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나보다. 부천에 머무를 생각으로 전기장판을 들고 갔다. 아침에 6시에 깼다. 나가려는 나에게 할머니가 '몸이 달았다'고 걱정하셨던게 기억난다. 사우나까지 가는데 가로등 하나 없이 정말 어두웠다. 그냥 서러웠다. 어떤 코트였을까. 아마 그 당시에 맨날 입었던 갈색 항공점퍼였을거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이 얼어붙은 거리를 걸으며 fastball의 노래를 들었다. 사우나에서 몸이 녹으면서는 어디도 가고싶지 않을만큼 포근했다. 한울빛도서관까지 걸어갔고, 졸업하는 고등학생들을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 때문에 한울빛도서관은 나에게 시리고, 높고, 하얀 추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