만 남는다. 뭐든지 적당할때 끊어야 하는 법이다. 후회안할 자신이 있으면 하는거라는 대원칙이 벌써 무뎌졌나.
결국 6판을 내리 지고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3시쯤 도망치듯 나와 집에서 씻자마자 누워 잤다.
그렇게 8시10분에 겨우 일어나 시간에 딱 맞춰 1교시 수업에 도착했다.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쉬는시간에 캔커피 하나를 마실때는 기분이 너무 상쾌하기까지 했다. 햇빛의 유무와 감정상태는 큰 연관이 있는게 확실하다. 앞으로 새벽 늦게까지 괜한 걱정 괜한 고민에 빠지기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
123수업 후 첫 조모임을 가졌다. 날 제외하고 전부 16학번 신입생인데 내가 자기들을 캐리해줄거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오랜만에 다시 잡는 프레지. 14시정도까지 굉장히 집중해서 프레지 초안을 짰다. 짬밥이 참... 나이를 먹어갈수록 노하우가 쌓여 웬만한 일은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게 보인다.
교실이 너무 더웠다. 교실 탓인지 안에 받쳐입은 반팔 히트텍 때문인지. 내일은 반팔 와이셔츠를 입어야겠다. 오늘은 오랜만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었는데, 아주 만족.
15년 여름에 거시를 너무 단기간에 했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전부 handle할 수 있다.
S와 저녁을 먹고 시청각1층에서 스피치준비를 하다 21시반쯤 나와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갔다. 근력은 못했고 런닝머신을 20분정도 뛰었다. 한계 바로 직전까지 뛰고 헐떡일때면 상쾌하고 좋다. 이 악물고 턱 당기고 뛸 때 그 느낌도.
요즘 BSB에 다시 빠져 듣고 있다. 취향은 정말 어딜 가지 않는가보다. shape of heart 뒷부분이 참 좋다. 옛날에는 가사를 정확히 몰랐는데 이제는 그냥 들린다.
선글라스와 카메라를 사고 싶다. 천천히 모아볼까. 난 나만의 행복 나만의 설렘 나만의 즐거움을 찾겠다. 물론 다른 것도 있겠지만 반드시 남들과 다를 필요는 없다.
토요일에 집에 내려가지 않고 대신 시청이나 종로쪽에 중국어학원을 가고 오후나 저녁에 스터디를 할까 생각중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내 미래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하지 말자.
S가 오늘 5월 8일에 있는 잠실 두산전을 예매해주기로 했는데, 5분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200번대 자리를 놓치고 100번대로 가게 되었다. 그냥 내가 할걸. 그래도 뭐 큰 상관은 없다. 야구같이 좋은 취미가 있어서 좋다. 테니스와 수영도 올해 안엔 시작할 수 있길.
시험기간에 시험공부만큼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장 큰 다짐은 나를 가꾸는 일에 소홀하지 않겠다. 즐겁고 설레는 일을 내가 찾아서 해보겠다.
2016년 4월 29일 금요일
2016년 4월 26일 화요일
2016년 4월 24일 일요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배드민턴을 치다 담배한대 피러 나오는데 꼬꼬마들 여러명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열정적으로 하다 civil war를 벌이는 모습까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believe me. 나에게도 저런 낭만이 있었다. 쭈그려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내 자신과 그네들의 모습이 참 대조아닌 대조되어 사진으로 남겼다.
가끔 주위와 술자리를 가지다 자리를 옮길때 어린애들을 보게 되면 꼭 한 명쯤은 '얘들아, 공부안하면 나처럼 된다'하며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술기운이 충분할때면 스스로의 인생을 열등으로 단정짓는 한심의 극치.라며 속으로 낄낄대며 비웃으면서도 그 자조(自嘲)가 꽤나 우스워 모두와 함께 웃곤 한다. 그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believe me. 나에게도 저런 낭만이 있었다. 쭈그려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내 자신과 그네들의 모습이 참 대조아닌 대조되어 사진으로 남겼다.
가끔 주위와 술자리를 가지다 자리를 옮길때 어린애들을 보게 되면 꼭 한 명쯤은 '얘들아, 공부안하면 나처럼 된다'하며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술기운이 충분할때면 스스로의 인생을 열등으로 단정짓는 한심의 극치.라며 속으로 낄낄대며 비웃으면서도 그 자조(自嘲)가 꽤나 우스워 모두와 함께 웃곤 한다. 그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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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ung1
2016년 4월 21일 목요일
외대와 나
새벽내내 몬스터에너지를 연거푸 들이키며 거의 날밤을 새고 마지막 교양수업의 중간고사를 보러 왔다. 본관에서 나오는 길에 개교기념일 행사를 하길래 한 장 찍었다.
한국 사회에서만 유별나게 작용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개인에게 소속감이란 이미 충분히 중요할 뿐더러 고등학교를 거치지 않은 나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이다. 적어도 나는 도서관 어느 책상에 Goodbye my hufs를 새기는 날까지는 애증의 감정을 가슴에 듬뿍 담아 내가 모교의 간판이 되리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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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ung1
2016년 4월 19일 화요일
시험기간 시신 발견
룸메는 집에서만 안경을 쓰는데 (상당히 자주) 방 안에 훼손된 시신이 방치되어 있어 섬뜩하다. 놀랍게도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3년간 수명을 연장해왔다고 한다. 인간으로 치면 나보다 훨씬 어른이겠지 저 분은. 가끔은 무심코 밟기 쉬운 위치에 떨어져 있어 룸메가 빅픽쳐를 그리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ㅋㅋㅋㅋ용의자로 몰리면 안되는데..
지금은 시험기간이다.
요며칠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제발 사람답게 살자" 와 "시험이고 나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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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ung1
2016년 4월 8일 금요일
소 잃고 마스크 쓰기
미세먼지농도가 매일같이 빨간색인데도 길거리에서 한숨 푹푹 쉬고 다니는 객기를 부리다 결국 시험기간 진입과 동시에 코감기에 걸렸다. 집에 와서는 오자마자 마스크를 빨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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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ung1
2016년 4월 4일 월요일
모닝에겐 직진 뿐이야
쏜살같이 한 주가 지나가고 어느새 금요일. 석계역에서 친구와 고기를 먹고 일찍 헤어졌다. 친구는 피곤했고 난 쌓아둔 일이 많았다. 집에는 내일 저녁에 내려가리라 마음먹고 미시를 제외한 모든 교과서와 자료를 도서관 사물함에 박아둔 후 회기동 방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방에서 미시 공부를 쭉 하다가 10시쯤에 씻고 나왔다. 깔끔하게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잠시 앉았는데 재수도 없지 딱 벗어둔 안경 위에 앉아버렸다. 가뜩이나 충격에 약한 안경테는 답도 없이 휘어져 한번 써보니 내 얼굴에서 8시 10분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 별 다를 방법이 없었다. 방에 예비안경도 없고 근처 안경점에서 이렇게 휘어버린걸 과연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결국 야밤중에 집에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11시에 닫히는 도서관 지하에 있는 내 짐들. 주말동안 끝내야 할 것들이 다 거기에 있었다. 다행히 근처 시조사삼거리 쪽에 쏘카존이 있어서 부랴부랴 예약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작은 쏘카존이라 그런지 몰라도 예약가능한게 모닝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애 최초로 모닝을 몰고 출발하는데 ㅋㅋㅋㅋ 사이드미러를 급하게 손으로 맞춘지라 각도가 애매해서 오른쪽이 거의 안보였다. 결국 차선바꾸기가 너무 위험해서 우회전 해야할 곳을 두번 지나치고 청량리역까지 지나치는 예상에 없던 스릴있는 드라이브를 한 후에야 크게 돌아서 도서관 옆길에 댈 수 있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짐을 빼고 집에도 무사히 내려갔다. 내려가는길엔 경차광고에 나오는 모델의 미소는 심각하게 과장되었다고 열번쯤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튼튼한 뿔테로 바꿔버릴 계획으로 안경점 오픈 시간에 맞춰서 출발했다. 대충 적당한 가격으로 고르고 안경알을 맞추는데 혹시 시력이 떨어졌나 싶어 간단히 검사를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1년 사이에 시력이 좌우로 2단계나 떨어졌다. 안경사랑 나랑 둘다 안경테가 문제가 아니었다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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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ung1
2016년 4월 2일 토요일
버버리 터치 포맨 리뷰
진한 알코올향(스킨향) 싫어한다. 중성적인 향수를 즐겨 쓴다. 남들 맡으라는 치장의 의미보단 내가 맡는게 좋아서. 'wear' perfume이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표현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오감 중 기억(추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후각이다. 일정 기간의 순간들은 향기로 기억된다. 일상에 변화가 생기거나 심경의 큰 변화가 생기면 향수를 바꾼다.
틈틈이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터치포맨은 너무 흔하지도 않고 스킨향도 심하지 않다고 하여 꼭 사야겠다기보단 그냥 후보군에 올려두고 올리브영에 들렸는데 유일하게 2만원 후반대로 세일 중이여서 바로 샀다(쇼핑은 가성비 제일주의). DP된 제품이 없어 시향은 따로 안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렇게 바로 살 생각은 없었는데 술김이 큰 몫을 했다.
★★★☆(3.5점/5점) - 3.5보단 높게 주고 싶지만 4점은 확실히 아님
총평: 매력있는 중동 후추
향은 일단 남성향수의 세기를 상중하로 표시한다면 중.
탑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미들부터가 상당히 독특한데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나무향+흙향+아랍계 향신료. 오리엔탈의 느낌이 강한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 정도다. 때문에 흔하지 않은 향이지만 동시에 살짝 질리기 쉬운 향이다. 산다면 30ml가 딱 적당하다. 조향표에 풀이니 머스크니 이런게 있긴 한데 나와 같은 일반인이라면 못느낄걸.
어떤 향수의 향이 주는 이미지가 있다면, 왜 글쎄 그런거 있잖아.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의 현실에서 주인공의 상상으로 그대로 이어지다가 "저기요" 하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가며 향을 따라가게 된다. 소믈리에들이 와인 한모금 마시고 무슨 프랑스의 전원이 생각난다느니 하는걸 보고 코웃음을 치던 내가 이런 표현을 하게 될 줄이야. 오래살고 볼일이다.
한여름에는 never ever. 지속력은 6~7시간 정도로, 뚜왈렛치고 양호한 지속력이다. 스스로가 맡을 수 있는 정도라면 아침 9시에 나갈 때 뿌려도 저녁까진 남아있다. 분사력 좋고 나오는 양도 적당함. 한번도 불만 가져본 적 없음.
<Fragrantica 후기>
5점 만점 3.86점, 1200명 투표. (3.86이면 꽤 높은 점수대다)
- 놀라운 향! Le male과 같은 향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주된 향에서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나긴 합니다. 또 한편으론 남성스러운 머스크 향의 분위기가 있어요.
- 이건 저한텐 너무 매워요(peppery). It has a Millisime Imperial/ Love and Luck thing going on underneath of that heavy pepper...나쁘진 않지만 저한텐 아니네요. 끽해야 10점 만점에 6점.
- 향기가 정말 놀라워요. 좋습니다. 저는 달콤한 향 중독자라 향수를 엄청 수집하는데 버버리 터치 포맨의 향이 가진 매력(appeal)은 믿을 수가 없네요. 잠깐 앉아서 내가 무엇을 진짜 "향기"라고 불러야 할 지 생각하게 합니다.
- 악의는 없지만 터치포맨은 "진짜 남자"들만을 위한 향수에요. 당신이 만약 metrosexual이라면, 스키니진을 입는 남자라면, 이베이에서 가짜 구찌벨트를 사서 2살짜리 조카처럼 차려입는 남자라면 - 안 뿌리는 게 좋음.
- This is a fresh, masculine, a tad just a smidge powdery, 가슴털이 자라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키는 향수.
- 세련됨, 비밀스러움, 섹시함. 버버리 터치 포맨에 대한 이미지는 이정도네요. 당신과 당신 주위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놀라운 향기를 오랫동안 즐기게 해주는 아름다운 지속력. 버버리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향수(This one is a class act all the way).
- 오늘 당신의 고환이 확실히 붙어 있는지 확인해 줄 남성 이발소 향, with 조금의 사향고양이(civet)향(조향표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분명히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왜냐면 버버리 터치를 뿌린다면 분명히 필요해질테니까.
추가: 오랜만에 다시 가보니 좋은 평이 많이 늘었다. 지속력을 찬양하는 후기가 많음
추가2: 군시절 동기와 향수 얘기를 했었는데 자기가 써본 것중엔 마크제이콥스의 레인이 제일 좋았다고 그만한 향수 없었다고 해서 이번에 꼭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단종된지 한~~참 된 제품이었다. 남들이 비슷하다던 클린 레인은 괜찮긴 한데 와 이거다 할 정도는 아니었고 세르주루텐 로는 너무 비싸서 중산층은 감히 시향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추가3: 이글을 쓴 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내가 애용하는 향수가 되었다. 취향의 변화라기보단 적응이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예가 맞을지 모르겠는데, 베트남 쌀국수와 같은 느낌일까. 처음에는 경험하지 못한 향에 거부감이 들지만 몇번 먹다보면 서서히 적응되고, 그러다 어느날은 그 향이 갑자기 확 땡겨 쌀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이제는 공부하다 턱을 괴었을 때 이 향이 안나면 정말 허전하다.
이글을 처음 썼을 때를 돌이켜보면 소위 '남성향수'에 내가 적응이 되지 못했던 시기여서 거부감을 느꼈지 싶다. 향수를 또 살 형편은 안되어 틈틈이 뿌리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향에 적응했고 이제는 진심으로 그 향이 끌린다. 룸메가 여태까지 살면서 향수를 한번도 안써봤는데 이 향수에 꽂혀서 내꺼 써도 되니까 쓰라고 그렇게 말해도 굳이 자기도 자기꺼 하나 사겠다고 난리다.
진한 알코올향(스킨향) 싫어한다. 중성적인 향수를 즐겨 쓴다. 남들 맡으라는 치장의 의미보단 내가 맡는게 좋아서. 'wear' perfume이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표현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오감 중 기억(추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후각이다. 일정 기간의 순간들은 향기로 기억된다. 일상에 변화가 생기거나 심경의 큰 변화가 생기면 향수를 바꾼다.
틈틈이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터치포맨은 너무 흔하지도 않고 스킨향도 심하지 않다고 하여 꼭 사야겠다기보단 그냥 후보군에 올려두고 올리브영에 들렸는데 유일하게 2만원 후반대로 세일 중이여서 바로 샀다(쇼핑은 가성비 제일주의). DP된 제품이 없어 시향은 따로 안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렇게 바로 살 생각은 없었는데 술김이 큰 몫을 했다.
★★★☆(3.5점/5점) - 3.5보단 높게 주고 싶지만 4점은 확실히 아님
총평: 매력있는 중동 후추
향은 일단 남성향수의 세기를 상중하로 표시한다면 중.
탑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미들부터가 상당히 독특한데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나무향+흙향+아랍계 향신료. 오리엔탈의 느낌이 강한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 정도다. 때문에 흔하지 않은 향이지만 동시에 살짝 질리기 쉬운 향이다. 산다면 30ml가 딱 적당하다. 조향표에 풀이니 머스크니 이런게 있긴 한데 나와 같은 일반인이라면 못느낄걸.
어떤 향수의 향이 주는 이미지가 있다면, 왜 글쎄 그런거 있잖아.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의 현실에서 주인공의 상상으로 그대로 이어지다가 "저기요" 하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가며 향을 따라가게 된다. 소믈리에들이 와인 한모금 마시고 무슨 프랑스의 전원이 생각난다느니 하는걸 보고 코웃음을 치던 내가 이런 표현을 하게 될 줄이야. 오래살고 볼일이다.
한여름에는 never ever. 지속력은 6~7시간 정도로, 뚜왈렛치고 양호한 지속력이다. 스스로가 맡을 수 있는 정도라면 아침 9시에 나갈 때 뿌려도 저녁까진 남아있다. 분사력 좋고 나오는 양도 적당함. 한번도 불만 가져본 적 없음.
<Fragrantica 후기>
5점 만점 3.86점, 1200명 투표. (3.86이면 꽤 높은 점수대다)
- 놀라운 향! Le male과 같은 향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주된 향에서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나긴 합니다. 또 한편으론 남성스러운 머스크 향의 분위기가 있어요.
- 이건 저한텐 너무 매워요(peppery). It has a Millisime Imperial/ Love and Luck thing going on underneath of that heavy pepper...나쁘진 않지만 저한텐 아니네요. 끽해야 10점 만점에 6점.
- 향기가 정말 놀라워요. 좋습니다. 저는 달콤한 향 중독자라 향수를 엄청 수집하는데 버버리 터치 포맨의 향이 가진 매력(appeal)은 믿을 수가 없네요. 잠깐 앉아서 내가 무엇을 진짜 "향기"라고 불러야 할 지 생각하게 합니다.
- 악의는 없지만 터치포맨은 "진짜 남자"들만을 위한 향수에요. 당신이 만약 metrosexual이라면, 스키니진을 입는 남자라면, 이베이에서 가짜 구찌벨트를 사서 2살짜리 조카처럼 차려입는 남자라면 - 안 뿌리는 게 좋음.
- This is a fresh, masculine, a tad just a smidge powdery, 가슴털이 자라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키는 향수.
- 세련됨, 비밀스러움, 섹시함. 버버리 터치 포맨에 대한 이미지는 이정도네요. 당신과 당신 주위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놀라운 향기를 오랫동안 즐기게 해주는 아름다운 지속력. 버버리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향수(This one is a class act all the way).
- 오늘 당신의 고환이 확실히 붙어 있는지 확인해 줄 남성 이발소 향, with 조금의 사향고양이(civet)향(조향표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분명히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왜냐면 버버리 터치를 뿌린다면 분명히 필요해질테니까.
추가: 오랜만에 다시 가보니 좋은 평이 많이 늘었다. 지속력을 찬양하는 후기가 많음
추가2: 군시절 동기와 향수 얘기를 했었는데 자기가 써본 것중엔 마크제이콥스의 레인이 제일 좋았다고 그만한 향수 없었다고 해서 이번에 꼭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단종된지 한~~참 된 제품이었다. 남들이 비슷하다던 클린 레인은 괜찮긴 한데 와 이거다 할 정도는 아니었고 세르주루텐 로는 너무 비싸서 중산층은 감히 시향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추가3: 이글을 쓴 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내가 애용하는 향수가 되었다. 취향의 변화라기보단 적응이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예가 맞을지 모르겠는데, 베트남 쌀국수와 같은 느낌일까. 처음에는 경험하지 못한 향에 거부감이 들지만 몇번 먹다보면 서서히 적응되고, 그러다 어느날은 그 향이 갑자기 확 땡겨 쌀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이제는 공부하다 턱을 괴었을 때 이 향이 안나면 정말 허전하다.
이글을 처음 썼을 때를 돌이켜보면 소위 '남성향수'에 내가 적응이 되지 못했던 시기여서 거부감을 느꼈지 싶다. 향수를 또 살 형편은 안되어 틈틈이 뿌리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향에 적응했고 이제는 진심으로 그 향이 끌린다. 룸메가 여태까지 살면서 향수를 한번도 안써봤는데 이 향수에 꽂혀서 내꺼 써도 되니까 쓰라고 그렇게 말해도 굳이 자기도 자기꺼 하나 사겠다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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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u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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