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여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하루정도는 나에게 완전면책권을 주자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모르겠다. 공허하다.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건지.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 무의식은 나도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게 행복하게 사는걸까. 그것도 모르겠고, 어떤게 열심히 사는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열심히 하고있는건지도 모르겠다. 1%의 여유도 없이 공부하고 지식을 쌓고 그렇게 사는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합리화인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오늘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로 했으니. 어제 찍어둔 플레이리스트를 크게 틀고 청평호까지 쐈다. 가서 수상레저를 했는데ㅋㅋㅋㅋㅋ난 어렸을때 익사위기에 처했던 이후로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래서 일단 물에 안빠뜨리는(걸로 보이는) 보트를 먼저 탔는데 어느 정도 가니까 물에 내팽겨쳐져 있었다. ㅋㅋㅋㅋㅋ안빠질줄 알고 선글라스랑 헤어밴드 쓰고 탔는데 물 속에서 정신차려보니 다 날라가고 없었다. 두개 합치면 10만원은 될텐데.
아니 그건 둘째치고 나이에 안어울리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물에 빠지는 순간 진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ㅋㅋㅋㅋㅋ 어찌저찌 발길질해서 다시 보트에 올라탔는데 옆에 같이탔던 친구가 내 헤어밴드랑 선글라스를 가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그 친구도 선글라스를 끼고 탔는데 자기 선글라스는 날라가고 왜 어떻게 내 선글라스를 주운건지 서로 이해가 안돼서 돌아오는길에 미친듯이 웃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빠지는 순간 자기 가랑이에 선글라스가 껴있어서 자기껀줄 알고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단다. 난 아직도 내가 보트에 올라탔을때 내 선글라스를 들고 어색한 표정을 짓던 친구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ㅋㅋㅋㅋ
그 뒤로 두세개 정도를 더 타고 나와 가평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남이섬은 군대가기 전에 가봤어서 그 옆에 있는 작은 산책로 비슷한 곳에서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니 좋았다. 불륜커플들이 최소 2쌍은 있으리라 예측했으나 실패했다) 여유를 즐겼다. 아까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덕분인지 하루종일 약빤듯한 기분이었다. 술은 안먹었지만 만취한것만 같은 기분으로 여기저기 쏘다니다 밤에 돌아왔다.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고 행복하게 늘어지게 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