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1일 목요일

2019년 1월의 옴니버스



1.31.목

메모만 빠르게 옮기고 23시 20분에 자니 아침에 무척 개운.

나는 잠을 줄이면 생산성이 급락하는 타입? 우울의 원인은 수면부족(또는 과다)?



아이유 밤편지*******. 일어나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맴돌다. 길거리 오고가며 듣던게 다였던 플레이리스트에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었던 노래였는데. 아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꿈을 꿨었나보다. 가사도 잘 모르는채로 하루종일 흥얼거림.



나만의 멋으로 살겠다? 그것도 웃긴 말임. '멋'이라는 표현에서부터 '비춰지는 나'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지 않을까? 이율배반적이야.



양치를 하던 중 피가 묻어나와 나와 옆사람 모두 깜짝 놀랐지만 재채기 중 혀를 깨물었기 때문임이 밝혀짐.













1.30.수

맑음. 오전 외근 오후 외근. 오랜만에 햇빛을 듬뿍 쐬서 좋았음. 점심때 뒤늦게 선크림을 바름. 앞으로 외근일땐 아예 아침부터 발라야겠음.


의도치 않은 노카페인 데이. 괜찮다 싶더니 저녁시간 직전에 정신잃고 엎드려 잠. 시작한것도 모르고 자다가 중간에 깸, 조금 뻘쭘했음. 순간 잠의 유혹이 얼마나 세던지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볼을 책상에 대고 고개를 돌려 5분을 더 잠.


유도. 첫 업어치기. '시간가는 줄 몰랐던게' 얼마만인지. 재밌었다. 중력의 위력(?)은 말문이 턱 막힐 정도.


표적지를 보고 쏘는 게 아니라 가늠쇠를 보고 쏘는 것이다, 표적지는 그냥 흐릿하게 보이는 상태로 두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더 정확하게 맞는다, 진종오선수 인터뷰 6점 쏜 이유: 표적지 봤다 ----> 내 앞의 작은 것에 집중***** (명상 코끝 숨, 단순반복기계작업, 양 한마리 양 두마리)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해야 한다.

취미에 미친것처럼 몰입하기? 좋은 선택 같다.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면 몰입할 대상(눈 앞의 것)이 필요하다.



우울한 눈으로 북적이는 인파 속에 껴서 지나치는 사람들을 '관찰'.



외상. 외상 후 성장,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외상내기.





"외모"에 대해 생각했음. 누군 좋다 누군 별로다의 차원이 아니라, 누군가는 좋다고 느끼겠지? 하는 차원. 짧은 시간동안 몇백명의 사람들을 미술관 그림을 관람하듯 의식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느낀 점은: 다들 비스무리하다. 다들 똑같이 괜찮다. 누구도 크게 모나지 않고 누구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다시 한번 진정으로 외면은 중요한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함. 특히 월요일의 일이 크게 작용했음.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 내면에 있어서도 기준은 '나'가 되어야 함. 모두가 그게 좋은 거라고 하니까 그래야한다? 의문을 가져야 한다. 잠깐 셀프크리틱? 난 최소한 친절한 내면을 가지지는 않았다.





약을 한알 털어넣고 운동을 하니 조금 괜찮아짐. 약효가 좀 빨리 왔으면 좋겠음. 우울할때 비로소 먹으면 늦는다. 예방하는 느낌으로 먹어야함. 무감각. 무뎌지기. 둔감해지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나는 다시 한번 이 둘에 대해 고민한다. 요즘은 방향을 잃고 헤매인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걸 그중 하나로 해볼까. 솔직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만 신상을 제한해서. 가장 중요한건 정리가 아니라 기록. 다 기록을 해둬야.





또 다른 연애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있고 동감 또한 된다. 내 의견 낼 필요는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나는 조용히 내 선택을 하면 된다. 영향을 받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서 너무 미안하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만나본 사람들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1.29.화

데미소다 사건:

J형이 음료수를 사주겠다고 해서 같이 1층 자판기에 갔다.

J형이 1000원을 넣고 "뭐 마실래?" 해서

0.1초의 고민도 없이 "오후엔 탄산이죠"하고 600원짜리 데미소다를 탁 눌렀는데

알고보니 J형은 지갑에서 딱 천원만 빼서 내려왔었음

근데 그 자판기에서 제일 싼 음료수가 500원짜리 컨피던스

내가 뭐 말려볼 틈도 없이 바로 빡 눌러버린게 너무 웃기다고

5분을 그렇게 낄낄낄 웃었음







뭘 할 수 없을만큼 우울해서 일찍 누운 어느 날.



왜 일찍 누우셨어요 공부하셔야죠

나: (응 요즘 별로 의욕이 없네)

빨리 일어나세요 사람이 변하면 안돼요ㅋㅋ

나: (ㅋㅋ)



그러고 가만히 20분쯤 누워있다보니

그 친구말이 좀 맞는 것 같았음. 사람이 변하면 안된다는게.

그냥 하던대로 쭉 하다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모여 나를 바꾸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해봤는데 니 말이 맞는 것 같애"라는 뜬금없는 말을 전하고 공부하러 감




적당히만. 적당한 관계로만.

= 아주 깊은 관계를 맺지는 않는다 같은 유치하고 1차원적인 게 아니라
= 적당한 관계가 되려면 내가 많이 배려하고 먼저 희생하고 해야 된다 는 차원



반드시 많은 일을 해야 하는가? 난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편인가?





두달 가까이 계속되는 우울함. 로보캅에서처럼 '인간성 농도'가 낮아지고 싶은 기분. 난 때때로 감정없는 기계가 부럽다.





+가 없음에도 상당히 행복한 상태일 수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 없음으로써 느끼는 안정감", 그로부터 비롯되는 소극적 행복. 들뜨거나 깔깔 웃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류의 적극적 행복 대신.
















1.28.월.눈

올해 첫 눈. 쌓일만큼 내리진 않음. 눈이 오면 포근하다.



생애 첫 대구방문.

가죽 한 장. 그 장면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만큼 충격적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삶과 죽음의 덧없음.



병든 닭처럼 졸다.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안해도 되나?

A: 그런 날도 있어야지

속으로 정말 맞다고 대답함. 그런 동감이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음.



엔진소리 백색소음.



며칠째 계속되는 생각: ㄱ vs ㄴ. 불편한 건 당장 눈앞의 일이 아닌데 재보고 있다는 것. 답은 둘다 아닐수도?

K의 페북. 모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수영장.



말은 하는데, 안하는게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함. 어느쪽이 맞는 것일지?











1.24.목



꿈을 꿨는데 종교행사에 유교가 있어서 한참 웃음. 한분은 이름이 도영이었는데 내가 아는 도영은 없다. 대체 누구냐.



친해지고 싶은 첫인상은 아닌 같은 조가 된 남자에게 애써 웃으며 말을 꺼냈는데 곧 본관(?)으로 간다고. 그래서 그렇게 비협조적이었군.











1.23.수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자유도가 글보다 훨씬 높으니까. 상상을 덧붙일 여지가 더 많으니까. 양식은 만화가 어떨까?









1.22.화



나와 나`.

평행우주가 있다면, 나`에겐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1.21.월



아프면 통증이 있는 건 당연. 참는 건 미련한 짓. 병원을 가면 됨.











1.17.목



여기저기서 본인의 취향을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는 000이 좋아요 0000이 좋아요 등등등.

그렇다는 건 先취향 後대상이라는 뜻일까. 자신의 취향을 먼저 정해놓고, 그 다음에 어떤 대상이 본인의 선호에 맞는지 이리저리 따져보는거지.



이분법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고,

실제로 나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딱딱 떨어지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지만,

어쨌든,

그러면 말은 잘 맞는다.



너 A가 왜 좋아? 하고 묻는다면

난 00이 좋으니까, 하고 대답하면 되니까. 문제없음.



나는 반대쪽에 가까운 것 같다.

A는 A라서 좋다. 끝.



물론 누가 실제로 나한테

대답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상황에서

"왜 A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A라서요" 라고 대답할 정도로 끔찍한 소통능력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럴 땐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말을 살짝 웃으면서 하면

높은 확률로 내 마음 꺼내보일 일은 생기지 않는다.

















1.16.수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다.

꽤 오래된 생각이라는게 슬프지만, 사는게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

계단을 오르면서 J형에게 오늘은 일찍 자겠다고 하자 어디 아픈건 아니냐고 물어왔다.

몸이 아픈건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



도피성 수면을 하기로 했다. 약 지속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심정은 약을 먹지 않았던 날들의 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내가 잠깐 기댔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내가 잠든 순간에도 행복하길.





















1.15.화



오늘은 약효가 무엇인지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약은 마음을 잠시 둔감해지게 해 준다.



어젯밤 마지막에 했던 생각이 아침까지 이어져 8시까지의 난 상당히 짓눌려있는 상태였다. 아침밥을 굉장히 멍하게 초점없이 먹었던 게 기억난다.



8시쯤 약을 복용하고 2시간쯤 어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 기분이 '아무렇지 않음'을 문득 느꼈다. 아침의 그 시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



나는 사소한 것까지도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고 담아두게 되기 때문에, 관계는 정말 조심해서 최소한으로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늦은 저녁 사람들은 '인스타 하는 여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난 턱을 괴고 며칠전 읽었던 댓글의 인상깊은 문제제기를 떠올렸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면 아무나하고도 괜찮은거야?"

답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멍청한 기분으로 물을 몇모금 마셨다. 내가 보기엔 남자나 여자나 그냥 다 똑같은 것 같다.



















1.14.월



원체 잠을 잘 못드는 편이지만 어제는 특히 심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침대에 멀뚱멀뚱 누워있었다. 스스로 '파도'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고, 어떤 생각은 까먹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기고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몸에 힘을 빼고 있었다.



앞뒤가 안맞게도 오랜만에 숙면했다. 꿈도 기억나지 않는다. 5시간 정도밖에 못잤는데도 하루종일 말짱했고 나름 생산성도 있었다.



...



하지만 일어날때의 기분은 無였다. 카페인에 비하면 확실히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약효가 떨어졌을 때의 공허함이 없는건 아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일어난 직후 10분동안 밑도끝도없이 계속해서 든 생각은 "대립각 세우지 말고, 상처받을 일 만들지 말고, 위험요소 만들지 말고". 잠에서 완전히 깬 다음부터는 언제 그런 극단적 위험기피사상을 가졌냐는듯(실제로 지금 글을 남기기전까지 단한번도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음) 내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왔다.



...



약효가 늦게 나타나는 것 같아 아침에 복용하기로 했다. 오늘은 오전 08시 08분에 복용.



어제의 약효는 플라시보였나? 3시간이 지나도 아무 변화도 없었다. 어제는 커피를 동시에 먹었어서 그런건가. 하긴 이틀 먹었다고 갑자기 그런 드라마틱한 효과가 오는게 말이 안되긴 한다. 그러면 그게 마약이지 뭐야.



...



점심에는 떡볶이가 나왔다. 떡볶이를 먹으며 J와 D를 떠올렸다. 함께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최소한 이 약을 먹는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 J와 비슷한 체구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될 때면 모자를 푹 눌러 눈앞을 가린다. J는 이곳에 있었으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이쁨받았을게 분명하다. 그런 what if가 아닌 내가 지나온 진짜 현실에서도, 내 마음은 충분히 아팠다.



...



'보통 남자'와 '보통 여자'. 그들이 주말에 하는 일들. 그들이 서로에 대해 숨기고 있는 속마음. 당사자에게서 직접 들려오는, 나도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



나는 너희들과 다른데, 너희들과 같다는 게 힘들다.



여기저기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듣게되는 소음들에 무신경해지고 싶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듣지 않고, 보고 싫은 장면은 보지 않고 싶다. 내일부턴 귀마개를 꼭 챙겨와야겠다고 다짐했다.



...



가끔씩 짬이 생길때면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둔 글들을 블로그에 옮긴다. 12월에 내가 가장 많이 적어둔 말은: 둔감해지기, 무뎌지기.



나는 좀더 강한 약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곱절은 더 둔감해지고 싶다. 난 아직도 너무 민감하다. 오늘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아침에 먹은 약이 두꺼운 모직포 역할쯤은 해주었던 것 같다. 칼이나 총알까진 막지 못하는 모직포.























1.13.일


집에 있을때와 흡연했었던 아침화장실에 가니 강렬한 욕구가 잃었지만 코감기 덕분인지 참음. 차라리 잠을 더자자, 해서 11시까지 냅다 잠.



이젠 밖에 나오면 참을만한 것 같다. 밖을 돌아다니면서는 '피고 싶다'는 생각이 한번도 들지 않았다. 포근한 흡연장소가 있는 실내에서가 정말 참기 힘들다.





2시간30분짜리 버스를 타기 전에 항우울제 복용. 3시간 뒤에 처음으로 효과를 느낌.



1. 강력한 집중력(이 느낌이 정말 좋았다. 내가 지금 잡념없이 몰입하고 있다는게 느껴짐)

2. 자신감(그냥 잘 될것 같음, 뭘 해도 해볼만 할 것 같음)

3. 대수롭지 않아짐******(평소에 하던 걱정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별 큰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짐. 사실 내가 일부러 생각을 꺼내지 않으면 생각이 나지도 않음. 자정에 가까운 지금까지도 그런데 이건 좀 신기하다. 스스로를 3인칭으로 보는 느낌이 든다. 그냥 무표정으로, 응 그땐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별 감흥이 없음)















1.12.토 - 항우울제 복용 1일차


오전엔 바빠서 담배 생각 안남. 생각해보니 안났다는게 신기한데? 역시 따뜻한 집에 와서가 문제. 중간에 일기를 쓰는데 강한 흡연욕이 수차례. 버티기 힘들었다. 집에 있으면 안될것 같아 드라이브를 나감.





오후3시쯤 항우울제 복용. 글쎄? 별거없었음. 별다른 기분의 변화 없었음, 좋게 해석하면 우울해지지 않은건가? 그냥 복용하기 전에 이어서 책상에 계속 앉아 내 할일을 했다.





특이사항이 하나 있다면 복용한지 얼마안돼 얼굴이 붉어짐. 음.... 술에 기분좋게 취했을 때처럼? 내 얼굴이 빨개졌다는 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스스로 느껴짐. 얼굴색만 붉어진게 아니라 딱 술취했을 때의 흐릿하면서도 기분좋은 느낌으로 기분까지 그렇게 됨. 아마 처음이라 그런 게 아닐까 추측. 이건 20분쯤 있으면 서서히 사라짐.



저녁~밤에는 대화의 상황(함께식사, 운전동승)에서도 조용히 말없이 있었음. (기대했던) 활기와 웃음? 없었음. 도로 위 이기적인 운전자들에게 크락션도 여러번 눌렀다.















1.11.금 - 금연 11일차


집에 가서 와인, 굉장히 담배가 피고 싶었음. 어떻게 참았는지도 사실 모르겠다.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졌기에 망정.



새벽에 기타로 서정적인 노래 몇곡을 했는데, 중간에 2곡정도 이렇게 뜬금없이? 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 정도로, 울컥할 정도로 이입했음.











1.10.목



금단현상에 아둥바둥 맞서싸운 하루.

저녁밥을 먹는데 담배생각이 너무 남.

따뜻한 모텔방을 잡고, 조용히 일기를 쓰고 사진을 붙이면서,

와인을 마시고 담배를 맘껏 피우고 싶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로망에 사로잡힘.











1.9.수



모두들 각자의 방법과 각자의 핑계로 자신의 열등감을 표출하기에 바쁘다.

나 또한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을 입술을 깨물며 버티는 중이다.









1.8.화



내가 왜 이렇게 살지? 막살까?

안된다고 하는 것들 다 하면서. 남들은 하는 거 다 하면서.

신념 사상 규칙 그런게 그렇게 중요한가?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고 내가 마음먹기 나름인데.



비가역성에 대해 생각하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비가역성이 기회비용을 늘리기 때문일지, 그냥 내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일지.







1.7.월 - 금연 7일차



고된 하루를 보내고.

그냥 동료들과 씩 웃으며 깊게 담배를 빨아들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임.









1.6.일



"얘가 갑자기 울더라구요. 가면서.

'네가 부러워'

'친구가 많아서 부러워'"



나는 그 기분이 뭔지 잘 알 수 있었다.

내 동료는 '얘'가 왜 울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슬픈 영화를 보는 관객의 기분처럼 괜히 마음이 울렁였지만,

다른 사람의 복잡한 관계 안에 해석을 내놓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서

그냥 문을 닫고 나가기로 했다.









1.5.토



진짜 추워서 못견딜 것 같을 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몸을 떨지도 말고 온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어보라던 군시절 모 선임의 말이 생각난다.



마음을 추스리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지만, 사실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만히 냅두고 싶다. 무표정으로 있고 싶다. 아무 생각없는 사람처럼. 고라파덕처럼.



5년전쯤에나 보았던 시골 산골짜기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 내가 정을 준 대상의 대부분은 날 떠났다, 는 생각. 그냥 그래온 것 같다는 사실의 적시.



00년대 콘크리트 건물 바닥을 보면 물청소를 하고 싶어진다. 군대에선 물청소가 얼마나 간편하고, 재밌고, 동시에 말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병장이 되어서도 생활관 물청소를 즐겨했다.



내가 정말 흐르는 물로 청소하고 싶은 곳이 있다. 콘센트와 전선이 여기저기 얽혀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여태까지 나는 그곳이 물청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쉽사리 물을 틀어보지 못했다. 어쩌면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모래바닥이었을 수도 있다. 물을 뿌리면 더 무거워지고 더 비워내기 힘들어지는 모래바닥.



어젯밤 잠들기 전엔, 두손을 머리에 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내 생각을 해주는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엽서를 써서 부쳤다.













1.4.금



그간 면접을 보며 너무 많이 포장을 해서, 나라는 사람이 원래는 어떤 사람인지, 진짜 성격은 무엇인지 잠깐 잊어버렸다.













1.3.화



오전OT 땐 굉장히 요란한 빈수레의 일장연설을 들었다. 너무 건방져서 귀를 막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은 자기절제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 그리고 처음으로 구보도 했다. 역시 나는 좀 뛰어야 기분이 풀린다.


 정왕동형에게 수첩 좀 물어봐달라고 했다. 정말 천사다. 같이 푸쉬업 100개을 하고 단백질보충제 신타6를 추천받아 얻어먹었다. 쉐이커까지 빌려줬는데 스프링을 잃어버렸다. 멍청이.


법인세를 끝내고 주식기준보상에 들어왔다.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20분 정도 남은 강의를 마저 들었다.











1.2.월



중간에 잠깐 거대한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벤치에 앉아있을 때 좋았다.

노을질 때 트랙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잡한 시장바닥에서 보물찾기를 하던 중 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고, 나름 어색하지 않게 웃었다.













1.1.일.싸라기눈이 아주 살짝



'오늘도 무사히' 보냈음에 소소한 감사함이 느껴졌다. 소확행이 필요하다.











12.31.월



6시에 일어나니까 하루가 참 길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연법인세 부분을 잠깐 공부했다.

해가 바뀌는 것에 큰 감흥이 없어 22시에 일찍 누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구속이다. 구속을 통한 변화.















12.30.일



몇번이나 깸. 꿈을 많이 꿈.


잠을 설친 탓인지 피곤. 오전은 취침함. 코바가 사다준 비오레 선크림을 처음으로 발라봤는데 뭐 그냥저냥 양호.


11시쯤 일련의 무리들을 지나치며 멍렬의 마음을 다시금 이해했다.


오후엔 담배를 사서 핌. 막상 피우니까 1. 별거없고, 2. 계속 피우게 된다. 내일은 내 의지대로 되는 날일 것이다. 힘내자.



정왕동에 산다는 형과 같이 대화하며 저녁식사함. 정왕동형은 사람이 너무 좋다. 내가 딱 좋아하는 선한 A형 순둥이 스타일.



꽤나 긴 하루였던듯. 날짜를 하루 뒤로 착각할 정도로.



내가 정을 줬던 사람들은 내 생각 하기는 하고 있을까?

라는 바보같은 질문을 천장에 툭 던지고 멍하니 있다가는 이내,

하고 있을 리가 없지,

하며 잠시간 눈썹을 올린다.

나도 이제 하면 안되는데, 미련한 짓 하면 안되는데 돌아누우며,

시간이 다 해결해 줄테니까, 마음은 울렁여도 웃으면서, 자자. 무뎌지자.











12.29.토



첫 날.

컵라면 먹고 입교. 추움. 피복 수령.



리스를 복습하고, 법인세 첫부분을 듣다 잠깐 졸음.


 나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더 높은 곳일까. 그곳에선 행복할까? 마음이 쓸쓸했다.


다들 누군가와 전화를 한다.

스스로부터의 행복과 다른 누군가로부터의 행복.

어쩌면 스스로부터의 행복은

땅속 아주 깊은 곳에 묻혀 있어서

오랫동안 깊게 파야만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2019년 1월 26일 토요일

2019년 1월 네번째 주말




#1.


동네친구가 없는 나와 달리 동생은 그새 인덕원 인싸가 되었나보다. 나는 전혀 듣도보도 못한 인덕원 맛집에서 샀다는 분식. 김밥에 들어간 와사비가 기가 막혔다.






#2.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너무 배고픈데.... 그냥 잘까... 컵라면 하나 먹을까.... 그냥 잘까.......

결말은 대부분 컵라면을 먹는 걸로 끝나는데, 나는 이럴때 항상 육개장을 먹는다.








#3.



유도를 하는데 낙법 숙련도가 부족한지 올때마다 온 관절이 멍투성이다. 나만 그런 것 같아 말 안하고 있었는데 오늘 다른 사람 어깨를 보니 내 멍에 3배는 되어보이는 피멍이 들어있어서 묘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4.


어느날 안경에서 이상한 번뜩임(?)이 느껴져 관찰해보니 가운데 코팅이 벗겨져있었다. 17년 봄에 맞춘 거니까 2년정도 썼네. 아직 버리긴 아까운데... 봄이 될 때까지만 딱 쓰고, 봄이 되면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안경은 검정색 반무테가 될 듯.








#6.



금연 26일차를 맞아 금연클리닉에 방문하기로 했다. 니코틴패치 이런건 별로 필요없고 그냥 다짐을 강화시키고 싶었다.



전날 롯데마트에서 맛있어 보여 사둔 블랙티와 함께 출발. 맛은 없었다. 커피를 마실걸-_-



오늘도 내장네비와 함께하는 인격수양 시간^_^







혹시나 해서 켜둔 티맵과 함께하는 인격수양 2차전 ^__^







주차장이 널찍한 의왕보건소에 도착. 





일산화탄소 수치를 재봤는데 (당연하게도) 0이 나왔다. 니코틴패치는 필요없다고 하자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를 많이 챙겨주셨다. 휴대용칫솔세트가 필요했는데 마침 딱 받아서 좋았다.





이거 비슷한거 옛날에 동대문보건소에 갔을 때 본 것 같은데. 아니 그것보다 이게 비만여성 식단이라는거에 깜짝 놀랐다. 딱 보고 되게 건강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다보니 '비만여성 1일 섭취식단'이라는 표현에 중의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① 이렇게 먹으면 비만여성이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고 ② 현재 비만여성이라면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이거 담당자였으면 이렇게 안썼을거야.

                                     




#7.


새로운 책상배치는 다 좋은데 책장이 전등을 가려 많이 어둡다. 좋아하는 노란색 전구를 사서 달았다. 포-근






#8.






강식당에서 강호동과 나노의 '혼자 있게 해달라'는 말은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요즘도 그렇고
모두 200% 공감할 수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게 되는 건
주방에서의 시간, 혼자 있지 않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강호동씨가 다른 건
함께있는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의미냐는 것이겠지.


2019년 1월 21일 월요일

2019년 1월 세번째 주말



#1.

이젠 금요일 밤의 두통과 소음없는 밤도 익숙해져 간다.






#2.





평촌학원가 문구점에 들러 사야될 문구 몇개를 샀다. 아직 급식들이 학원이 오기 전인지 한산하니 좋았다. 사람 붐비는 것도 싫은데 그게 급식들로 붐비는 건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난 한시간에 만원을 줘도 그런 곳엔 못있겠다 ㅠ_ㅠ 주차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였는데 다행히 쭉 늘어선 학원버스들 뒤에 살짝 댈 수 있었다. 문구점은 상당히 넓었는데 슬리찌 0.28이 없어서 아쉬웠고,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양지PD수첩 90절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조용하고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만족. 앞으로도 핫트랙스에 없는 걸 살 땐 여기로 올 것 같다.






#3. 




작년 가을에 알게 된 신박한 핸드폰 악세사리 하나. '후면부착식 받침대'라고 하면 얼추 맞을려나? 처음 봤을 때는 음~ 편하긴 하겠네~ 하는 정도였는데 최근에 급필요해졌다. 핸드폰으로 인강을 보는데 세우는게 없어서 매번 들을 때마다 독서대를 꺼내야 하고, 독서대를 꺼낼 때마다 세워둔 책이 엎어지고 뭐 이런 번거로움의 반복.


주위에 물어보니 되게 흔하게 판대서 저번주에 사려고 맘먹고 범계역에 갔는데 주위를 다 둘러도 없었다. 없는가보다 하고 그냥 독서대로 쓰려는데 평촌 문구점에서 우연히 발견! 과연 이게 20대 중후반 남성이 사용해도 되는 디자인일까 잠깐 고민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골랐다.


써보니 세워서 인강 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손에 끼워서 보는 것도 엄청 편하다. 다만 조언을 하나 하자면: 나처럼 주로 인강보는 용도로 살 예정이라면 처음에 붙일 때 정중앙 말고 본인이 화면을 보기 편한 각도를 고려해서 한쪽에 살짝 치우치게 붙이는게 편함!





#4.




무릎 때문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운동도 전혀 못했는데 일요일날 일어나보니 많이 좋아졌다. 좋아진 김에 오랜만에 단지 헬스장에 가서 상체만 가볍게 운동했다.




사물함비 8천원을 아끼려고 매번 목욕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최근에 '정말 피곤할 때도 커피를 안마시는데 운동하기 전에는 꼭 한잔 마시는 모 형님'을 보고 오늘은 나도 한번 운동하면서 마셔봤다.




#5.




유니클로의 울트라 라이트 다운 어쩌고 패딩! 2017년 겨울에 코트를 산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거의 1년만에 사는 옷이다. 처음에 다른사람걸 봤었을 땐 저렇게 얇은 게 과연 따뜻할까? 했지만 엄청 따뜻하고 간편하다는 강추에 속는 셈 치고 사봤다.


불과 며칠전에 감사제가 끝나서 할인이 안됐다는게 살짝 아쉬웠지만 성능은 정말 너무 만족이다. 장점을 나열해보자면 ① 일단 안입은듯 무지하게 가볍고 ② 자체 브이넥 기능!*** 안쪽에 단추가 있어서 브이넥으로 만들 수가 있는데, 밖으로 보이지가 않아서 와이셔츠류 위에 입기 딱이다. 셔츠류 안에는 두꺼운 내복을 입으면 상체도 허리도 무지하게 불편해서 얇게 입을 수 밖에 없었는데 내일부턴 삶의 질이 훨씬 올라갈듯.





#6.



오른쪽 위에 웹캠이 보이십니까? 얼마전엔 캠스터디를 시작했다.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극받으며 공부하고 싶지만 도서관같이 개방된 곳에서는 예민해서 잘 집중을 못하는 나에게 딱 맞는다. 작년 여름에 이걸 알았어야 했는데! 타임랩스를 하면서 어떻게든 소소한 보람을 찾아보려 무던히 애썼던 그때가 떠올리며 살짝 웃었다. 그때도 나름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시간이 또 이렇게 미화를 시켜주는구나. 좋은거겠지.


캠스터디방 이름은 무슨 '연금공단'인데 알고 보니 공무원이 되어서 연금을 받자는ㅋㅋㅋㅋ 그런 뜻이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극이 많이 된다. 봄이 되기 전까지는 금토일밖에 못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날에는 쉬고 싶어지기 전에 일단 들어가서 책을 피고 보려고😂





#7.



글로만 보던 '기명날인'을 하기 위해 도장을 팠다. 앞으로의 내 이름은 어떤 종이에 찍힐까. 또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당장은 먼 얘기 같지만 높은 확률로 언젠간 일어날 일들. 예컨대 내 명의로 된 집을 사는 일, 가장 가까운 친구가 결혼하는 일, 부모님의 장례식. 요즘은 '마음 비우기'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되어 내일 당장 '언젠간 일어날 일들'이 벌어지더라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자고, 최소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있진 말자고, 도장을 찍는 일은 언제라도 있을 수 있는 거라고, 도장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2019년 1월 19일 토요일

수업료 - 실용글쓰기 시험 후기

실용글쓰기 시험이 있는 날. 사실 반강제적으로 보는 시험이다. 한국어능력평가/국어능력인증시험/실용글쓰기 중 하나를 봐야 한다. 한국어능력평가는 꽤나 어렵다는 얘기를 예전부터 많이 들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블로그 10년찬데! 10년동안 나름 틈틈이 많이 썼으니까 대충 보면 적당히는 나오겠지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선택한 실용글쓰기. 근데 와... 벌써 10년이나 됐네. 실용글쓰기 아니었으면 10주년인줄도 몰랐겠다.







나는 주(major)가 아닌 시험에는 극단적으로 투입을 최소화하는 안좋은 습관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1도 공부를 하지 않았기도 했고 내가 원해서 보는 시험도 아니어서 의욕이 정말이지 하나도 없었다. 지원동기도 제대로 준비가 안된채로 면접을 보러가기 위해 잠도 별로 못자고 새벽에 일어났던 작년 어느날의 꽉 막힌 기분과 비슷했다. 시험장소는 수원 동남보건대. 시험시간은 10시였는데 전날 네비에 찍어보니 차로 20분쯤 걸리는 거리였다.





뭐 그래도 J형한테 55000원이나 차입해서 접수한 시험이니만큼 안볼 순 없으니까 일찍 일어나긴 했다. 흐느적대며 준비를 마치니 8시반쯤이 되었다.



통 잠이 안깨 아.아 한잔이 마시고 싶었지만 이뇨현상이 염려되어 생략하고 대신 아침밥을 길고 여유있게 먹고 나니 9시. 양치질도 하고 양말도 신고 이것저것 하고 나니 9시 10분. (이때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리야😊 동남보건대 가자"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최첨단 음성인식 네비게이션 티맵의 기능에 감탄하며 출발하려던 찰나 미세먼지 체크를 깜빡했다는 게 떠올랐다. 검색해보니 해로움. 나쁨 정도였으면 그냥 갔을텐데 해로움이라 찝찝했다. 진짜 해로우니까 해로움이라고 했겠지? 하는 뭐 그런 생각. 엄마한테 1층으로 마스크 하나 들고 내려와달라고 전화한 후 입구로 나가려는데 5분을 삥삥 돌아도 출구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B1층에서 계속 돌고 있었다. 이게 바로 카페인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모닝커피를 안마셨을 때 일어나는 일 ㅠ_ㅠ





시계를 보니 9시 25분, 이때서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와 뭐야 이러다가 못갈 수도 있겠는데? 심지어 핸드폰 네비가 위치인식을 못한다는 점도 깜빡하고 있었다. 힘겹게 내장네비에 터치를 하고 보니 예상 도착시간이 9시58분.



여기서 첫번째 레슨: 전날 자기전 네비에 찍어봤을때의 예상소요시간은 새벽에 텅텅 빈 교통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과소평가된다. ㅠㅠ '동남보건대학교 사담기념관'까지 입력할 시간도 없어서 동남보건대로 찍고 부리나케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타기도 전에 신호는 왜 이렇게 딱딱 걸리던지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귀신같이 빨간불로 바뀌는 신호를 보며 이게 그 유명한 머피의 법칙인가 생각했다.



겨우겨우 내손동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는 정말 오랜만에 초집중했다. 지금부터 진짜 실수하면 안돼, 딱 한번이라도 네비 벗어나면 안돼😨 그리고 동남보건대에 딱 도착했을 때의 상황을 계속 이미지트레이닝 했다. 사담기념관을 네비에 다시 찍을 여유는 없어, 도착하면 주차장 아저씨가 있을거야, 아저씨한테 물어보자, 주차장에 자리없으면 일단 평행주차하고 올라가자, 가서 출석체크하고 잠깐 나와서 제대로 대자 등등.





결과는? 수원시내가 막히긴 했지만 어찌저찌 56분에 동남보건대 입구에 도착했다. 다행히 동남보건대는 외대 정도의 아담한 크기였다. 입구주차장에서 아저씨께 사담기념관을 물어보니 저 안쪽 흰색건물!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민폐끼치는 걸 극히 꺼리는 성격이라 차마 평행주차는 못하고 그냥 후면으로 들어가서 급히 주차하고 보니 58분😨



침착해

침착해



차문을 딱 닫고 나오니 흰색 건물이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해서 2개였다😨😨ㅋㅋㅋㅋㅋㅋ





확률은 50대50이다 하고 왼쪽을 찍고 후다닥 뛰어가다 보니 전방에 보이는 학생 한분.



선생님 헉헉 죄송한데 헉헉 혹시 사담기념관이 헉헉 어디에요?



여쭤보니 손가락은 매정하게도 오른쪽을 가리켰다. ㅠㅠㅠ





결말: 10시 01분에 고사장에 올라간 젱은 입실하지 못하고 쫓겨났다고 한다.





너털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면서는 흔히들 말하는 '현실자각타임'이 세게 오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ㅋㅋㅋㅋㅋ나 오늘 뭐한거지...

내 5만5천원

5만5천원을 쓰는 최악의 방법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바보짓

이게 다 미세먼지 때문이야

내장네비 나비효과가 여기까지 올 줄이야



같은 생각을 하며 자판기에서 커피 한캔을 뽑아 벌컥벌컥 마시며 쓰린 속을 달랬다. 한심한 기분에 금연을 시작한 이후로 최고의 흡연욕이 찾아왔지만 '금연 중 스트레스를 받아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없어지기는 커녕 금연에 실패했다는 우울함이 겹쳐 두배로 우울해진다'는 글을 얼마전 본 덕분인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






카페인이 도니까 머리가 좀 맑아졌다. 아담한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외대랑 비슷해서 정감가기도 하는 동남보건대 산책을 좀 할까도 생각했지만 미세먼지도 있고 일단 여기서 도망치고 싶어지기도 해서 그냥 나왔다.







사실 시험이 끝나고 봉사활동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이 4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취소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엔 여유있게 운전했다. 처음 오는 동네이니만큼 주변 구경도 하고, 다음 이사지로 유력한 오전동 근처도 가보고. 천천히 드라이브 하다보니 새삼 아까 올때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실감이 났고, 여유도 다시 생겨났다.



이게 뭐 대수라고. 이딴 시험 내 인생에 0.01%의 비중도 없는 일인데.

오히려 잘됐어. 일찍 일어나고 얼마나 좋아.

사람들 안나오는 오전에 여유있게 살 거 사고 들어가서 열공하면 딱이네.

5만5천원은 사회에 수업료(?) 냈다고 치지 뭐.







'사회에 수업료(?)'는 작년에 부가가치세법 강의를 자투리로 잠깐 들을 때 어떤 세무사님이 하신 말씀인데 뭔가 귀여워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ㅋㅋㅋㅋㅋ 무슨 세금계산서 얘기 중이었는데, '살다보면 어떤 세법규정을 알지 못해서 가산금같이 쌩돈을 내야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럴 땐 속쓰리지만 그냥 사회에 수업료(?) 냈다고 쳐야 잠이 잘 온다'고 하셨었나.





스물일곱에 배우기엔 너무 철없어 보이는 레슨이지만 어쨌든 ㅠㅠ 이제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엔 꽤 많이 먹은 나이니깐, 오늘의 두번째 레슨: 시험있는 날엔 늑장피우지 말기





ㅋㅋㅋ나중에 J형이 다이어리를 한번 보여줬는데 거기에 "젱에게 55000원 받기"라고 엄청나게 눈에 띄게 적혀있었다. 현금이 없는 관계로 J형의 버스비를 신용카드로 대신 긁어주며 "형 이거 나름 사연깊은 수업료에요"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2019년 1월 14일 월요일

2019년 1월 두번째 주말



#1.

지난주엔 왼쪽무릎을 삐었다. 왜때문인지 짐작이 가는 이유조차 없다. 오르막을 올라갈 때와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심하다. 일찍 일어나 근처에서 꽤 유명하다는 서울나우병원으로 출발했다. 


오면서 내 핸드폰의 큰 문제점 하나를 알게 됐는데, 위치인식이 느리다는 점이다. 도저히 네비로는 쓸 수 없을만큼 버벅인다. 자꾸 2분 전의 내 위치를 잡는다 ㅠㅠ 결국 갓길에 차를 잠깐 대고 절망적인 터치인식능력을 가진 내장네비에 5분동안 평촌서울나우병원을 입력했다. 나 중학교때 나왔던 햅틱도 이것보단 터치가 잘되겠다. 2019년에 음성인식 안되는 네비게이션이 말이 되냐😡 며칠만에 레이에 (미운)정이 들었다. 


병원은 토요일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원무과에서 예약을 안하고 오셨으면 1시간 정도 대기시간이 있을 수 있으시다고 겁을 주셨는데 전체적으로 별 대기없이 금방금방 진행됐다. 엑스레이 촬영을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내 이름을 확인했다. 나이가 93년생 25살(??) 맞으시죠, 하시면서 동명이인(!)이 있다고 하셨다. 응? 나이야 만나이면 그렇다 쳐도 내 이름 엄청 특이한데. 살면서 처음 만나보는 동명이인. 도플갱어일지도 모르니까 얼굴은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커여운 바지로 갈아입고 웃긴 자세로 엑스레이를 찍었다. 양 무릎을 붙인 스쿼트 자세라고 하면 대충 비슷하다. 진료와 물리치료까지 받고 나니 조금은 나아진 듯 했다. '세포를 얼린다'는 물리치료는 처음 받아봤는데 신박했다. 미안해 내 무릎 고생이 많다.

병원을 나오면서는 주차장 할아버님께 수동차량 운전법과 후면주차에 관해서 몇마디 여쭤봤다. 궁금했던 '다시 나올 땐 핸들중립'이 맞다는 걸 확인했다. 4월전까지 1종대형면허를 따야하는 젱.








#2. 




최근들어 새롭게 가지게 된 것이 몇가지 있다. 안경엔 안경줄을 달게 됐고, 외출할 땐 흰장갑을 끼게 됐고, 커피는 에스프레소(+설탕)를 주로 마시게 됐고, 모르는 사람들과 잠시라도 같이 있어야 할 땐 귀마개를 끼게 됐다.

그중에서 에스프레소 취향의 문제점을 하나 꼽자면, 테이크아웃을 하면 내가 먹는 양보다 컵이 먹는 양이 더 많다는 점이다. 코감기약을 받으러 들른 이비인후과 커피머신에서 뽑아본 에스프레소는 종이컵에 나와서 오히려 낭비가 없었다. 진료가 끝나자마자 꽉 막혀버린 코를 보고 나오면서 코세척기를 충동구매했다. 




(위태로운 레이의 점멸등) 

병원은 웨딩홀과 같은 건물에 있었는데, 오늘 결혼식이 있었는지 주차장이 만차였다. 근처를 돌고 돌아 겨우겨우 갓길에 잠깐 댔는데 AAA형 답게 진료받으면서 걱정이 많이 됐다. 견인이야 안되겠지만 차들이 지나가면서 "얘는 왜 차를 여기다 대"하고 뭐라하지는 않았을까. 그건 미안한데.









#3.



박수홍씨가 왜 그렇게 물고기를 좋아하는지 조금 이해했다.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다.









#4.



동생이 밥을 산대서 능이버섯닭백숙(?)을 먹으러 갔다. 밥 사줄 돈 있으면 오빠 이번달 주택청약이나 좀 내주면 안되냐.... 대단한 건줄 알았는데 그냥 닭한마리에 능이버섯을 넣은 거였다. 가격은 1.5배 넘게 차이났지만 내가 내는 거 아니니까^^.










#5.


전산회계 시험접수를 하는데 시험장소가 무려 랜덤이다.ㅋㅋㅋㅋㅋ 예측되지 않는 일상은 언제나 기대된다.









#6.

요즘은 물세안 중이다. 한 보름정도 된 것 같다. 아침엔 괜찮은데, 밤엔 이름부터가 워터프루프인 선크림을 도저히 물로 지울 수가 없어서 클렌징오일을 하나 사러 갔다. 에뛰드하우스 누나는 핸드크림과 아이섀도우 중에 원하는 걸 고르라고 하셨는데, 난 아직도 대진표가 이해되지 않는다. 핸드크림을 골랐다.




위는 전주에서 유명한 초코파이라고 하고, 아래는 증정품으로 받은 핸드크림. 아래쪽이 더 초코파이 같다? 나는 이틀정도 주머니에 핸드크림 대신 빵을 챙기고서야 빵을 먹어치워 없애버렸다.












#7.



짜파게티를 짜파탕으로 수없이 먹어본 나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 생각없이 스프를 면위에 부어버리는 참사를 저질렀다. 다행히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면을 그대로 들어내서 스프를 종이컵에 구출해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봉지를 전부 다 뜯어버린 나머지 결국 또 한번 짜파탕을 먹었다.






2019년 1월 12일 토요일

자유만끽



#1.


2시간30분 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범계역 근처에서 내렸다. 시베리아 횡단버스에서도 이렇게는 안틀 것 같은 히터와 + 환기가 전혀 안되는 실내 덕분인지 내리자마자 코감기에 걸렸음을 직감했다. 가장 감기에 걸리기 쉬운 곳에서는 멀쩡하더니 이렇게 막판에 걸려버릴 줄이야. 내 황금같은 주말이😭 역시 삶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많은 변수가 개입한다.








#2.


오랜만에 다시 보는 내방. 시켜둔 택배들이 날 반겼다. '생각했던 것만큼 뭔가가 있지는 않구나, 그냥 그대로구나, 달라진 건 나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비역 병장인 나는 그런 기분 20대 초반에 이미 다 경험해봤다. 애완동물 한마리쯤이 반겨줬으면 그때보단 기분이 좋았을 것 같은데. 첫 월급으로는 입양을 해야겠다..! 수차례 공표된 바와 같이 이름은 로미로 내정되어 있다.







#3.




지하주차장에는 내 비공식 첫 차 레이!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실내는 기대이상! 공간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널찍하다. 가장 맘에 드는 건 저 팔걸이. 변속기 위치도 딱 알맞다. 팔걸이에 손을 올리면 손이 딱 변속기에 닿는다. 빨간불에 정차할 땐 중립으로 두는데 상당히 편하다. 첫차라서 콩깍지가 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아담해서 주차하기도 편하고 마음에 쏙 든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내장네비의 성능이 절망적이다. 일단 터치가..... ㅍ을 누르면 ㅈ이 눌릴 정도로 엉망이다. 얼마전 무제한 요금제로 바꾼 김에 핸드폰 네비를 쓰기로 하고 송풍구 장착식 홀더를 구매했다. 사는 김에 커여운 방향제도 같이 샀다. 사실 너무 커여워서 안 살 수가 없었음. 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저 표정으로 한번씩 웃기로 했다😊








#4.




바삭한 후라이드치킨이 먹고 싶어 롯데마트에 갔다. 통큰치킨 같이 조리코너에서 파는 치킨을 사서 올 생각이었지만 가보니 전부 품절.. 그냥 집에 가야되나, BBQ같은데서 시키는 건 너무 비싼데, 초밥이나 사갈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불현듯 여름에 집에서 공부할 때 자주 시켜먹었던 '롯데마트의왕점 롯데리아'가 떠올랐다. 찾아보니 저~~ 안쪽에 있었다. 왁자지껄한 곳을 싫어하는 나도 자주 올 수 있을만큼 생각보다 조용하고 깔끔! 치킨 3조각을 시키는데 내가 원하는 부위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줘서 놀랐다.







모처럼만에 간단하게 한잔 하고 싶었다. 소주는 원래 써서 싫어하고, 맥주는 좋아하긴 하는데 맥주를 마시면 담배를 피고 싶어질 것 같아서 패스, 그래서 선택한 샹그리아. 치즈랑 먹고 싶어서 라코타치즈를 샀는데 집에 마침 딸기가 있었다. 배불리 먹으면서 3잔쯤 마시니까 알딸딸하기도 하고 담배가 무척 피우고 싶어졌지만 그동안 지금보다 더 피고 싶은 상황에서도 참아온 게 아까워서 그냥 발닦고 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