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사우나같은 비가 내리는 토요일. 주말 오전에 밖에 나오면 어쩜 그리 상쾌한지.
(실제로 하는 건 없지만) 열심히 사는 기분.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최악인 동네인 목동에 시험을 보러갔다. 갈때는 구로역에서 내렸고 올때는 신도림역에서 탔다. 구로역엔 일본인 동기 S와 초밥을 먹고 야구를 보러 왔던게 마지막. S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겨울에 전화해보니 최근 결혼(!)해서 성씨가 바뀌었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난 S의 예전 성씨가 더 이쁜데. 숙식 제공해줄테니 도쿄에 오라고~오라고 했던 S, 대학시절 내내 이번방학에는 가겠다고~가겠다고 했던 나. 올해 겨울엔 집들이도 할겸 꼭 가야지.
시험은 뭐 그냥저냥 맘편하게 봤다. 껌을 씹는건 좀 민폐인 것 같아 밀크캬라멜을 잔뜩 먹었다.
끝나고는 너무 배고팠다. 그 느낌? 쫄쫄 굶은 상태에서 초콜릿이랑 커피로만 배를 채웠을 때의 이상한(?) 포만감. 빨리 집에 돌아가 뿌링클 치킨을 시켜먹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7700원 요금제의 주인답게 차마 네이버 지도를 켜지 못하고 주위에 길을 물어 겨우 신도림행 마을버스의 번호를 알아냈다. 버스를 타고 가려는데 딱 정류장 앞에 평양냉면집이 있었다. 간판을 구경하고 있자니 갑자기 비빔냉면이 땡겨 충동적으로 들어가 먹었다. 맛있긴 했는데 만원은 좀 비싼듯. 만원이면 롯데리아 버거가 몇개냐...
2정거장이라길래 있는 자리에 안앉고 서 있었는데 무슨 2정거장이 이렇게 길던지. 오목교를 건너 도착한 신도림역. 무엇보다 내 첫 신병휴가 때 학교동기들하고 만난게 여기. 그땐 진짜 다들 풋풋했고(내 피부도 좋았고) 근심걱정도 없었는데.
그냥 집에 가려다가 디큐브시티에 혹시 무인양품이 있을까 해서 들어가봤다. 1900원짜리 과자만 한봉지 사서 나왔다.
집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는 옆집 초딩이 친구와 "6학년이 되어 느끼는 인생의 허무함과 무상함"에 대해 논하고 있길래 "난 16학년인데 ㅎㅎ"라고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끔찍하게 어색했다.
(숨겨도 뿌링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