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방전되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난 17살때부턴 집에서 산 시간보다 밖에서 산 시간이 더 많은데, 그럴때마다 멍청하게도 집에 가서 편하게 쉬면 될 것을 굳이 재충전이 필요하다며 쌓인 할일들을 싹다 제쳐두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둘 공책한권과 카메라 하나를 목에 걸고 옷가지 몇개 가방에 꾸겨넣고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아무 계획없이 훌쩍 떠나 주구장창 며칠을 걷고 오곤 했었다. 그래도 이제 시계밥을 몇번 더 주다보니 그만큼 책임이 늘어 이런 대책없는 힐링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어찌저찌 시간이 흘러 난 4호선으로 한강을 매일같이 지나다니게 되었고 이런저런 일로 맨탈에 서서히 금이 가던 나는 새로운 대체재를 찾았다. 이촌에서 내려 한강공원에서 진짜 극도로 달달한거 먹으면서 쉬다가 동작대교 건너면서 바람쐬고 동작역에서 다시 타는 것. 그렇게 몇번 다니다보니 이젠 이촌가기전에 서울시내에 있는 컵케익 맛집을 찾아 '여기서 제일 단걸로 하나 포장해주세요' 하고 준비도 해간다.
개강하고 정말 오고싶었는데 저번달은 학교앞에서 잠깐 자취했기도 했고 그놈의 국통법때문에 주말이 없어 통 오질 못했다. 오늘은 날씨도 너무 좋고 이름에서부터 꿀냄새가나는 golden공강 금공강인데다가 간만에 전날 외박해서 집가는 길이라 부담도 없고 해서 간만에 들러 깔끔하게 백퍼센트 충전하고 기분좋게 home sweet home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