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0일 일요일
남도여행 에필로그
2011.3.19 (금)
그 다음기회가 흘러흘러 벌써 3달이 지났다. 그때 꿈꾸던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다시 그때의 한가로움을 생각하고 있다. 정말 그림그려두길 잘했던 것 같다. 아직도 그때 그 모습들이 하나하나 머릿속에 생생하다. 이번 주말엔 사진을 인화해서 작게 끼워놔야겠다.
그래 그래. 과연 난 그때의 다짐대로 지내고 있는건가? 명사십리에서 했던 그 생각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거야? 조금만 더 숨막히게 살아야겠다. 나한테는 아직도 내가 늘 생각했던 것이 부족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낙관적인 것보단 비관적인게 좀 더 생산적인 삶을 살게 해주겠지.
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 평범하게 사는게 가장 어려운 거라는 말은 정말 틀린게 아니었어. 옛날에 아무한테도 상처주지 말고, 아무한테도 상처받지 말고 살자는 다짐은 대체 어느새 없어진걸까. 이제 정말 다시 돌아가자. 이정도면 충분히 퉁칠 수 있다. 알고 있는대로만 하면 잘 될거다. 말이 새는 걸 보니 아마 난 여행이 필요한 것 같구나. 여행까진 필요없고 노량진이나 다시 한 번 들려보고 싶은데 사람 일이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는건 핑계고 언제가 ㅅㅂ....
다시 여행얘기로 돌아가서, 왼쪽에 저 글을 썼을 때가 아마 부천으로 올라가는 버스 안이었을 거다. 아!! 기억난다. 그 기사분이 진짜 너무 사람 좋으신 분이라 이름하고 회사 기억해놨다가 고맙다고 쓸라고 했었는데! 내릴때 내가 "안녕히계세요~~수고하셨습니다^^"하고 내리려는데 "승차권 좀 보여주시겠습니까?"라고 하셔서 의도치 않은 꼽을 당했다.ㅋㅋㅋ 영암에서 먹은 돼지갈비는 정말 맛있었다. 완전 쫄쫄 굶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하나가 정말 행복했었던 기억이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미화한다지만 뭐 이정도 쯤이야~
부천엔 저녁 늦게 도착했다. 무지하게 추웠다. 세상에. 할머니댁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에이...할머니집에 들르게 될 줄 알았으면 뭐 기념품이라도 하나 사갔어야 했는데. 할머니집 특유의 옛날밥공기에 할머니집 특유의 잡곡밥을 먹으니 내가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우리 엄마도 내 나이때 내가 앉아있는 식탁에서 그 밥공기에 그 잡곡밥을 먹었겠지. 생각해보니 부천에 온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되게 일찍 주무신다는걸 알고 있었어서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나와 안산으로 돌아갔다. 피곤했었는지 가는길엔 곯아떨어졌는데 잠에서 깨고 나니 요 며칠동안 내가 그렇게 많이 걸어다녔었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수많은 새로운 풍경들을 보고(특히 청산도), 이렇게 온몸이 떨릴정도로 춥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게 정말 아득한 세상 반대편 일처럼 느껴졌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꿈을 꾼 것 같았다. 사실 내 몸은 내 방 침대에 계속 있었는데 정신만 갔다온게 아니었을까.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에 샤워하며 발을 자세히 보니 아주 이곳저곳에 물집이 다 잡혀있었다. 그걸 보며 '아 내가 꿈꾼건 아니었구나'.
절대 추억에 얽매여 살지 말자. 다만 이렇게 돌아보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면서 올 한해 보내는거야. 그냥 둥글둥글하게 그렇게 쭉. 좋은 날이 올때까지. 여태까지 잘해왔듯이 이번에도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작성자:
jetu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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