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가을.
하늘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지난주는 특히 고역이었다.
8월 말부터 이미 방전되었다고 느낀 상태였는데.
결국 나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쥐고 있던 끈을 놓친 듯 하다.
비유하자면 이런 걸까?
핸드폰이 충전기에 꽂혀 충전은 되고 있는데, 충전량보다 소모량이 많아져 버린 상태.
권태도 싫고
자극도 싫어진 상태.
택시 출퇴근도 여러번 했고,
커피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마셨고,
한번 참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에 감정섞인 대응을 했고,
밤에는 캔맥주를 여러캔 마시면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고,
기어이 담배도 몇대 피웠다.
불안과 씁쓸함에 시달렸던 이전의 가을들에 대한 꿈을 자주 꿨다.
안산 성포동이 자주 나왔다.
가끔은 새벽 늦게까지
커리어 / 내가 하고 싶은 것 / 내가 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했고,
나에게 필요한 것 / 내가 해야 할 것을 생각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로의 부정적인 부분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것과 저것에 대한 마음정리도
했다.
비틀비틀 거리다 결국 다운당하고 말았다.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가끔은 똑같은 패턴에 연속해서 턱을 내주었다.
허나 의식을 되찾고 보니
오히려 털어진 짐들.
어쩌면 나는 절대 다운을 당하면 안되겠다는 강박에 얽매여있었던 건 아닌지.
나는 이미 수차례 단절의 경험이 있다.
단절되어 있을 때 정서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한가지 FACT와 한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면,
힘겨웠으나 나는 결국 다 지나쳤고, 스스로 극복해냈고, 성취를 이뤄냈으며, 지금은 그때보다 많고 건전한 유대감(feeling connected)을 느끼고 있다는 FACT와,
내가 아무리 우울과 권태에 빠져 있어도 세상은 달라지는 것 하나 없고 결국엔 내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
변화는 때론 고통스럽고,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변화라 하더라도 변화에 익숙해지기까지는 2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그 사이에 고질적인 습관이 재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 마음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포기해버리면 안된다.]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남지않을 자극을 배제하고,
더 가치있는 나를 위해 힘쓰는 것이
찾아오는 공허함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것이다.
consistent input 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분명히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괜찮다. 3일은 운동하는 것이 3일간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
그래도 그냥 계속할 것.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고 싶다면 계속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한 채 안고 가야 할 때도 있다. 벽에 부딪히다 보면 근력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멈추지 않고 그냥 계속하기, 그것이 변화를 앞당긴다.]
이번 9월, 2020년 9월에 내가 '하지 않겠다' 고 결심하고 실행한 일들 또한
모두 이것의 일환이기를 바라고
그럴 것이라 믿는다.
시야는 더 또렷해지게, 마음은 더 가벼워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