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아무리 난 이제 호모 루덴스라고 우스갯소리로 떠들었어도 그렇지 있는 힘껏 술과 밤샘으로 흥청망청 인생을 낭비하는 중이다. 물론 죄책감 가득히. 특히 밤낮이 구분이 안되는 칙칙한 모텔방 같은 아침이 진절머리가 난다. 괜찮아 난 군인이니까라는 방어기제도 유효기간이 끝났다. 매일밤 희미한 정신으로 집에 걸어오면서 이제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를 요 며칠 사이 30번도 넘게 뱉다 보니 말출때 예매해둔 kt전 날짜가 되었다.
위즈파크는 수원이라 가까울줄 알았는데 역에서 버스타고 은근히 들어가야 했다. 목동야구장 가는 느낌. 별로다. 목동은 오목교역에서 걸어서라도 갔지. 그렇다고 차를 타고 가자니 직관의 꽃 치맥을 할 수 없고 주차는 왜 또 예약주차만 받는건지. 구장 자체 시설은 깔끔하고 좋긴 한데 수용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다. 외야가 과장 조금 보태서 잠실의 1/3. 또 매점이 구내에만 있어서 줄이 미친듯이 길다. 시간 딱 맞춰 갔는데 먹을거 다사고 다니 3회초..ㅋㅋㅋㅋ
게임은 강민호가 만리런을 치는 등 크게 이겼다. kt는 무엇보다 수비를 너무 너무 너~~무 못한다. 무슨 고교야구 보는 줄 알았네. 어느정도 엘꼴마냥 치고받고해야 보는 것도 재밌는데. 원사이드한 경기가 재밌는건 국가대항밖에 없다는게 내 지론이다. 웬만하면 경기중에 안나오는데 오늘은 도저히 kt가 남은 이닝에 뭘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안들어서 8회초에 적당히 빠져나와 놀부보쌈과 소주를 먹었다. 돌아오는 길엔 100%의 방종은 오늘까지라고, 내일부턴 밀려있는 것들도 하나씩 처리하고 뭘 하든 be productive하리라 생각했다.
아 그리고 오늘 kt 라인업에서 박기혁을 봤다. 내가 박기혁때문에 롯데야구 보게 됐는데 박기혁은 내가 막상 야구를 보게 되니 군대에 끌려갔다. 이렇게 군필자로 만나는군. 박기혁 응원가가 바뀐걸 듣고 기분이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