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5시간동안 재정학 시험을 보면서 극대화 문제를 50개는 푼 것 같다. 군시절부터 max 캔커피의 가성비를 좋아했었는데 당분간은 쳐다보지도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번학기는 작년 2학기처럼 월화수에 과목이 심하게 몰려있다. max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날밤을 새며 짱깨와 맥모닝을 6시간 간격으로 시켜먹었다. 24시간 배달이 되는 중국집이 있었다니. 난 그동안 뭘한걸까. 몇달만에 동방에 들르자니 1학기 시험기간으로 돌아간 역데자뷰가 왔다. 소파에 누워 산업조직론 ppt를 봐야할 것만 같은 기분. 생각해보면 저번학기 7전공 23학점 도대체 어떻게 했었나 싶다. 그래, 방황도 많이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기도 했다. '추억보정'이라도 상관없다. 과거의 나에게 박수를.
해가 뜰 때까지 법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며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은 specialist인지 generalist인지, 나는 어느 것을 원하는지,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느 쪽의 자질일지 생각에 잠겨봤다.
법경제학은 코즈정리의 한계와 punitive damages를 한국 법체계에 general rule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비평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300단어 제한이 있는 시험은 처음이었는데 시험을 보면서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간결함'이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특히 '간결함'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비약이 되지 않게 하는 것. 단어 제한에 맞추다보니 처음에 생각하는 구상보다 전개가 생각보다 많이 산만해졌다. 이렇게 한번 더 learn by doing.
다 끝내고 나오니 날씨가 얼마나 따스하고 좋던지. 역시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옛말 틀린거 하나 없어. 3시 수업 전까지 ex-룸메의 방에서 눈을 붙이지 않는다면 정말 기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4개의 시험을 앞두고 침대에서 죽고 싶어하는 K를 위로 아닌 위로 해주고 정말 행복하게, 눈을 감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그 10초 동안, 두번 다시 내 인생에 밤샘은 없고 오늘의 고통을 내일로 미루는 일도 없을 것을 스스로에게 공표했다.
그러나 잠은 땡겨쓰면 반드시 이자를 보태 갚아야 하는 법. 알람을 5개는 해두었건만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은 상태로 4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데이터분석 수업에 한참 늦게 들어갔다. 조용히 맨뒷자리에 앉아 땡땡부어 떠지지 않는 눈으로 당일 실습과제 1문 2문을 건너뛰고 3문부터 답을 적고 있노라니 교수님께서 뒤에서 슬쩍 보시고 웃으시며 1문만 하라고 자비를 베풀어 주셨으나 시간이 부족해 결국 1문에는 방법론만 적고 부끄럽습니다...라고 각주를 달아 제출했다. ^_^
그리고 갑자기 별다른 이유없이 앞으로 청바지를 웬만하면 입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789가 끝나면 어둡다. 역 건너편에 있는 '맛집 찾다 차린 맛집'은 언제 한번 가봐야지 했던게 벌써 4년째다. home sweet home으로 향하는 23분발 서동탄행 1호선 열차에서 문득 떠오르는 계란빵과 역사 자판기커피를 좋아하던 어린 나의 추억에 잠겨 기분좋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