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봤던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를 꼽자면 인터스텔라 도킹신에서의 대사. 폭발로 회전하는 인듀어런스호에 도킹을 시도하려 하자 "it's not possible"이라 비명을 지르는 케이스. 여기서 쿠퍼는 "no, it's necessary"라는 badass의 끝판왕 명대사를 날리고 도킹에 성공한다.
할게 많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내가 해야 될 일들(정확히 말하면 '해내야 하는' 일들)을 곰곰이 따져보면 마음속 케이스가 음절마다 끊어서 "it's / not / possible!!"이라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겠어. 뭘하든 어떻게든 끝까지 물고 늘어져보기로 했는데. 그래서 요즘은 상술한 쿠퍼의 대사가 일상의 모토다.
브콜너의 속좁은 여학생 2절은 "길었던 하루가 다 지나도 뭘 했는지도 모르겠어"로 시작한다. 이번주는 딱 그 소절이 어울리는 한주였다.
월요일엔 새로 온 교수님의 경제발전론을 듣는데 정말이지 내가 대학다니면서 이렇게 1도 안듣는 수업은 처음이다. 이거 하나 들으러 2시간을 통학해서 오는데 수업끝날 때마다 자괴감이 들어 죽겠다.ㅋㅋㅋㅋㅋㅋ 내가 선택한 range에서 경쟁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가서 한참 관련 책들을 뒤적였다.
화요일엔 뭘했을까? 전날 '선택과 집중'에 대해 생각했던게 이어져서 엄청난 책장정리를 한 거 말고는 딱히 기억이 안난다. 우체국에서 박스를 사와 앞으로 볼 것 같지 않은 책들을 전부 집어넣고 테이프로 꽁꽁 싸맸다. 해야할 것에 집중하기.
수요일. 매복군장 무게의 책가방을 메고 1교시 수업에 나갔다. 심지어 1초도 앉아서 못갔다. 경기도민의 숙명, '학교에 이제 막 왔을 뿐인데 하루가 다 끝난 것 같은 피곤함'.
점심은 오랜만에 I와 함께 먹었다. 만나서 얘기해보니 같이 밥먹는건 무려 2년만이다. 들어보니 저번에는 K랑 셋이 술을 먹다가 '더 먹으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도망쳤었다고.ㅋㅋㅋㅋㅋ 그래도 그동안 통화도 많이 하고 오다가다 마주친 적도 많아서 오랜만에 본 것 같진 않았다. 맥주로 간단히 반주하며 라멘을 맛있게 먹고, 날씨도 좋겠다 한갓진 카페 야외석에 앉아 밀린 얘기를 나눴다.
목요일. 저녁에 Y를 만나 닭한마리를 먹고 술도 했다. Y는 참 편하다. Y와의 연은 오래 갈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선 술기운을 날리고 자겠다는 근거없는 패기로 맨정신일 때보다 운동을 더 격하게 하다가 어지러워 쓰러지기 직전에 딱 쓰러져 잤다.
금요일엔 무려 수능특강을 샀다.ㅋㅋㅋㅋㅋㅋ 이번학기 계량경제학도 듣겠다 기억도 안나는 고딩통계학을 한번 제대로 정리해두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토요일. 하루종일 이유없이 너무 피곤했다. 도저히 책상에 못앉아있겠어서 침대에 5분 누웠다가, '아냐 이럴 때가 아니야'하고 다시 나와 앉았다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하며 다시 침대에 갔다가 뭐 대충 이런 하루.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악순환이라 헬스장에 가서 격하게 뛰고 왔더니 좀 낫다. 오늘은 이만 피곤함을 잠으로 묻고, 내일부턴 피곤해도 no it's necess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