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이 그렇지만 잠을 제대로 못자고 아침부터 부랴부랴 나와서 너무 피곤했다. 이래서 쉬는날 잠을 몰아자는게 좋지 않다. 나라고 모르는게 아니었지만 수면욕은 너무 강력한 본능이라 알람이 울리고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 그 몽롱한 무의식 중에 수면욕과 싸워 이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반쯤 감긴 눈으로 화장실 거울 앞에 멍하니 있노라면 도대체 군생활 21개월 하루하루 피곤해서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해진다.
학교 통학할 때 특히 그랬는데 어떤 일정이 있는날 늦잠을 자거나 해서 일단 평소보다 늦었을때. 굉장히 촉박하게 준비를 해서 뛰어가던 택시를 타건 어쨌던간에 그렇게 해서라도 한번 제시간까지 가고 나면 다음 일정 땐 알람이 울릴때 저번에 일어났던 그 시간까진 자도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꼭 3분 늦어서 출결점수 한번 까인다음에야 후회하지. 3분만 빨리 일어날걸 하고.
다음주 일요일엔 건강이 썩어가는걸 느끼면서도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해야만 할 때의 꺼림직한 기분을 느끼지 말자. 난 카페인이 몸에 너무 잘 받아서 각성효과가 강하게 오래 간다. 살짝 뜬 기분이 돼서 평소라면 안했을 말도 하고 그런다. 고등학교 나이때는 단순히 커피가 안졸리게 해준다고만 알아서 카페인에 취해 밖에서 감정을 막 쏟아내고 집에 돌아와 자기전에 생각해보면 어리둥절할때가 많았다. ...내가 진짜 그랬다고? 알코올과의 시너지효과는 더 대박이다. 신입생 때 바에서 예거밤만 동틀때까지 마신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그렇게 개가 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또 반대로 각성효과가 훅 없어지고 나면 정말 공허하고 무기력하다. 에너지를 땡겨쓰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참 싫어서 웬만하면 커피를 안마시는데 요즘은 내 의지만으론 버티기 힘들게 피곤해서. 시간에 끌려다니기보다 빨리 내가 시간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고 싶다.
얘기가 엄청 샜다. 오늘은 피곤하고 예민해서 딱 내가 해야될 것에만 최소한으로 에너지를 써서 집중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다시 반대로 탔더니 역을 지나서 내리고, 실내에서 우산피고 걷고(심지어 강남역), 화룡점정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두정거장 남기고 졸아 종착역까지 가는 등 바보짓의 향연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택시에 우산을 두고 내리자 화도 나질 않아 그냥 비를 맞으며 실성한듯 한참 웃었다. 아니 어떻게 밖에 비가오는데 우산을 두고 내리지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