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8일 금요일

2018년 12월의 썰판기



#1. 모든게 끝나고 난 후











#2. 잠에 잘 들지 못하는 나날들



수면유도제와 맥주의 힘을 빌려보는 중.









#3. 12월 3일




[비도 추적추적 오고 딱 센치해지기 좋은 날씨. 아무도 없을 때 강해질 수 있어야 진짜 굳건한 사람인가보다.] 라는 문자를 보내고

[날씨가 이러지만 너무 처지지 말고 힘내요. 00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도 과정이니깐 잘 지나오면 더 강해지고 더 잘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인생의 일부니깐 상황이 어쨌던 기분 좋게 보내봅시다] 라는 답장을 받았다.






#4. 이씁치씁



멍렬이가 일하는 고시식당이 후식으로 제공하는 생강차는 정말 진하다. 밥을 맛있게 먹고 나와 생강차 한잔을 호~ 불며 마시다 보면 씁쓸했던 마음도 어느정도 좋아지지. 진짜라구.








#5. 집중소와 함께한 12월



사실 주위 퇴준생 친구들을 보면 꼭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당분간 '온전한 내 시간'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12월. 내가 그 12월에 하기로 선택한 건: 신림동 독서실 다니기.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조합으로 집중소라는 독서실에 다니게 되었는데 가격과 시설 모두 상당히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어둡지 않아서 좋다.

스스로에게 쫓겨 같은 층에 사람이 한명도 없는 컴컴한 동네 허름한 독서실 1인실에 갇혀지냈던 2017년 1~2월은 아직도 내게 트라우마 비슷하게 질식할 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후가 되면 햇빛이 드는 문 바로 앞자리를 잡았는데, 오가는 소리가 신경쓰인다는 단점과 잠들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6. 신문스크랩




버리는게 나은 걸 잘 못버리는 버릇을 고치려고 차근차근 노력 중이다.

상반기때 나름 열심히 신문스크랩을 해뒀던 바인더를 정리했다.
신문스크랩 하면 딱 기억나는 게:
① 항상 피곤해있는 상태였음. 특히 밤을 샌 다음날 밤낮 안바뀌려고 뻐틸때 신문스크랩을 많이 했었다. 나는 그때 걸핏하면 밤을 새고 몰아서 일하고 그랬었는데. 참 수명 땡겨쓰기의 달인이었음.
② 책상의자에서 안하고 바닥에 방석깔고 앉아서 했었음.
③ 옆에 우쿨렐레를 두고 신문을 읽으면서 쳤었음.

실제로 자소서나 면접 등에서 신문스크랩 내용을 써먹게 됐던 적은 없지만
그래도 퀭한 눈으로 자르고 붙이고 형광펜칠하고 했던 정성이 꽤 들어갔던지라
버리면서 시원섭섭했다.








#7. 환경  



신림동 독서실까지의 이동루트:
동생 출근때쯤에 경인교대까지 차를 타고 감 -> 경인교대에서 고시촌까지 가는 버스(6515, 152)를 탐.
이동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걸 감안해도 최소한 집이나 도서관에서 했을 때보다는 더 많이 공부했을게 분명하다는 걸 집에 갈때마다 느낀다. 집에 있었으면 그냥 쉬어버렸을 순간이 꽤 많았다.
그리고 내가 평촌도서관에서 집중소만큼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는 거기가 지나치게 개방되어서가 아니라 급식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새로운 인과관계 가설을 하나 세웠다.









#8. 내 사과를 받아줄래



내가 집을 나서는 시간대엔 집 주변 카페가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다 하루는 청계동에 들렀는데 아침일찍 여는 카페 발견! 이후 점심카페인을 아침으로 땡겨야 할 만큼 피곤한 날엔 곧잘 들러 한잔 마시게 됐다. 

오늘도 여느날처럼 한잔 하는데 벽에 붙은 말이 귀여워서 한장. 물론 사과라떼를 마시진 않았다. 언젠가 사과할 일이 생기면 이 사진을 보내면서 사과를 해봐야지. 






#9. 추록



지옥같은(빨리읽기금지) 추록작업. 한번에 몰아서 다하기엔 너무 소요가 커서 자기전에 하루씩 틈틈이 나눠서 하고 있다가, 오늘은 마침 우연히 튼 골목식당이 재밌어서 끝까지 보는김에 다 해버렸다. 과연 내일 나는 일어날 수 있을까 ㅠ ㅠ









#10. 한밤의 에스프레소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기 전 진한 커피 딱 반잔을 마신다. 소소한 일탈.










#11. 친구따라 열대가기


차(tea)를 좋아하는 탈카페인주의자 친구를 따라 커피 말고 '트로피칼 어쩌구'라는 차를 마셔봤는데 괜찮았다. 이런 차라면 커피대신 마셔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밖에서 사서 먹기엔 가격이 부담된다, 언제 내가 만들어서 마셔봐야겠다, 트로피칼이라고 대충 치면 레시피가 나오지 않겠냐 등등의 얘기를 했지만 내 귀찮음이 희석되기까지는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12. 신비한 산책코스


2동 주민센터 옆쪽으로는 쌍팔년도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골목이 있다. 생애 처음으로 고시촌에 방문한 M과 함께 돈까스를 먹고 산책을 하면서 간판을 자세히 보니 무슨 종교? 무속? 방이 밀집한 곳이었다. 서로 놀래서 큰길로 나왔다. 나 옛날에 지나다니면서 이 골목 분위기 좋아했는데,,, 이런 곳이었어,,










#13. 오후 내내 1강 들은 날


1강에 111분 대환장파티.... 마침 멍렬이에게서 80분 강의 하나 듣고 진빠져서 담배피러 도망간다는 카톡이 와 ㅂㄷㅂㄷ했다.












#14. 어느새 연말


딱히 평일과 주말이 다르지 않고, 딱히 누구와 약속을 잡는 일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별 다를 것 없이
- 일어나면 일단 씻고
- 경인교대까지 가면서 좀 졸았다가
- 5515번 버스를 기다리며 얼어죽을 위기에 잠이 확 깨고(결국 이번연도에도 롱패딩을 사지 않고 아빠의 경량패딩을 대충 빌려입으며 버티기로 함)
- 버스 안에선 일부러 햇빛이 드는 자리에 앉아 짧은 광합성을 즐기고
- 도착하면 1시간 정도 공부하다
-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일찍 나와 아점을 먹고 나면
- 졸음과의 싸움 시작
- 지하에 가서 서서도 해보고, 옆에 법문서적에 가서 책구경도 하고 그렇게 버팅기다 보면
- 저녁을 먹을 시간. 저녁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감자바우에서 후딱 먹고 후식은 생강차
- 2시간쯤 더하다 집 가는 버스 탑승
- 항상 가면서는 '오늘은 운동해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피곤해서 샤워장에 들려 샤워만 하고 올라옴
- 0.5끼정도 더 먹고 이닦고 눕기
의 반복이다. 중간에 2일정도? 심하게 심란했던 날엔 멍렬이 일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루는 카페에서 핫초코, 하루는 닭꼬치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꽉 막힌 마음을 털어놨다.

이런 기계적인 날이 반복되다보니 시간이 깜짝 놀랄 정도로 금새 지나간다. 사실 내가 고시촌 독서실에 등록했던 건 '12월엔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라기보단 '뭐라도 하면서 12월을 빨리 보내버려야지'에 가까웠다.

난 12월에 독서실을 다니기로 했던 게 내가 올해 했던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후회없을만큼 진짜진짜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가장 생산적으로 시간을 떼우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완전히 번아웃된 상태였던 난 독서실을 다니기 전 3일동안 무려 핸드폰게임을 다운받아 하기도 했었다. 군입대전 했던 모두의 마블이 마지막 폰게임이었던 내가...! 얼마나 무료했으면...! 뭐 매일매일 10시간씩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딴 것도 아니고 어떤 과목 인강 하나를 완강한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핸드폰게임을 한 것보단 내 미래에 도움되는 일을 한 거 아니겠어^-^ 그점이 난 뿌듯하다. 물론 게임이 나쁘다는 건 아님(3일동안 사실 꽤 재밌었다ㅋㅋㅋ좀비막는 게임에서 생초보인 날 길드에 가입시켜준 브라질 친구들 감사합니당).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오비즈타워에 들렀다가 광장 앞 장식들을 보고 어느새 벌써 연말이 가까워졌다는 걸 깨달았다. 또 이렇게 한살 먹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15. quasi-경인교대생 



한달 가까이 정든 경인교대와 작별하면서.
아침에 고시촌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서는 기분이 이상했다.
한때는 매일보는 광경이었는데.
내일도 이 풍경을 보는게 너무 당연해서 의심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어느덧 내 일상이 되어버렸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끝나네.
심지어 난 오늘이 마지막날이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어제는 오늘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난 아직 뭐라 할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ㅎㅎ 이렇게 또 추억의 한 장면으로









#16. 사자 앞에서는 애나 어른이나 



요새 자려고 누워있으면 이유없이 불안해진다. 그 불안감은 자다가 중간에 툭 깼을 때 특히 심한데, 최근엔 사자한테 쫓기는 꿈까지 계속 꿔서 특히 더 심하다. 그럴 땐 조금 부끄럽지만 커튼을 조금 걷어 불빛이 방안으로 조금 들어와야 다시 잠을 잘 수 있다.




일어나서 보면 대충 이렇다. 햇빛 때문에 아침에 일어날 때 좀더 쉽게 일어나지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면 어제 날 쫓아오던 엄청난 점프력의 사자가 괘씸해서 부들부들대다가 '다음 꿈에선 죽이되든 밥이되든 맞서 싸워보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실물을 마주치면 계획대로 실행하기가 참 쉽지 않다ㅋㅋㅋㅋㅋㅋㅋ










#17. 전뱀 크리스마스 콘서트



@플랫폼창동61. 창동역에는 일찍 도착했지만 밥을 먹다가 늦는 바람에 사물함에 짐을 못넣었다.ㅋㅋㅋ



뭘 해도 귀여운 셋. 도중에 젝키 커플 커버한게 진짜 커여웠는데 용량이 커서 올리진 못할듯. ㅠ ㅠ

혜지찡 앞쪽에서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2가지는
① 나머지 멤버들 모르게 꽤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② 여성팬이 더 많아 보인다









#18. 미니 독서실




내년이 되면 '24시간이 온전한 내 시간'인 날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 예정이다. 난 아직 공부해야 될 것이 꽤 남았는데. 그래서 뭐 어쩌겠어, 별 수 없이 다시 한번 방에서 주로 공부하게 될 것 같다. 이왕 그렇게 된 거 분위기 좀 내보자 해서 시야에 침대가 안보이게 바꿔봤다. 사진을 본 친구가 '미니 독서실'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19. 음성지원



ㅋㅋㅋㅋㅋㅋ법문서적에서 이런저런 책을 둘러보다 고종훈 강사의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려 한참 웃었다.

'화내는 게 아니다. 강원도 사람들이 원래 답답하면 말투가 이렇다'는 말을 옛날에 한번 우연히 써먹은 적이 있는데 
때는 안산시민이던 시절. 
처음 가보는 라멘집에 들러 라멘 하나를 포장하고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둔 차를 빼서 나가려는데 주차요금이 노량진자판기 스타일의 무인정산기 시스템이였다. 
그런거 처음 해보는데 뭘 알겠냐 ㅠ ㅠ 
그냥 정산기 앞에서 천천히 설명 들어가며 있으니까 뒤에서 주차장 관리소장으로 추정되는 아저씨 한분이 "아니 그걸 왜 못하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치시며 다가오셨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쫄딱 젖었겠다 배도 고프겠다 파이팅스피릿이 물씬 올라와 
"아니 모를 수도 있죠"하고 한마디 하려는데 문득 생각나는 고사부님의 한마디. 

그래서 그냥 나도 모르게 픽 웃으면서 
"혹시 고향이 강원도세요?" 했더니 어떻게 알았냐고 집안이 그쪽이냐고ㅋㅋㅋ 
그러면서 급 화해무드가 되었다는 평화로운 이야기. 

어렸을때 강원도 음식 전문 해물탕집에서 알바를 했던 경험에 10분동안 알심퉁이가 얼마나 맛있는지와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는 얘기를 신나게 했다.








#20. 동네친구가 된 T



동기 T는 취뽀에 성공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본사가 인덕원에 있다고 한다. 
정확히 내가 통학했던 거리만큼을 매일 출퇴근하게 된 T. 만나자마자 이 거리를 어떻게 통학하고 다녔냐고 이제서야 너의 고충("분명 칼퇴를 했는데 집에 도착하니 하루가 다 끝나있어")을 알겠다고 하소연했다.ㅋㅋㅋㅋㅋ

인덕원에서 만나 성게알과 시사모튀김을 먹었다. 술은 한라산을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일반소주만큼 쓰지 않아서 좋았다. 반병쯤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했다. 집 근처에서 술 마시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집에 갈 정신'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니 정말 신세계라고, 그치만 이것만 먹고 그만 마실거라고 등등 이런저런 얘기로 실컷 떠들었다. 

이번에 2달동안 같이 공부했던 스터디에서 내 별명이 시사모였다고, 멸치가 조금 운동하면 시사모라고, 같이 붙으면 내가 운동 더 열심히 해서 전어로 진화한 모습 보여주기로 했었다고, 그렇게 말해주려다, 취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순간 그냥 내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어져서, 한잔 마시고 말았다.








2018년 12월 13일 목요일

갓뚜기



오뚜기에 다니는 친구가 샘플 몇개를 가져왔다. 맥주창고에서 "마른안주"를 시켜 찍어먹는데 정말 내가 올해 먹어본 소스 중 제일 맛있었다. 와사비 마요네즈도 기가 막혔다. 나는 도대체 이렇게 맛있는 것도 안먹어보고 뭐하고 살았던 걸까... ㅠ_ㅠ

(오뚜기 현직이 추천하는 음미법: 구운김에 찍어먹기)



안주에 정신이 팔려 맥주를 홀린듯이 마시다가 무려 99000원이 나왔다. 감자튀김 서비스를 받고 되게 어린애처럼 좋아했었는데ㅋㅋㅋㅋㅋ '줄만했다'는 것이 다음날 우리의 중론이었다.




2018년 11월 30일 금요일

2018 가을의 썰판기




#1. 사람일 모르는 거래


요즘 달력을 볼 때면 오늘 날짜가 잘 믿겨지지 않는다. 지난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11월 동안 나는 4번의 면접을 봤다. 2곳은 이미 결과가 나왔고, 남은 2곳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올해 상반기의 나한테 돌아가 내가 어디어디 면접을 봤는지 말해주면 정말 깜놀할거다. 사실 더 놀래켜줄겸 어디어디를 썼는지, 아예 지원조차 안했는지를 더 말해주고 싶다. 아마 한대 맞을지도 몰라.ㅋㅋㅋㅋ








#2. 파캉스






마지막 면접은 서울역이었는데, 끝나고 해방감에 용기를 내 
그냥 무작정 인천공항행 공항철도를 타고 갔다. 

(결과: 아웃백에서 8만원 씀)










#3. 해 질 때는 밖에 있고 싶어







물류창고 3층에서. 
몸으로 하는 노동은 실제 가치보다 곱절은 소중하게 느껴진다.







#4. 안녕 잘 지내니 지나가다 들렀어






웅전고시원 7층에 살던 18살의 나에게. 안녕? 










#5. 정말 오랜만에 한강 이북 나들이




동작대교를 건너는 풍경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6.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나






회전이 어찌나 완벽하던지 ^~^









#7. 2018년 중 제일 좋았던 날





토요일 오전에 나와,

좋아하는 런닝메이트들과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마치고는 육회에 맥주를 마시며 깔깔.
매일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8. 면접 after 면접





목요일 금요일이 연속으로 면접이었다.

목요일 면접을 끝내고 돌아가는 버스에선, 상반기 면접 때 밤새다가 아침에 못갈 뻔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냥 푹 자고 가기로 했다.











#9. 인적성 (1)






양재역은 국립외교원 세미나때 한번, J를 만나러 한번 해서 총 두번 왔었다.

인적성 시험장소가 국립외교원 근처라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옛날에 J가 말해줬는데, '말죽거리 잔혹사'의 말죽거리가 이 근처란다. 뭔가 충청도 같았는데.
시험은 역시나 1도 준비하지 않고 보았는데, 다행히 어렵지 않았다.












#9-2. 천하제일 인성빻기 대회




잡플래닛에서 기업리뷰보다가 웃겨죽을뻔ㅋㅋㅋㅋㅋㅋㅋㅋ













#10. 인적성 (2)





여기는 올때마다 기분이 좋다. (뭐 어떤 대기업 시설이 삐까뻔쩍하지 않겠느냐만은) 시설도 훌륭하고, 각 전형 합격배수를 굉장히 적게 뽑아서 북적이지 않고 쾌적하다.


일찍 끝나서 노량진에 들렀다가 내려갔다.

선릉에서 선정릉역까지 걸어가면서는 홀가분한 마음에 폴짝폴짝 뛰며 걸었다.
음.... 사실 추워서 그랬다.











#10-2. 인적성 (3)








필기시험을 보러 하계중학교에 갔다. 경기남부시민을 서울 북부까지 부르다니 너무너무한거 아닌가요. ㅠㅠ 라고 생각은 해도 지방에 사는 분들은 대전 대구 부산같은 광역시까지 매번 가야하니 이정도면 감지덕지,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오랜만에 푸는 ncs. 도대체 얼마만이냐. 시험장 실전문제로 근 반년만에 첫 ncs문제를 풀었다.ㅋㅋㅋㅋㅋㅋ 간땡이 무엇.... 

시작하기 전에 "해당 영역 시간과 다른 영역 문제를 풀면 무조건 부정행위"라고 살벌하게 겁줬다. 뭐야. 그새 또 뭐가 바뀐거야? 내가 ncs공부했을때는 그냥 한방에 쭉 풀고 끝내는 거였는데. 

첫 영역은 언어영역이었다. 시험지를 딱 펼치니까 모듈형(1번~20번)??? 모듈은 또 뭐지... 에라 모르겠다하고 풀었다. 

20문제를 다 풀었는데 시간이 굉장히 여유롭게 남았다. 응? 이렇게 시간이 남을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① 아침에 커피를 못마셨고 ② 시작하기 전에 너무 살벌하게 겁준 탓인지 판단력이 흐려졌나보다. 남은 시간동안 여유롭게 마킹하고 아리까리했던 문제도 다시 보고 해서 끝냈다.


그렇게 첫영역이 끝나고 다음 영역 시작. 시험지를 한 장 넘기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어영역 상황형(21번~30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육성으로 쿡쿡 웃었다. 진짜 바-보.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10문제를 보지도 못하고 찍은 후 다음영역 문제를 풀었다. 논리쪽이 어려웠고 나머지는 그냥저냥 할만했다. 역시 30문제를 푸니 시간이 엄청 빠듯했다. 남은 두 영역을 풀면서는 그냥 아침공기 쐬고 아침햇살 받은걸로 만족하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재밌게 풀었다.



기억나는 수열 문제가 하나 있다.


1 3 5 7 ____


9를 답으로 체크하면서 정말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 바보테스트?????? 변별력 무엇?????? 아니면 나만 모르는 썸띵?????


끝나고는 겹치는 사람들 속에 끼기 싫어서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잠시 광합성을 했다. 주말오전에 꿀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밖에 나오면 넘나 상쾌한 것!



S를 만나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비빔밥은 비벼먹지 않고 덮밥은 덮어먹지 않는다는 유서깊은 신조를 간직한 나는 역시 밥과 육회의 이분화를 추구했다. S는 그정도면 극단적 찍먹파, 찍먹계의 IS 라는 소감을 남겼다.




















#11. 버스타고 가는 면접은 처음이야





2시간도 못자서 피곤할 줄 알았는데 가는 버스에선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았던 게,
제공되는 간식과 점심밥이 맛있었던 게,
면접관이 같이 담배를 피우자고 해서 맞담배를(!) 피웠던 게,
정말 세상 착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든 남을 밀어내려는' 마음을 본인도 모르게 표출했던 게,
면접장만 가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나로써는 순간 인상이 확 찌뿌려져서 레이저를 쏘았던 게,
돌아가는 버스 옆자리 사람은 다음날 다른 기업 필기시험장소를 실수로 부산에다 체크해서 집에 가자마자 공항으로 가야 된다던 게,
중앙대 동갑내기 조원과 친해져서 시청역까지 걸으면서 꼭 잘돼서 술한잔 하자고 약속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던 게,
하행선 1호선은 미칠듯이 북적이고 답답했던 게,
내일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자도 되는 토요일인 게,

기억난다. 






(선물로 받은 컵케잌)











#12. 가을 뒷풀이



영등포에서 면접스터디 조원들과 뒷풀이를 했다. 한명한명 모두 재밌고 좋은 사람들이다.

같이 있으면 그냥 어떻게든 즐거운 관계.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딨어.


곱창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을 정도로 괜춘한 곱창집에서 술과 고기를 맛있게 넘겼다.

감정을 이기지 못해 무작정 J를 따라 나가자 D가 진지하게 나를 불러세웠다. 
D의 예상은 정확했으나 나는 태연한 척 부정하였다. 
11시20분쯤 막차를 타러 H의 오빠가 잔뜩 취해있는 술자리를 몰래 빠져나왔다. 


이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술에 취해 침대에 쓰러져 잠들면서는

제발 모두 합격하게 해주세요,

제발요,

라고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으로 간절하고 진지하게 소원을 빌었다.









(영등포 로컬 H가 안내해준 카페! 분위기도 좋고 근처 경치도 좋았음)












#13. 친교인물과의 재회



거의 1년만에 B를 다시 봤다. 졸업식 때 지나가면서 잠깐 2초정도 보긴 했지만 말을 섞진 않았으니.


성남주민이면서 근처 맛집을 전혀 알지 못하는 B.

이정도면 불법체류자라고 놀리고 싶었지만 쎈언니 패션을 하고 나와서 쫄았다.

결정장애 2명이 만나면 흔히 그렇듯 식사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목적없이 걷다가 파스타로 결정했다. 
파스타 퀄리티도 좋았는데 조용하고 사람 별로 없는 그 분위기가 나는 훨씬 더 좋았다. 

어제는 술을 좀 마셨는데 숙취가 덜 풀려 나도 모르게 계속 B의 얼큰한 국물파스타를 뺏어먹었다. 

그리고ㅋㅋㅋㅋㅋㅋㅋ 재밌는 일이 하나 있었다.

건널목을 건너려다 트럭이 우회전으로 들어오는게 보이길래
"차와!"
해서 B가 멈추고 차가 지나가길 기다려보니
트럭은 안오고 유모차가 지나갔다. 

하긴 유모차도 차지 라는 말과 드립이라기엔 굉장히 리얼했던 내 목소리가 스스로 너무 웃겨서 한참 웃었다.


밥을 먹고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근황토크 정도?

역에서 악수를 하고 헤어지고 나니, 그제서야 오래전부터 꽉 막혔던 한켠이 시원해졌다.
이렇게 웃으면서 보냈어야 돼.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순간은 항상 좋은 순간이어야 돼.











#14. 수원 나들이



바람이 쐬고 싶어 굳이 안산까지 내려가 수원행 버스를 타
막내이모와 지연쓰를 만나 밥을 먹고
멀~찍이 돌아돌아 오랫동안 걸었다.

























#15. D 송별 드라이브



노량진에 살던 D에게서 갑자기 "오늘 고향(전주)으로 내려간다"는 연락이 왔다.

뭐야 이제 가면 또 언제 본다고 이렇게 갑자기 가냐 ㅠ ㅠ
사실 자기도 이렇게 갑자기 갈 생각은 없었는데 심란해져서 그렇게 됐다고.
위로....는 무슨 내가 뭐라고 위로. 위로라기보단 잘 보내주고 싶은 마음에 바로 쏘카를 결제해서 노량진으로 급하게 올라갔다. 오래 살던 곳에서 나올 때 느끼는 쓸쓸한 기분 너무 잘 알기도 하고, 짐도 많을텐데 터미널까지는 좀 편하게 옮겨주고 싶었다.


내려가기전에 잠깐 바람을 쐬기로 했다.

코스는 무려 유서깊은 이촌-동작. 한강 얘기를 하다 그렇게 됐다. 내가 이촌-동작코스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켜주는 날이 올 줄이야....ㅋㅋㅋㅋ

동부이촌동에서 밥을 먹고, 유치하지만 동작대교 가운데쯤에서 시원하게 소리를 한번 지르(도록 교사하)고ㅋㅋㅋㅋ 영등포 스벅에 가서 mutual friend인 H와 셋이 수다를 떨다 작별인사했다. 다음엔 언제 또 보게 될까. D가 본인의 꿈을 이룰 때까진, 나는 D의 시야에서 사라져주는게, 아무 연락하지 않는게 자기가 보기에 맞는 것 같다는 얘기를 언젠가 들었었다. 내손동까지 내려가면서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D를 보면,

긍정적으로 이겨내려고 애쓰는 게 보여
한편으론 안쓰럽고, 한편으론 대단한 것 같다.

잘됐으면 좋겠는데. 모두가 잘 될 순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