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만취해서 택시탐
2017년 12월 29일 금요일
2017년 12월 23일 토요일
자가진단
처참하게 끔찍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00증이라고 하면 왠지 '일시적인 증상' 내지는 '감기처럼 며칠 고생하면 자연히 없어질' 것 같은데 왜 나한테는 이렇게 오래 머무는지 모르겠다. 사실 무기력이라고 하면 정확한 말은 아니다. 기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의욕이 없는거지. 자신감은 더더욱 없고, 재미는 더더더욱 없고. 그냥 슬픈 마음이 가득하다.
그렇게 오늘은 무기력증의 정확한 증상과 진단이 궁금해져 검색해보다 연관 검색어로 뜨는 몇가지들에 대해 자가진단을 해보았다. 이하의 내용은 네이버 지식백과를 참고함.
1. 의존성 성격장애 분석
--> 성격"장애"라니 너무 무서운 단어의 조합이 아닌가...-_-
의존성 성격장애란, 주변 사람들로부터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가 지나쳐
--> 지나치다는 것에서 누구에게나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는 어느정도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나도 없는 건 아니고,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했던 적이 조금 있는 탓인지 평균보다는 조금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의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매달리고, 의존 욕구가 거절될까 봐 무서워 다른 사람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순종적으로 응하는 인격장애를 말한다.
--> definitely not. 난 매달리는 타입은 확실히 아니다. 완전 만취해서 하는 전화는 정~~말 편한 사람한테만.
주변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리 불안이나 불안정한 대인 관계를 흔히 보이곤 한다.
--> 음.....두려움보단 작지만 아쉬움보단 큰 정도라고 하면 얼추 맞다. 좁고 깊게 사귀는지라 대인관계가 불안정하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의존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낮은 자존감을 가진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폄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자기 주장을 잘 펴지 못한다.
--> 자책이나 폄하는 맞다. 다만 낮은 자존감에 기인한다기보단 높은 자존감에 현실이 따라오질 못하는 영향이 크다. 자기 주장은 굉장히 잘 편다.
소결) 의존성 성격장애를 거칠게 요약하면 '지나친 예스맨' 정도가 될텐데 난 아닌 것 같다.
2. 회피성 성격장애 분석
--> 병명(?)을 보자마자 느낌이 확 왔다. 이거 나 맞는데...? 이런 증상이 실제로 있었구나.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혈액형이나 별자리처럼 '들으면 전부 내 얘기 같지만 사실 누구한테나 웬만하면 맞을 수 밖에 없게' 쓰여지지 않았는가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읽어보도록 한다.
회피성 성격장애는 거절에 대해 매우 예민***하고,
--> 인정. 완전 인정. 매우 매우 매우 예민하다. 그래서 거절당할, 상처받을 가능성이 어느정도 이상이면(계량화한다는게 웃기지만 굳이 하자면 20%쯤)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만이 대상이 아니다. 어떤 목표에 대해서도 똑같다.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인격장애이다.
--> '사회적으로 무기력'하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사회생활을 말하는 거면 글쎄. 그쪽으로 무기력한 것 같진 않은데.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인간관계는 적극적으로 맺는다. 첫인상이 나쁘지만 않다면(예컨대 엘리트주의에 찌든 미쿡 유학생이라던지) 없는 연도 찾아 만드는 편이다. 다만 정말 속마음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관계(소름돋지만 어릴적부터 '내사람' 내지 '무조건 내 편'이라고 불러왔다)는 설명대로 '내가 조금 친하게 해도 나를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 특히 이성이라면 '내가 찝쩍대는 거라고 오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과만 맺는 편이다. 에이 근데 이것도 누구나 그렇지 뭐.
거부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이 커서 오히려 혼자 지내려고 하지만***, 내적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특징이 있다.
--> 세상에....소름돋았다. 이 마찰이 대개 우울함의 시작이 되곤 한다. 친밀함(내 표현대로라면 "이해")을 원하지만 찾지 못할 것이 두려워 차라리 혼자가 되는 것. 하지만 후단에서 내적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평생유병률은 0.5~1% 정도이며 여성에서 잘 생긴다. 사회공포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 어느정도의 사회공포증은 가지고 있(었)다. 한창때는 버스정류장에조차 나가기가 무서웠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짐.
내향적이고 신경증의 성격이 강조된 형태이다.
--> 내향적인건 맞고, 히스테리는 부리지 않는다. 외국인 교수들은 1학년 때부터 하나같이 날 shy boy라고 했었다. 넌 비즈니스는 안어울린다는는 말과 함께. 괜찮아요 저도 웃으면서 영업하고 빈말하긴 싫은걸요. 편한 사람들과(만) 함께라면 미쳐날뛰긴 하는데 그건 뭐 누구나 그런거겠지.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행동억제 기능이 결여되어 있다면, 회피성 성격장애는 행동억제 기능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맨정신엔 그렇지만 알코올 또는 카페인이 들어가면 억제가 과도하게 풀려버림....^ㅠ^ 장범준의 사말어사에서 좋아하는 구절은 '오늘은 보고 싶어서/ 연락할 이유를 찾고/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냥 난 집이나 갈래'
이런 기질적 특성과 함께 어릴 적부터 경험한 모욕감, 당황감, 가치 없는 느낌 같은 환경적 경험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 모욕을 느낀 순간은 별로 없고....'가치 없는 느낌'은 격하게 공감. 그것만큼 나와 오래했던 느낌은 없었던 듯 싶다.
소심함, 수줍음, 근성 없는 성격과 내면에 과도한 자의식, 부적절감이나 열등감 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 근성 없는 성격이라니... 팩트로 너무 쎄게 맞아서 아픕니당. 소심함과 수줍음은 인정.ㅋㅋㅋㅋㅋㅋ 낯을 무지하게 가린다. 딱 나서야 될 때(혹은 술을 너무 많이 먹었을 때)만 나서려고 한다. 과도한 자의식, 부적절감, 열등감은 인정합니다. 항상 있었어요.
자존심이 낮으며 거절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타인이 자기를 거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타인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마음을 쓴다.
--> 거절에 대한 지나친 경계는 맞는데,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엔 그렇게 마음쓰지 않는다. 그냥 모든 일이 다 지나고 나면, 00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한 정도.
타인이 자기를 싫어하는 눈치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실망하고 모욕감을 느껴 사회 참여나 대인관계 형성의 기회를 놓친다.
--> 모욕감을 느끼진 않는다. 조용히 상처받지. 특히 내가 믿었던 사람이(20%미만의 사람이) 내 예상과 다르면 실망하는 것까지도 맞지만 모욕감을 느끼진 않는다. 말해봐요.....나한테....왜그랬어요....
대인관계 형성의 어려움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자존심을 상하기도 쉽다.
--> '1차적 관계'형성에는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항상 어려움을 느끼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건 '2차적 관계'에서겠지.
혹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은둔적인 생활을 해 버린다.
--> 버뮤다에 가고 싶다고 항상 말했었지.
우울증, 불안장애, 타인에 대한 분노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 타인에 대한 분노는 없고 스스로에 대한 분노는 많다.
직업적인 영역에서는 대인관계가 요구되는 직업에 종사하기 어렵고, 수동적인 분야에서 일한다.
--> 말도 안돼.... 그래도 일단 써보긴 해야겠지...? 대인관계가 아주 좋고 능동적인 분야에서 항상 일해보고 싶었다는 거짓말도 자소서에 쓸거야.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DSM-V)에 따른 진단 기준>
사회관계의 억제***, 부적절감, 그리고 부정적 평가에 대한 예민함이 광범위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 사회관계의 억제.....맞아요......ㅠ_ㅠ '부적절감'같은 용어는 원어를 병기해줬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이는 청년기에 시작되며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중 네 가지(또는 그 이상) 항목으로 나타난다.
1) 비판이나 거절, 인정받지 못함 등 때문에 의미 있는 대인 접촉이 관련되는 직업적 활동을 회피한다.
--> 영업이 싫긴 한데... 못할 것 같애서....
2)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 없이는 사람들과 관계하는 것을 피한다.
--> 좋아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아니다. 좋아한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신뢰한다'는게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3) 수치를 느끼거나 놀림 받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친근한 대인관계 이내로 자신을 제한한다.
--> 에이 그래도 남자새낀데 뭔 놀림이 두려워...ㅋㅋㅋㅋㅋ 후단은 200%
4) 사회적 상황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집착한다.
--> 집착이라고 하면 어감이 이상하지만 전반적으로 동의. 사실 그것 때문에 사회적 협동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5) 부적절감으로 인해 새로운 대인관계를 맺는 것이 힘들다.
--> 상술했음.
6) 자신을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고, 개인적으로 매력이 없는, 다른 사람에 비해 열등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 요즘 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한 문장.....ㅠ_ㅠ '매력이 없다'는건 진짜 어제 만취해서 집에 돌아오면서 블로그에 쓰다가 지운 글에 있는 문장이다. 진짜로.
7) 당황하는 인상을 줄까 봐 어떤 새로운 일에 관여하는 것을, 혹은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드물게 마지못해서 한다.
--> '당황하는 인상을 줄까 봐' 이거 왜 이렇게 귀엽지ㅋㅋㅋㅋㅋㅋㅋㅋ난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지만 새로운 일에 관여하는 것을 꺼리는 건 상당히 맞다.
결론) 80%정도 일치. 야 근데 완전 신기하다. 이런 증상? 병?이 진짜 있는 거였구나.
또 다른 증상들로 '경계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병명을 보고 두번째로 감탄했다)', '편집성 성격장애'가 있었는데 [요약]에서부터 나랑 완전히 달라서 따로 쓰진 않으려구. 반쯤 장난으로 해봤는데 오 생각보다 괜찮았다. 자가진단해보면서 몇번 낄낄대고 웃었으니 그걸로 만족. ^,,^
2017년 12월 15일 금요일
남도여행 에필로그2
"제일 빨리, 제일 멀리 가는 곳으로 주세요"
7년전 이맘때쯤의 남도여행은 이 말로 시작했다. 18살의 나는 이 말을 오랫동안 참고 있었다. 7년을 돌이켜보면 그 말을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지 할 수 없었던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선택의 순간들에 대해서도.
지난주는 가까운 친구의 자취방에서 며칠 묵었다. 친구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친구네 집에 묵는 며칠동안 얼마나 다독여줬는지 모르겠다. 차마 말은 못했지만 사실 정말 진심어린 응원이 필요한 건 나였는데. 친구가 진지한 눈으로 너 좀 변한 것 같다고, 못 본 사이에 인성이 진짜 좋아졌다고 할 때는 내심 좀 뿌듯했다. '착한 사람을 떳떳하게 좋아할 만큼은 착한 사람이 되자'고 그동안 얼마나 다짐했던가! 하지만 집 앞 1m 거리에 있는 분리수거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기 귀찮으니 다음날 나갈 때 대신 버려달라는 친구에게 한심에 가득찬 눈빛을 보내자 친구는 "에센스 이즈 이터널, 본성은 변하지 않지"라는 명대사를 날리며 기가 막히게 태세를 전환했다.
마지막날 짐을 빼고 내려가면서 친구와 시립대 근처에서 고기에 술을 마셨다. 무슨 얘기를 하다 나왔는진 기억이 안나는데, 밥을 먹고 나와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디시인사이드 레전드 여행기 중 하나인 '그냥걷기'에 대한 말이 나왔다. 아마 내가 그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해 줬을거다. 노량진에 있을 때 자기전에 잠깐 보려다가 해가 뜰 때까지 꼬박 읽었던 기억이 생생한 그 여행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읽으려다 이번에도 역시 새벽 늦게까지 정주행해버렸다.
여행기 마지막 편을 볼 때는 찡하기도 하면서 그 여행기를 읽고 떠났던 2010년의 남도여행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시험기간 내내 잠깐 떠났다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이번에도 남쪽으로(북쪽으로 갈 순 없으니까, 이미 대한민국에서 갈 수 있는 최북단을 군시절 가봤으니까), 거제도 아니면 해남으로. 마지막날 직전에는 의욕이 다 빠져서 마치 이족보행하는 지렁이 내지는 포켓몬스터 마자용(보단 추워용)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학기가 끝났다는 약간의 면책권으로 따뜻한 집에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남도여행기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몸이 갔다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한번 쭉 정리하고 나면 뭔가 새로운걸 느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걷기'의 주인공처럼. 끝나고 나면 다시 똑같이 돌아올 뿐이다. 언젠가부터 내가 느끼는 기분은 결승선을 통과한 경주마라고 하면 조금 비슷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나는 경주마처럼 열심히 달려본 적이 없다. 열심히 달리는 건 둘째치고, 사실 나는 내가 원하는게 정확히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겠고, 그걸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지도 잘 모르겠고, 그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합당한 노력도 할 자신이 없다. 모르겠다. 지금은 그렇다. 그냥 아무 의욕이 없다. 맞다. 난 밋밋한 깡통이다. 가진건 아무것도 없는 팔다리도 없는 로봇깡통.
예전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 때의 나는, 최소한 '무의욕증'을 집어던지기 위해 "제일 빨리, 제일 멀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있었다. 지금의 나는 핑계만 늘었다. 귀찮고, 춥고, 돈도 없고,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고. 2010년의 난 지금의 내가 2010년보단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강한 믿음으로 아무것도 없는 시간들을 버텨왔는데. 부끄럽다.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무슨 새로운 다짐을 할 건 아니다. 옛날 여행기를 한 번 되돌아봤다고 그런 motivation이 생길리가. 지금은 그냥 털어놓는 시간이라고 할까. 하나하나씩 꺼내놓으면서, 어떤 목표로 다시 의욕을 가져볼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시간. 그렇다. 그렇게 돌아보고 싶어서, 돌아보면서 같은 루트로 다시 상상 속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서, 그때와 같은 길을 걸으며 다른 생각을 해보고 싶어서, 이번에 금고에 넣어두면 앞으로 다시 꺼내보지 않기 위해서 7년전 여행기를 한번 리마스터해봤다. 내 사진 좀 더 찍어둘걸. 아님 멍청하게 역광으로 찍질 말던가. 단발머리 청소년 젱(내 별명)의 모습이 궁금한데 영 다시보기 어렵다.
명사십리에서 나는, 강한 사람이 되자고, 아주 오랫동안 바다 앞에 앉아 다짐했었다.
작성자:
jetu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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