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16/10/25(월)의 기록
어제는 늦게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늦게까지 잠이 오질 않았다. 잠이 드려는 찰나에 뭔가가 머리 위로 툭하고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잡아서 허공에 던졌는데 그 잡히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묵직했다. 순에선 말그대로 이상야릇한게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잠이 싹 가셔 불을 켜고 살펴보니 풍뎅이같이 생긴 벌레였다. 덕분에 야밤에 한참 세수를 하고 한시간 가량을 더 뒤척이다 3시가 넘어 잠들었다. 처음 침대에 누울 때 계획했던 7시50분 알람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임을 자기 직전에 깨달아 취소하고 잤음에도 7시 45분에 눈이 확 떠졌다. 신기하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수업 10분전에 도착해 4분만에 학식 닭곰탕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Legal Aspect 수업에선 오랜만에 지목당했고 "in itself" 파트에서 조금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잘 마무리했다. 재정학 수업은 영어과 수업에 대한 걱정이 자꾸 들었지만 후생경제학 2정리 부분부터는 완전히 몰입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들었다.
끝나고 아리가또멘에서 일본라면을 먹고 싶었으나 브레이킹 타임과 겹쳐 실패했다. 대신 창동역에서 핫바와 오뎅국물을 먹었는데 크.. 한계효용이 가장 큰 순간이었다. 버스를 2개나 놓치긴 했지만.
더 아날로그식 인간이 되어보고자 한다. 수첩에 비닐바인더를 끼워 지갑대용으로 들고 다닌다. 항상 지퍼를 열어야 해서 결제할 때 불편하긴 하지만 많은 생각을 기록할 수 있어 좋다. 카톡은 지운지 꽤 됐고, 핸드폰은 아예 방에 두고 나올 때가 많다. 음악은 mp3로 듣는다.
장학관밥은 항상 억지로 먹는 느낌이다. 퍽퍽한 밥을 억지로 구겨 넣으면서, 핫바가 2000배는 더 맛있다고 생각했고, 도봉 01번 마을버스에 대한 내 의존도는 얼마나 될까 고민해봤다.
작성자:
jetung1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MISSION COMPLETE
어제는 5시간동안 재정학 시험을 보면서 극대화 문제를 50개는 푼 것 같다. 군시절부터 max 캔커피의 가성비를 좋아했었는데 당분간은 쳐다보지도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번학기는 작년 2학기처럼 월화수에 과목이 심하게 몰려있다. max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날밤을 새며 짱깨와 맥모닝을 6시간 간격으로 시켜먹었다. 24시간 배달이 되는 중국집이 있었다니. 난 그동안 뭘한걸까. 몇달만에 동방에 들르자니 1학기 시험기간으로 돌아간 역데자뷰가 왔다. 소파에 누워 산업조직론 ppt를 봐야할 것만 같은 기분. 생각해보면 저번학기 7전공 23학점 도대체 어떻게 했었나 싶다. 그래, 방황도 많이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기도 했다. '추억보정'이라도 상관없다. 과거의 나에게 박수를.
해가 뜰 때까지 법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며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은 specialist인지 generalist인지, 나는 어느 것을 원하는지,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느 쪽의 자질일지 생각에 잠겨봤다.
법경제학은 코즈정리의 한계와 punitive damages를 한국 법체계에 general rule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비평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300단어 제한이 있는 시험은 처음이었는데 시험을 보면서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간결함'이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특히 '간결함'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비약이 되지 않게 하는 것. 단어 제한에 맞추다보니 처음에 생각하는 구상보다 전개가 생각보다 많이 산만해졌다. 이렇게 한번 더 learn by doing.
다 끝내고 나오니 날씨가 얼마나 따스하고 좋던지. 역시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옛말 틀린거 하나 없어. 3시 수업 전까지 ex-룸메의 방에서 눈을 붙이지 않는다면 정말 기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4개의 시험을 앞두고 침대에서 죽고 싶어하는 K를 위로 아닌 위로 해주고 정말 행복하게, 눈을 감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그 10초 동안, 두번 다시 내 인생에 밤샘은 없고 오늘의 고통을 내일로 미루는 일도 없을 것을 스스로에게 공표했다.
그러나 잠은 땡겨쓰면 반드시 이자를 보태 갚아야 하는 법. 알람을 5개는 해두었건만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은 상태로 4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데이터분석 수업에 한참 늦게 들어갔다. 조용히 맨뒷자리에 앉아 땡땡부어 떠지지 않는 눈으로 당일 실습과제 1문 2문을 건너뛰고 3문부터 답을 적고 있노라니 교수님께서 뒤에서 슬쩍 보시고 웃으시며 1문만 하라고 자비를 베풀어 주셨으나 시간이 부족해 결국 1문에는 방법론만 적고 부끄럽습니다...라고 각주를 달아 제출했다. ^_^
그리고 갑자기 별다른 이유없이 앞으로 청바지를 웬만하면 입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789가 끝나면 어둡다. 역 건너편에 있는 '맛집 찾다 차린 맛집'은 언제 한번 가봐야지 했던게 벌써 4년째다. home sweet home으로 향하는 23분발 서동탄행 1호선 열차에서 문득 떠오르는 계란빵과 역사 자판기커피를 좋아하던 어린 나의 추억에 잠겨 기분좋게 잠들었다.
작성자:
jetu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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