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5일 화요일

need some sugar


- 첫 회계원리 수업은 대만족. 끝나고는 2시간 정도 김신행 저를 읽다가 서울대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교통편은 역시 최악이다. 노량진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경로였다. 오랜만에 가슴이 시린 감정을 다시 느꼈다. 이유는 이번에도 역시 전혀 모르겠다. 어차피 이곳과 이곳의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질 것이고 머지않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부분이 되겠지만 첫 감정만큼은 기록해두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 학과수업 교재비가 없어 그동안 보관해뒀던 수험서 기타 책들 약 15kg정도를 고시촌 중고서점에 가서 팔고 6만 5천원을 받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버리는 일에 익숙해졌다.



- 오자마자 K와 잠깐 통화하고 피곤해 쓰러져 잤다. 너무 피곤했는데도 잠을 많이 설쳤다. 그렇게 또 한번 일찍 일어나 출근길 지옥철에 나가면서 문득,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결국 이런 단조로운 나날들-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자고, 또 일어나 나가고-의 반복이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빠에게 슬쩍 말해보니 그런게 인생이라는 명확하지만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자꾸 정치경제학 수업 때의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난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는 절대 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 사실이 정답이자 동력이지 않을까 의심한다.



- 이른 점심으로는 S와 구 카빙당 자리에 새로 생긴 스테이크집에 가봤는데 영 별로였다. 스테이크를 잘 못굽는 우리 엄마보다도 더 못했다. 이제 안감. 그리고 9달만에 모르모트형 커피를 마셨다. 장사가 잘 됐는지 이전했더라.



- 정신없이 12 456789를 듣고, 5년만에 L을 만나 P와 함께 셋이서 치킨과 맥주를 간단히 먹었다. 인화원에서 한 강사는 "아닌 사람은 그냥 아닌 것이다"라고 했었는데, 그 말에도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내가 더 공감하는 건 "맞는 사람은 그냥 맞는 것"이라는 (내 버전의) 반대해석. L을 처음 봤을 때도, 지금도, L은 그냥 나와 맞는 사람이다.



- 말을 더 잘할 수도 있었고 더 친절할 수도 있었다. 맞다.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피곤하면 사람은 방어적이 되는 법이고, 일련의 일들은 나라는 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오늘의 피곤함이 문제라고 여기기로 했다. 두가지 확실한 건 힘들 때 잘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잘하는 것이고, 이상의 이야기와는 전혀 별개로 두번 세번 네번 겸손한 사람이 되자는 것.



- 오는 길은 역시 서서 오느라 진이 다 빠졌다. 8월에는 '통학 그까짓거!'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지옥이다. 이번주는 정말이지 다녀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쓰러져 자고, 다음날 6시반에 일어나 이리저리 낑겨서 1교시에 겨우 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사한 이후로 안산에 있을 때보다 시간은 25분정도 짧아지긴 했는데 앉아서 가지 못한다는게 너무 크다. 안산에서 다닐 때는 끝과 끝이라 오래 걸리긴 해도 제 시간에 일어나기만 하면 앉아서 갈 수 있었고 올 때는 서동탄행이나 신창행을 타면 금정까지 쭉 앉아서 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얄짤없이 서서 가고 서서 와야한다. ㅠㅠ 체력소모가 너무 크다. 이틀간 오가는 길에 연습책을 어떻게든 봤는데 솔직히 공부가 된 건 아닌 것 같다.



- 이것저것 쓰고 싶은 말이 많고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아 조금 수정하고도 싶지만 그것보다는 침대에 파묻혀 자고 싶은 욕구가 크다. 내일도 일찍 나가야하고... 운동을 꼭 좀 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는 집에 도착하면 도저히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체력도 경쟁력이겠지. 멍하다. 어제오늘은 '무엇을 했고 어떻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냐'와는 별개로 최소한 잡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날이었던 것은 확실하니, 오늘은 두 발 뻗고 푹 자야겠다. 자체평점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