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2일 수요일


천안에 사는 친한 학교 동기형이 휴가를 나왔나보다. 간만에 오후까지 늦잠을 자고 1시에 일어났는데 안산으로 오고 있다는 카톡이 와있었다.  짬찌가 선조치 후보고를 하다니.

한창 싱숭생숭할 때다. 나나 형이나. 오이도에 가서 같이 바다를 봤다. 난 전역만 하면 뭐든지 다 될 줄 알았는데. 세상은 달라진거 하나 없고 내 능력은 더더욱 그랬다.

내가 하고 있는게 잘하고 있는건지 모르니까. 그래서 답답하다. 다시 되돌리기에는 이미 간게 너무 많은데.

2015년 7월 18일 토요일


매번 가을은 마음의 준비가 안됐을때 갑자기 찾아온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쌀쌀하고 하늘이 그동안 보던거랑 좀 다를때. 쓸쓸하고 착잡해진다. 옛날에 호주에 갔을때 처음으로 느꼈어서 난 매년 그런 날이 찾아올때마다 호주가 왔다고 하곤 한다. 내 인생에서 큰 일들은 전부 가을에 있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어서 난 벌써 여름이 끝난건가 겁이 났다. 버티고 있다지만 아무것도 이룬게 없는데. 다행히 날짜가 날짜인지라 어제 비가 온 탓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 여름이 끝날땐 홀가분할 수 있을런지. 과연 언제쯤 나는.




2015년 7월 16일 목요일



어제 강남대로에서 한블럭 건물쪽으로 들어간? 그런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도로에서의 일이다.

보통 그런도로에서 내는 속도를 넘어 달리는 차와 90도로 마주쳤는데 골반쪽이라 다행히 순간적으로 몸은 뒤로 뺐지만 발이 바퀴에 깔렸다.

일단 당시에는 괜찮았지만 교통사고가 그 당시에는 아드레날린 솟구친 흥분상태여서 이상이 없는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는 글을 어디서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그 말을 운전자한테 말하고 차 상태 이상없는거 확인한다음 나는 내일 검사를 받아볼테니 당신도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서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건지 알아봐라 굳이 과실을 따지면 당신이 훨씬 큰건 당신도 알겠지만 내가 당신한테 악의가 있는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피차 바쁘니 불필요하게 시간낭비하지 말자고 말하고 연락처 주고 받고 보냈다.

그뒤로 하룻밤 지날때까지 걸을 때 조금 쑤시는거 빼곤 별 지장도 없고 해서 혹시 모르니 엑스레이나 한번 찍어보고 만원돈밖에 안하는거 그냥 앞으로 조심하시라고 말하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정형외과에 갔는데 찍어보니 부러지고 금가고ㅋㅋㅋㅋㅋㅋ난리났다. 신기하게 의사가 누르는 부분만 엄청 아팠다. 


여튼 그래서 처음에 접수할때 자비로 하겠다고 했던거 물려서 보험으로 접수하고, 피같은 7만원 시원하게 긁고(나중에 환불된다고 했는데 피셔의 2기간모형과 7만원이 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고픈 충동을 꾹 눌렀다) 깁스하고 병원나오는데 헛웃음이 나와 한참 웃었다. 진짜 다치는건 한순간이다. 한방에 훅간다...ㅋㅋㅋㅋㅋㅋㅋ

왜 하필 그시간 그순간에 거기있었는지 참 말도 안되는 우연이다. 참 재수도 더럽게 없네 하면서도 좀더 심하게 다치거나 아님 막말로 죽었거나 했으면 그 순간 내인생도 그대로 끝났을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부귀영화건 성공이건 보람찬 하루하루건 뭐건간에 안전이 최우선이다. 특히 도로에서. 운전자던 보행자던 내몸은 내가 지키자고.

2015년 7월 13일 월요일

매주 일요일이 그렇지만 잠을 제대로 못자고 아침부터 부랴부랴 나와서 너무 피곤했다. 이래서 쉬는날 잠을 몰아자는게 좋지 않다. 나라고 모르는게 아니었지만 수면욕은 너무 강력한 본능이라 알람이 울리고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 그 몽롱한 무의식 중에 수면욕과 싸워 이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반쯤 감긴 눈으로 화장실 거울 앞에 멍하니 있노라면 도대체 군생활 21개월 하루하루 피곤해서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해진다.

학교 통학할 때 특히 그랬는데 어떤 일정이 있는날 늦잠을 자거나 해서 일단 평소보다 늦었을때. 굉장히 촉박하게 준비를 해서 뛰어가던 택시를 타건 어쨌던간에 그렇게 해서라도 한번 제시간까지 가고 나면 다음 일정 땐 알람이 울릴때 저번에 일어났던 그 시간까진 자도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꼭 3분 늦어서 출결점수 한번 까인다음에야 후회하지. 3분만 빨리 일어날걸 하고.

다음주 일요일엔 건강이 썩어가는걸 느끼면서도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해야만 할 때의 꺼림직한 기분을 느끼지 말자. 난 카페인이 몸에 너무 잘 받아서 각성효과가 강하게 오래 간다. 살짝 뜬 기분이 돼서 평소라면 안했을 말도 하고 그런다. 고등학교 나이때는 단순히 커피가 안졸리게 해준다고만 알아서 카페인에 취해 밖에서 감정을 막 쏟아내고 집에 돌아와 자기전에 생각해보면 어리둥절할때가 많았다. ...내가 진짜 그랬다고? 알코올과의 시너지효과는 더 대박이다. 신입생 때 바에서 예거밤만 동틀때까지 마신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그렇게 개가 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또 반대로 각성효과가 훅 없어지고 나면 정말 공허하고 무기력하다. 에너지를 땡겨쓰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참 싫어서 웬만하면 커피를 안마시는데 요즘은 내 의지만으론 버티기 힘들게 피곤해서. 시간에 끌려다니기보다 빨리 내가 시간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고 싶다.


얘기가 엄청 샜다. 오늘은 피곤하고 예민해서 딱 내가 해야될 것에만 최소한으로 에너지를 써서 집중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다시 반대로 탔더니 역을 지나서 내리고, 실내에서 우산피고 걷고(심지어 강남역), 화룡점정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두정거장 남기고 졸아 종착역까지 가는 등 바보짓의 향연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택시에 우산을 두고 내리자 화도 나질 않아 그냥 비를 맞으며 실성한듯 한참 웃었다. 아니 어떻게 밖에 비가오는데 우산을 두고 내리지ㅋㅋㅋㅋㅋ

2015년 7월 1일 수요일

정말 긴 하루였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보다 몸이 피곤한게 훨씬 낫다는걸 잘 안다. 100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일단 도전하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아득바득 버티는것. that's the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