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5일 목요일

2020 week 9 ~ week 10








20.3.5 (목)


- 사무실 출근.

극한 야근 후 22시 22분에 택시를 타고 (겨우) 퇴근했다.

- 근 3주간의 수많은 야근을 뒤로하고, 이제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왔다. 3월만 흠없이 마무리한다면, 아니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ㅡ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내가 부끄럽지 않을만큼 노력했다면

ㅡ 눈치껏, 적당히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고, 좀 어려워보이는 건 슬쩍 회피할 수도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면,

마음의 짐은 대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에게 떳떳할 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지우는 도의적인 마음의 짐'은 덜어진다.





20.3.4 (수)


- 재택근무 2일차.

일하면서 햇빛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점인 것 같다.
오늘은 비타민D를 안먹어도 되겠다.


- 일단락하고 18시 경엔 내울을 따라 잠깐 조깅하러 나왔는데,

안가보던 곳까지 쭉 내려가보니 백운호수랑 연결된 길이 있었다(!)

그동안 옆으로 쭉~~ 돌아갔었는데.

역시 한번의 과감한 선택이 (그리고 그 선택으로 하게 되는 경험이)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때까지 철저히 믿고 있던 것들까지도. 사당 버스 이후로 다시 한번 느낀다.






(다음엔 한번 타임어택으로 시간재고 한바퀴를 돌아봐야겠다)





20.3.3 (화)

- 재택근무 1일차. 
우연찮게 정확한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통근에 소모됐던 체력은 큰 것 같다. 


- 일을 끝낸 19시 쯤에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있다가 ㅡ 
다소 쌀쌀한 날씨이긴 했지만, 저녁에는 날 로드바이크에 입문시킨 동네친구와 쌍개울 광장까지 라이딩을 하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돌아왔다. 고글을 안쓰니까 눈물이 얼마나 흐르던지... 흑흑 울었네 ㅋㅋㅋ


- 꽉 막힌 가슴이 뻥 뚫렸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쭉 속도감 있게 달리면서 바람쐬니 막혀있던 20% 정도는 바람에 흩날리고 온 것 같다. 숲속마을에서 집까지 오는 길엔, 10%를 더 날려버리고 싶어 그냥 냅다 뛰어왔다. 


- 오늘의 교훈이라고 한다면: 마음먹고 몸을 움직여 실행에 옮기면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 















20.3.2 (월)


- 22시 가까이 일하고 택시를 타고 퇴근했다.

그래도 도중에 동료들과 중간중간 농담을 나누며 되도록이면 즐겁게 하려고 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이 내 '본 모습'에 조금은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20.3.1 (일)


- 런닝을 하러 나왔다가 조금은 충동적으로 바라산 정상을 찍고 싶어져서 드립다 올라갔다. 분명히 표지판이 안내하는대로 오른쪽 루트로 뛰었는데 능선만 계속 타다가 등산로는 커녕 갈림길도 마주치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내려오는 길에 실려 하산했다(?).








- 높낮이 변화가 없는 능선만을 계속 돌며 그런 생각을 했다.


첫째. 오르막을 오르는 일은 힘들다.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고 얼마나 많은 오르막을 올라봤었던, 숨이 턱 막힐만큼 힘든 일임에는 변함없다. 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오르막의 고통은 당연한 대가로서 치뤄야 한다.


둘째. 지금의 나는 최소한 산 초입 0m에 서있지는 않다. 힘들었지만, 때로는 대각선으로 때로는 잠깐 미끄러지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한걸음씩 쌓아올려 온 나는, 지금은 최소한 5부능선에는 올라와 있다.


셋째. 산 정상은 아직 구름과 안개에 쌓여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아직은 알지 못한다.


넷째. 그동안의 내 행적을 돌이켜봤을 때, 일단 나는 산 정상에 오르는 것 자체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섯째. 하지만 나는 (어떤 이유가 됐던) 직선으로, 정상을 향해 뻗어있는 최단코스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을 택하지는 못해 왔고, 못하고 있다.


여섯째.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런 상황에서 가파른 절벽 외줄을 잡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만은 아닐 수 있다.



- 즉, 현실적이지 않은 (주어진 내 현실에 맞지 않는) /

혹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or 사건 or 계획 or 소망 or 꿈] 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서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지켜보고 있는 것보다

빠르게 계획을 수정하는 것

기민하게 머리를 굴리는 것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의 최선의 한 수 - 혹은 최소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양호한 수인지'를 영리하게 계산하는 것 그리고,

70%정도의 청사진과 가능성이 직감적으로 스쳤다면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그 길로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것

그것이 스스로를 향한 내 물음에 대한
51%의 정답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옷을 잠시 벗어두고 땀을 식히면
다시 올라갈 힘이 생긴다



++++++++++

삶에 의욕이 없을 때는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된다. 

마음없이 억지로 하는 행동은 모두 나를 더 지치게 할 뿐이다.


오히려 의욕이 없을 때까지 열심히 해온 나를,

의욕이 없음에도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나를,
고생했다고 다독여주자.

배터리가 나간 핸드폰을 켜는 방법은

켜질 때까지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충전뿐이다.

의욕이 없다면

최소한의 꼭 해야 할 일만 하며
몸과 마음을 충분히 쉬자. 

그렇게 충분히 쉬다 보면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 어느새 내 안에 생긴다.
그때 다시 달려도 늦지 않다.

의욕이 생기게 하는 방법은

없는 의욕을 짜내는 게 아니라
충분한 휴식이다. 

그동안의 노력을 돌아봐 주자.

당신은, 생각보다 먼 길을 달려왔다.
바람도 쉬고
햇살도 쉬고
별들도 쉰다.
더 먼 내일을 위해
당신도 쉬어가길 바란다. 
++++++++++




- 그래, 조금 쉬자.

조금 쉬면서, 조금 여유를 가져보자.
차분히 계획을 세워보자.

12월 10일부터 나를 괴롭혔던

나를 푹 쉬지 못하게 했던
15만 5천원은
'쉼'을 알게 한
수업료라고 생각하자.

내일만큼은 '휴식'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머릿속을 떠도는 다른 상념들을 전부 집어넣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딱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고
일체 소모적인 행동을 금한 채 행동을 정갈하게 하여
내 의지대로 하루를 온전하고 완전하게 마무리했음을 자축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나른하게 잠들자.

눈을 뜬 화요일엔,

2nd but best plan을
차근차근 하나씩 그려보길 시작하자.

그렇게 한걸음씩 차분히 덤덤하게 쌓다가

어느날 코로나가 끝나면,
그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모든 걸 다 잊어두고
여행을 떠나자.









20.2.29 (토)

- 내 마음은 다시 한번 미궁 속으로.




- 썩지마.

썩지마.
썩지 않게
계속 흔들어 줘야 해.
다른 세상.
다른 세상을 강제로라도 봐야 해.





- 아무것고 안하고

계속 도망치니까
그래서 초조하고 더 불안해지는 거야






- 실수를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완전무결하게 도덕적일 순 없다.
비슷한 선택의 순간이 다시 찾아왔을때,
과거의 오판을 반복하지 않는 것.

지난 일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니, 덤덤한 마음으로
시간과, 앞으로의 나의 행보가
과오를 덮어 주기를 바란다.












20.2.28 (금)


-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하루. 다소 급작스럽게 시행된 교대 재택근무자들의 몫까지 바쁘게 일했고, 늦게까지 일했다.




- 노르웨이 회사에 근무하는 일본인 업무상대방이 내 동료에게 서류를 보내왔는데, 서류와 함께 들어있던 손글씨로 쓴 엽서가 뭔가 흐뭇하고 귀여웠다. 난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에게 보통 사람들의 그것 이상으로 훨씬 많은 마음이 가는 것 같다.




- 마음의 새출발은 성공스럽게 시작한 듯 하나,

몸의 새출발은 오늘은 시작하지 못했다.
야근으로 지치기도 했고, 코로나로 헬스장도 폐쇄되고, 비가 내려 런닝을 하지도 못하고···

내일부터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주말이니만큼

건전한 마음과 건전한 육체 모두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20.2.27 (목)


- 하지만 이것도 오늘까지로 하자.

이 이상 가라앉으면 위험하다.

바닥에 잠깐 넘어져버린 김에

지갑도 잃어버리고 시계도 망가져버린 김에
살갗이 까져 핏방울이 맺힌 손바닥으로
에라 모르겠다 다시 땅을 세게 짚고

다시 일어나자

한번만 다시 일어나서

불이 잘 붙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부싯돌을 튕겨보기로 하자.



- 강남역을 거쳐 인덕원역으로 가는 버스 내내 계속

'내 행복은 어디에 있을지'
그 주제에만 머리를 쥐어싸고 고민해봤지만
조금씩 더 침울해질 뿐이었다.

어? 나 지금 조금 행복한 것 같아

지금이라면 좀 행복하다 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는 마음이 들 때를 구체적으로 기록으로 남기자.


그리고 동시에,

나는 지금 행복하지 못해
하는 마음이 들 때도 기록하자.

+4의 행복을 얻고 싶다면

+2짜리 행복 2개를 쌓을 수도 있겠지만

+2짜리 행복 하나를 얻고

 -2짜리 불행 하나를 없애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테니까. 



- 의지할 것에 의지하고

의지하지 않아야 할 것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이야.










20.2.26 (수)


- 작년 3월 즈음부터의 봄과 초여름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 세상 일은 가끔, 아주 작은 것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다.

한번 일어나고 나면 눈덩이처럼 굴러 커지는 인과관계



-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계속해서 철저히 혼자가 됨'
이 아니라는 것은
한편으론 다행인 일이다



- 경계가 희미해지면 (중첩되어 보이기 시작하면)

위험해지는 것들이 있다.




- "먹고 사는 문제" 속에

나는 심해 위를 표류 중인 걸까.

열심히 팔다리를 휘젓는 덕분인지

지금은 다행히 고개를 물밖으로 빼고 숨을 쉬고 있지만

언젠가 다리에 힘이 빠지면

그땐 누가 날 구해줄까
무엇이 날 구해줄 수 있을까





20.2.25 (화)


전날 오랜만에 T와 만나 오전반차까지 써놓고 실컷 음주하다.

사당동 밤골목을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다 
입사선물로 받은 내 생애 최초의 명품 몽블랑 명함지갑 분실.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T에게 빌린 현금으로
1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해서 탑승했다. 

56교시를 가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마음은 조금 풀린 듯, 풀리지 않은 듯 하다.
나에게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단절적 휴식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를 만끽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행복일지 모른다.

자유.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무언가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



- 사실 그렇다.

남이 뭐라고 하든, 내 평판이 어떻든,
나만 신경쓰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20.2.24 (월)


- 점심시간에 볼 요량으로 무거운 책 한권을 챙겨 나왔다.

당연히 버스를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배차시간이 엇갈렸는지 부득이하게 지하철을 타게 됐다.
'이렇게 된 거, 스쿼트 한다고 생각하자'



- 나는 '반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일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반쯤 새롭다'는 것은, 아예 일면식도 없는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
기존에 알고 있었지만 만나지 못한 지 꽤 된 사람 쯤이라고 할 수 있겠지.
현재의 사회적 관계로 엮인 사람들, 그리고 특별한 취미가 같은 한명 외에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만날 수 있음에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그들이 어색하다거나 껄끄러워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겨울에는
웅크리고 있고 싶나 보다.

보고 싶은 사람 중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만날 수 있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인연의 끈이 끊어진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도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20.2.23 (일)


- 불꺼진 코트.

하얀 벽에 테니스를 열심히 치다가 갑자기 멍해진 동공으로 테니스채를 떨어뜨린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 2시간 여의 심연 끝에 본질적 물음에 도달했다:

"나는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나는 얼만큼 중요한 사람인가?"









20.2.22 (토)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잤다.

씻고, 밥을 먹고, 이를 닦고, 누워서 공상하고, 잠에 들고.
절전 모드의 날이 필요했다.
절전을 종료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서도.




- 나는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꿈과 현실의 중간쯤에 계속 다녀오게 된다.

최근들어 반복되는 종류는

'최악의 상황에서 나의 나태함으로 더 망해버린' 꿈,

예컨대

졸업학기에 취업을 했는데 기말고사 날짜를 놓쳐버려
입사도 취소되고 한학기를 더 다녀야 하게 된 꿈.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면서도

괜찮아 괜찮아 난 또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어 걱정마  를 되뇌이다
눈을 번쩍 뜨고 나면


현실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의 불안함을 짊어지고 지냈던 때와,
지금은 그때보다는 짐의 무게가 덜하다는 또 한번의 안도감과 함께,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있으면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 섥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