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니 건물이 다 낮다.
멀리 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앞에 지리산 이 붙으니까 뭔가 평범한 것도 비범하다
지리산톨게이트 지리산농협 지리산CU
산내면 원천마을 에어비앤비 숙소
두개 호실이었는데 옆방은 비어있어서 조용하고 쾌적하였다 만족
나는 방음과 차음(둘다 동시에 중요)이 되지 않는 장소를 매우 기피한다
지리산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한 질 좋은 삽겹살을 그릴에 구워
챙겨온 복순도가와 곁들이며
올해 늦봄~초가을 간의 유람을 회상했다.
유람의 시작. 그애(들이)랑 멀어졌던 건 그렇게 끝냈던 경험은 오히려 내 인생에 보약이 되었다.
좋아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아무런 가시를 돋치지 않는, 임계점을 넘은 사이의 사람들은 확실히 느낄 것이다.
앞으로의 1년을 요약하면: 신변에 변화를 주지 않으며 안정을 추구하는 가운데, 변주를 준다.
기억하기 싫은 기억 기억할 필요없는 기억은 기억하지 않으면 된다
새로운 기억으로 덮어써 버리면 된다
하나씩 나는 뚜벅뚜벅
되돌리려 찾아가는 일이다.
사진도 찍지 않을 것이고 기록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 마지막날 버린 2009 나이키 반바지
이때부터 '버리는 여행' 구상
근데 부산에서 나시맨 탈출하려고 짐이 더 늘었던게 웃김ㅋㅋㅋㅋ
이번 지리산 땐 다음을 버렸다:
2014 등번호 8번 스페인 국대 상의
특히 요새는 인생 최대치로 다 버리고 비우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는 추억이라는 미명(대표적으로 학부 수업자료) 하에
버리지 못했던 것들 전부를 다 과감하게 버리고 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어제는 돌아보지 마.
0620 겨우..기상 ㅋㅋㅋㅋ
물 한모금 마시고 있자니 눈에 들어오는 머그컵 글귀
Be the best version of you
0800 출발
오랜만에 다시 조여보는 아이더 등산화
안개가 짙게 깔린 지리산과 덕유산
영험하다. 벌써 모든 기운과 풍경이.
The way to Mt. Jirisan
구름과 학 의 문
0825 백무동탐방지원센터 도착 & 주차
초반부터 매운맛
내리는 낙엽비에 탄성이 나왔다
이래서 가을산 가을산 하는구나
완전 오프로드 다리
신발: 지리산 갔다온 썰 푼다
자기가 극복해야지. 스스로 극복해야 해.
소지봉에서 휴몬트 등산스틱 버림
소지ㅗㅇ부터 장터목까지늦 순하맛
지리산 천연스틱 획득ㅋㅋㅋㅋㅋㅋㅋㅋ
도술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젱우치 류털도사 진급
똑같은 돌길 오르막을 시지푸스의 노역처럼 끝없이 오르며 진입한
클라이머스 하이 무아지경
다리는 기계적으로 올라가는데 머리는 명상을 하는 상태와 유사
지팡이 같다는 공상을 하다가 문득
해리포터? 적폐지
걔가 무슨 특혜를 받건 세상을 구하건 말건 신경 안쓰여
나는 후플푸프에서 공부 운동 열심히 하면서 마음 착한 조용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삶이 훨씬 좋아
이번엔 흰색 아디다스 바람막이 이쁨
절대 신앙에 인사안하는 나였지만
돌탑에 돌 하나 올리면서 꾸벅 기도함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나는 겸손하고 솔직해졌다.
정답은 언제나
나는나 너는너
믿을건 내 두 허벅지 뿐이야
천미터 이상 메이저 산에 오를 때마다 드는 생각
장터목대피소
NPC 아주머니한테 이것저것 받다
벤치 옆자리였는데 라면 끓여주겠다고 하더니
이후 지리산이 처음이라고 하자 정상에 춥고 배고프다고 핫팩에 간식에 계속 주심
대학생? 아니라고 하니
그럼 고등학생? 이랬음 진짜임 진짜^^ ㄴㅇㄱ
그리고는 쿨하게 사라지셨다
지리산 초심자에게만 나타나는 NPC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신발언: 라면 싱거워서 맛없었음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얼마 안될 줄 알았는데 거리가 상당하였음 -_-
구름의 높이까지 올라와
매와 눈높이를 함께하다
한라산 때와 흡사한 고산지대
고사목을 지나 오르고 오르다 보면 어느순간 거짓말처럼 도착
하지는 않고 직전에 딱 보인다 저기가 끝이구나
1,917m 천왕봉
정상석에 새겨진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등산 중 지나친 사람들의 대사
(먼저 내려가라고 기다리니) 고맙소
내 털모자 뒤에서 보니 뽀로로 같다고
원래 이거 돈받고 찍어주는건데~
looks pretty amazing
(화이팅하십쇼) 수고하셨습니다 - 딱 교대근무 또는 수색/매복 교대하는 느낌과 흡사
*우정출연: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산악런닝하던 외국인 (비현실적인 꽁트 같았음)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상당부분 외향적, 사교적으로 변모했다.
시작된 무릎 통증으로 고역
한걸음 한걸음 찌릿 특히 왼쪽 무릎
고통스러운 하산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이게 지혜지 다를리랑 어떤 논리적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는 지리산에서 내가 확실하게 얻은 지혜 하나 -
헛된 기대 안하게 해줌 정직하게 간 만큼만
딱 밤과 비
맞춰서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찐막 하산
산신령에게 한번 더 (산신령님 내려오면서 욕해서 미안합니데이)
소원?이라기보단 소망을 말하다
겸손하게 뒤로 나옴
복귀하는 길에 돼지국밥 한그릇 먹고
숙소에 돌아와 온수로 샤워하니
극락... 이곳이 천국...
함양에 비가 와
내 마음의 먼지들
이곳에서 전부 씻겨 가
하룻밤 상의탈의하고 자는 것도,
계획에서 틀어짐에 대응하는 과정
변화에 무뎌지는 과정
다음날 알람을 06시에 맞춰 두었는데
아무런 기억도 없는 채로 09시에 꿀기상 ^^;;
가로등 없는 산골 아침 오랜만이네
DMZ 매복 철수할 때 느낌이네
시럽 안탄 클래식한 카페라떼
진짜 오랜만. 외대 후문 이후.
이보다 더 맑을 수 없는 청정공기
민족의 영산 지리산산신령버프를 받고 다시 한번 눈앞의 현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