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심란함과 우울함에 오랫동안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아침엔 5톤짜리 추에 짓눌리고 있는듯한 끔찍하게 가라앉은 기분으로 샤워를 하며 요사이 극도로 불규칙한 수면패턴이 문제라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별로 같은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학교까지 걸어가며 검색해보니 '행복호로몬'인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리려면 1) 햇빛을 많이 쬐고 2) 몸을 움직이고 3)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라고 했다.
12교시가 끝나고는 시청각1층에 멍하니 턱을 괴고 앉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career goal에 대한 고민을 하다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Y를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세로토닌 분비를 위해 커피한잔을 들고 한예종에 산책을 하러 갔다. 북적이는 정문이 싫어 후문으로 도망쳐온 후문파인 난 후문조차 북적일 때면 평소에도 종종 커피를 들고 한예종으로 도망치곤 한다.
재외국민 동기 Y는 예전부터 그랬는데, 요즘은 운동을 하면서 특히 더 심각할 정도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장착했다. 정말 아~~무 근심걱정이 없다. 비꼬는게 아니라 부러워서 그런다. 마음가짐이란게 원하는대로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런 사람들은 만족의 기준점이 높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그들을 행복으로 이끈다.
Y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항상 '쫓기는 나'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나에게 '너는 정말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준다. 위로인지, white lie인지, 빈말인지, 사실인지.
나는 이제 그냥 다 웃어넘기기로 했다. Y에게 '난 이제 심각하게 살지 않겠어'라고 다짐했다. 이미 몇년전 생일에 한번 했었던 다짐인것 같지만 뭐.
(일교차가 심한 것 빼고는 다 좋은 가을. 특히 해가 질 때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