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1일 목요일
2019년 1월의 옴니버스
1.31.목
메모만 빠르게 옮기고 23시 20분에 자니 아침에 무척 개운.
나는 잠을 줄이면 생산성이 급락하는 타입? 우울의 원인은 수면부족(또는 과다)?
아이유 밤편지*******. 일어나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맴돌다. 길거리 오고가며 듣던게 다였던 플레이리스트에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었던 노래였는데. 아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꿈을 꿨었나보다. 가사도 잘 모르는채로 하루종일 흥얼거림.
나만의 멋으로 살겠다? 그것도 웃긴 말임. '멋'이라는 표현에서부터 '비춰지는 나'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지 않을까? 이율배반적이야.
양치를 하던 중 피가 묻어나와 나와 옆사람 모두 깜짝 놀랐지만 재채기 중 혀를 깨물었기 때문임이 밝혀짐.
1.30.수
맑음. 오전 외근 오후 외근. 오랜만에 햇빛을 듬뿍 쐬서 좋았음. 점심때 뒤늦게 선크림을 바름. 앞으로 외근일땐 아예 아침부터 발라야겠음.
의도치 않은 노카페인 데이. 괜찮다 싶더니 저녁시간 직전에 정신잃고 엎드려 잠. 시작한것도 모르고 자다가 중간에 깸, 조금 뻘쭘했음. 순간 잠의 유혹이 얼마나 세던지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볼을 책상에 대고 고개를 돌려 5분을 더 잠.
유도. 첫 업어치기. '시간가는 줄 몰랐던게' 얼마만인지. 재밌었다. 중력의 위력(?)은 말문이 턱 막힐 정도.
표적지를 보고 쏘는 게 아니라 가늠쇠를 보고 쏘는 것이다, 표적지는 그냥 흐릿하게 보이는 상태로 두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더 정확하게 맞는다, 진종오선수 인터뷰 6점 쏜 이유: 표적지 봤다 ----> 내 앞의 작은 것에 집중***** (명상 코끝 숨, 단순반복기계작업, 양 한마리 양 두마리)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해야 한다.
취미에 미친것처럼 몰입하기? 좋은 선택 같다.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면 몰입할 대상(눈 앞의 것)이 필요하다.
우울한 눈으로 북적이는 인파 속에 껴서 지나치는 사람들을 '관찰'.
외상. 외상 후 성장,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외상내기.
"외모"에 대해 생각했음. 누군 좋다 누군 별로다의 차원이 아니라, 누군가는 좋다고 느끼겠지? 하는 차원. 짧은 시간동안 몇백명의 사람들을 미술관 그림을 관람하듯 의식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느낀 점은: 다들 비스무리하다. 다들 똑같이 괜찮다. 누구도 크게 모나지 않고 누구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다시 한번 진정으로 외면은 중요한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함. 특히 월요일의 일이 크게 작용했음.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 내면에 있어서도 기준은 '나'가 되어야 함. 모두가 그게 좋은 거라고 하니까 그래야한다? 의문을 가져야 한다. 잠깐 셀프크리틱? 난 최소한 친절한 내면을 가지지는 않았다.
약을 한알 털어넣고 운동을 하니 조금 괜찮아짐. 약효가 좀 빨리 왔으면 좋겠음. 우울할때 비로소 먹으면 늦는다. 예방하는 느낌으로 먹어야함. 무감각. 무뎌지기. 둔감해지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나는 다시 한번 이 둘에 대해 고민한다. 요즘은 방향을 잃고 헤매인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걸 그중 하나로 해볼까. 솔직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만 신상을 제한해서. 가장 중요한건 정리가 아니라 기록. 다 기록을 해둬야.
또 다른 연애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있고 동감 또한 된다. 내 의견 낼 필요는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나는 조용히 내 선택을 하면 된다. 영향을 받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서 너무 미안하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만나본 사람들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1.29.화
데미소다 사건:
J형이 음료수를 사주겠다고 해서 같이 1층 자판기에 갔다.
J형이 1000원을 넣고 "뭐 마실래?" 해서
0.1초의 고민도 없이 "오후엔 탄산이죠"하고 600원짜리 데미소다를 탁 눌렀는데
알고보니 J형은 지갑에서 딱 천원만 빼서 내려왔었음
근데 그 자판기에서 제일 싼 음료수가 500원짜리 컨피던스
내가 뭐 말려볼 틈도 없이 바로 빡 눌러버린게 너무 웃기다고
5분을 그렇게 낄낄낄 웃었음
뭘 할 수 없을만큼 우울해서 일찍 누운 어느 날.
왜 일찍 누우셨어요 공부하셔야죠
나: (응 요즘 별로 의욕이 없네)
빨리 일어나세요 사람이 변하면 안돼요ㅋㅋ
나: (ㅋㅋ)
그러고 가만히 20분쯤 누워있다보니
그 친구말이 좀 맞는 것 같았음. 사람이 변하면 안된다는게.
그냥 하던대로 쭉 하다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모여 나를 바꾸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해봤는데 니 말이 맞는 것 같애"라는 뜬금없는 말을 전하고 공부하러 감
적당히만. 적당한 관계로만.
= 아주 깊은 관계를 맺지는 않는다 같은 유치하고 1차원적인 게 아니라
= 적당한 관계가 되려면 내가 많이 배려하고 먼저 희생하고 해야 된다 는 차원
반드시 많은 일을 해야 하는가? 난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편인가?
두달 가까이 계속되는 우울함. 로보캅에서처럼 '인간성 농도'가 낮아지고 싶은 기분. 난 때때로 감정없는 기계가 부럽다.
+가 없음에도 상당히 행복한 상태일 수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 없음으로써 느끼는 안정감", 그로부터 비롯되는 소극적 행복. 들뜨거나 깔깔 웃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류의 적극적 행복 대신.
1.28.월.눈
올해 첫 눈. 쌓일만큼 내리진 않음. 눈이 오면 포근하다.
생애 첫 대구방문.
가죽 한 장. 그 장면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만큼 충격적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삶과 죽음의 덧없음.
병든 닭처럼 졸다.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안해도 되나?
A: 그런 날도 있어야지
속으로 정말 맞다고 대답함. 그런 동감이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음.
엔진소리 백색소음.
며칠째 계속되는 생각: ㄱ vs ㄴ. 불편한 건 당장 눈앞의 일이 아닌데 재보고 있다는 것. 답은 둘다 아닐수도?
K의 페북. 모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수영장.
말은 하는데, 안하는게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함. 어느쪽이 맞는 것일지?
1.24.목
꿈을 꿨는데 종교행사에 유교가 있어서 한참 웃음. 한분은 이름이 도영이었는데 내가 아는 도영은 없다. 대체 누구냐.
친해지고 싶은 첫인상은 아닌 같은 조가 된 남자에게 애써 웃으며 말을 꺼냈는데 곧 본관(?)으로 간다고. 그래서 그렇게 비협조적이었군.
1.23.수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자유도가 글보다 훨씬 높으니까. 상상을 덧붙일 여지가 더 많으니까. 양식은 만화가 어떨까?
1.22.화
나와 나`.
평행우주가 있다면, 나`에겐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1.21.월
아프면 통증이 있는 건 당연. 참는 건 미련한 짓. 병원을 가면 됨.
1.17.목
여기저기서 본인의 취향을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는 000이 좋아요 0000이 좋아요 등등등.
그렇다는 건 先취향 後대상이라는 뜻일까. 자신의 취향을 먼저 정해놓고, 그 다음에 어떤 대상이 본인의 선호에 맞는지 이리저리 따져보는거지.
이분법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고,
실제로 나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딱딱 떨어지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지만,
어쨌든,
그러면 말은 잘 맞는다.
너 A가 왜 좋아? 하고 묻는다면
난 00이 좋으니까, 하고 대답하면 되니까. 문제없음.
나는 반대쪽에 가까운 것 같다.
A는 A라서 좋다. 끝.
물론 누가 실제로 나한테
대답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상황에서
"왜 A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A라서요" 라고 대답할 정도로 끔찍한 소통능력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럴 땐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말을 살짝 웃으면서 하면
높은 확률로 내 마음 꺼내보일 일은 생기지 않는다.
1.16.수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다.
꽤 오래된 생각이라는게 슬프지만, 사는게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
계단을 오르면서 J형에게 오늘은 일찍 자겠다고 하자 어디 아픈건 아니냐고 물어왔다.
몸이 아픈건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
도피성 수면을 하기로 했다. 약 지속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심정은 약을 먹지 않았던 날들의 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내가 잠깐 기댔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내가 잠든 순간에도 행복하길.
1.15.화
오늘은 약효가 무엇인지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약은 마음을 잠시 둔감해지게 해 준다.
어젯밤 마지막에 했던 생각이 아침까지 이어져 8시까지의 난 상당히 짓눌려있는 상태였다. 아침밥을 굉장히 멍하게 초점없이 먹었던 게 기억난다.
8시쯤 약을 복용하고 2시간쯤 어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 기분이 '아무렇지 않음'을 문득 느꼈다. 아침의 그 시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
나는 사소한 것까지도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고 담아두게 되기 때문에, 관계는 정말 조심해서 최소한으로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늦은 저녁 사람들은 '인스타 하는 여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난 턱을 괴고 며칠전 읽었던 댓글의 인상깊은 문제제기를 떠올렸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면 아무나하고도 괜찮은거야?"
답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멍청한 기분으로 물을 몇모금 마셨다. 내가 보기엔 남자나 여자나 그냥 다 똑같은 것 같다.
1.14.월
원체 잠을 잘 못드는 편이지만 어제는 특히 심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침대에 멀뚱멀뚱 누워있었다. 스스로 '파도'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고, 어떤 생각은 까먹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기고 싶었지만 그냥 가만히 몸에 힘을 빼고 있었다.
앞뒤가 안맞게도 오랜만에 숙면했다. 꿈도 기억나지 않는다. 5시간 정도밖에 못잤는데도 하루종일 말짱했고 나름 생산성도 있었다.
...
하지만 일어날때의 기분은 無였다. 카페인에 비하면 확실히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약효가 떨어졌을 때의 공허함이 없는건 아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일어난 직후 10분동안 밑도끝도없이 계속해서 든 생각은 "대립각 세우지 말고, 상처받을 일 만들지 말고, 위험요소 만들지 말고". 잠에서 완전히 깬 다음부터는 언제 그런 극단적 위험기피사상을 가졌냐는듯(실제로 지금 글을 남기기전까지 단한번도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음) 내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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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가 늦게 나타나는 것 같아 아침에 복용하기로 했다. 오늘은 오전 08시 08분에 복용.
어제의 약효는 플라시보였나? 3시간이 지나도 아무 변화도 없었다. 어제는 커피를 동시에 먹었어서 그런건가. 하긴 이틀 먹었다고 갑자기 그런 드라마틱한 효과가 오는게 말이 안되긴 한다. 그러면 그게 마약이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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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는 떡볶이가 나왔다. 떡볶이를 먹으며 J와 D를 떠올렸다. 함께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최소한 이 약을 먹는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 J와 비슷한 체구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될 때면 모자를 푹 눌러 눈앞을 가린다. J는 이곳에 있었으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이쁨받았을게 분명하다. 그런 what if가 아닌 내가 지나온 진짜 현실에서도, 내 마음은 충분히 아팠다.
...
'보통 남자'와 '보통 여자'. 그들이 주말에 하는 일들. 그들이 서로에 대해 숨기고 있는 속마음. 당사자에게서 직접 들려오는, 나도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
나는 너희들과 다른데, 너희들과 같다는 게 힘들다.
여기저기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듣게되는 소음들에 무신경해지고 싶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듣지 않고, 보고 싫은 장면은 보지 않고 싶다. 내일부턴 귀마개를 꼭 챙겨와야겠다고 다짐했다.
...
가끔씩 짬이 생길때면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둔 글들을 블로그에 옮긴다. 12월에 내가 가장 많이 적어둔 말은: 둔감해지기, 무뎌지기.
나는 좀더 강한 약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곱절은 더 둔감해지고 싶다. 난 아직도 너무 민감하다. 오늘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아침에 먹은 약이 두꺼운 모직포 역할쯤은 해주었던 것 같다. 칼이나 총알까진 막지 못하는 모직포.
1.13.일
집에 있을때와 흡연했었던 아침화장실에 가니 강렬한 욕구가 잃었지만 코감기 덕분인지 참음. 차라리 잠을 더자자, 해서 11시까지 냅다 잠.
이젠 밖에 나오면 참을만한 것 같다. 밖을 돌아다니면서는 '피고 싶다'는 생각이 한번도 들지 않았다. 포근한 흡연장소가 있는 실내에서가 정말 참기 힘들다.
2시간30분짜리 버스를 타기 전에 항우울제 복용. 3시간 뒤에 처음으로 효과를 느낌.
1. 강력한 집중력(이 느낌이 정말 좋았다. 내가 지금 잡념없이 몰입하고 있다는게 느껴짐)
2. 자신감(그냥 잘 될것 같음, 뭘 해도 해볼만 할 것 같음)
3. 대수롭지 않아짐******(평소에 하던 걱정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별 큰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짐. 사실 내가 일부러 생각을 꺼내지 않으면 생각이 나지도 않음. 자정에 가까운 지금까지도 그런데 이건 좀 신기하다. 스스로를 3인칭으로 보는 느낌이 든다. 그냥 무표정으로, 응 그땐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별 감흥이 없음)
1.12.토 - 항우울제 복용 1일차
오전엔 바빠서 담배 생각 안남. 생각해보니 안났다는게 신기한데? 역시 따뜻한 집에 와서가 문제. 중간에 일기를 쓰는데 강한 흡연욕이 수차례. 버티기 힘들었다. 집에 있으면 안될것 같아 드라이브를 나감.
오후3시쯤 항우울제 복용. 글쎄? 별거없었음. 별다른 기분의 변화 없었음, 좋게 해석하면 우울해지지 않은건가? 그냥 복용하기 전에 이어서 책상에 계속 앉아 내 할일을 했다.
특이사항이 하나 있다면 복용한지 얼마안돼 얼굴이 붉어짐. 음.... 술에 기분좋게 취했을 때처럼? 내 얼굴이 빨개졌다는 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스스로 느껴짐. 얼굴색만 붉어진게 아니라 딱 술취했을 때의 흐릿하면서도 기분좋은 느낌으로 기분까지 그렇게 됨. 아마 처음이라 그런 게 아닐까 추측. 이건 20분쯤 있으면 서서히 사라짐.
저녁~밤에는 대화의 상황(함께식사, 운전동승)에서도 조용히 말없이 있었음. (기대했던) 활기와 웃음? 없었음. 도로 위 이기적인 운전자들에게 크락션도 여러번 눌렀다.
1.11.금 - 금연 11일차
집에 가서 와인, 굉장히 담배가 피고 싶었음. 어떻게 참았는지도 사실 모르겠다.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졌기에 망정.
새벽에 기타로 서정적인 노래 몇곡을 했는데, 중간에 2곡정도 이렇게 뜬금없이? 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 정도로, 울컥할 정도로 이입했음.
1.10.목
금단현상에 아둥바둥 맞서싸운 하루.
저녁밥을 먹는데 담배생각이 너무 남.
따뜻한 모텔방을 잡고, 조용히 일기를 쓰고 사진을 붙이면서,
와인을 마시고 담배를 맘껏 피우고 싶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로망에 사로잡힘.
1.9.수
모두들 각자의 방법과 각자의 핑계로 자신의 열등감을 표출하기에 바쁘다.
나 또한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을 입술을 깨물며 버티는 중이다.
1.8.화
내가 왜 이렇게 살지? 막살까?
안된다고 하는 것들 다 하면서. 남들은 하는 거 다 하면서.
신념 사상 규칙 그런게 그렇게 중요한가?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고 내가 마음먹기 나름인데.
비가역성에 대해 생각하다.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비가역성이 기회비용을 늘리기 때문일지, 그냥 내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일지.
1.7.월 - 금연 7일차
고된 하루를 보내고.
그냥 동료들과 씩 웃으며 깊게 담배를 빨아들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임.
1.6.일
"얘가 갑자기 울더라구요. 가면서.
'네가 부러워'
'친구가 많아서 부러워'"
나는 그 기분이 뭔지 잘 알 수 있었다.
내 동료는 '얘'가 왜 울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슬픈 영화를 보는 관객의 기분처럼 괜히 마음이 울렁였지만,
다른 사람의 복잡한 관계 안에 해석을 내놓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서
그냥 문을 닫고 나가기로 했다.
1.5.토
진짜 추워서 못견딜 것 같을 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몸을 떨지도 말고 온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어보라던 군시절 모 선임의 말이 생각난다.
마음을 추스리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지만, 사실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만히 냅두고 싶다. 무표정으로 있고 싶다. 아무 생각없는 사람처럼. 고라파덕처럼.
5년전쯤에나 보았던 시골 산골짜기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 내가 정을 준 대상의 대부분은 날 떠났다, 는 생각. 그냥 그래온 것 같다는 사실의 적시.
00년대 콘크리트 건물 바닥을 보면 물청소를 하고 싶어진다. 군대에선 물청소가 얼마나 간편하고, 재밌고, 동시에 말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병장이 되어서도 생활관 물청소를 즐겨했다.
내가 정말 흐르는 물로 청소하고 싶은 곳이 있다. 콘센트와 전선이 여기저기 얽혀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여태까지 나는 그곳이 물청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쉽사리 물을 틀어보지 못했다. 어쩌면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모래바닥이었을 수도 있다. 물을 뿌리면 더 무거워지고 더 비워내기 힘들어지는 모래바닥.
어젯밤 잠들기 전엔, 두손을 머리에 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내 생각을 해주는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엽서를 써서 부쳤다.
1.4.금
그간 면접을 보며 너무 많이 포장을 해서, 나라는 사람이 원래는 어떤 사람인지, 진짜 성격은 무엇인지 잠깐 잊어버렸다.
1.3.화
오전OT 땐 굉장히 요란한 빈수레의 일장연설을 들었다. 너무 건방져서 귀를 막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은 자기절제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 그리고 처음으로 구보도 했다. 역시 나는 좀 뛰어야 기분이 풀린다.
정왕동형에게 수첩 좀 물어봐달라고 했다. 정말 천사다. 같이 푸쉬업 100개을 하고 단백질보충제 신타6를 추천받아 얻어먹었다. 쉐이커까지 빌려줬는데 스프링을 잃어버렸다. 멍청이.
법인세를 끝내고 주식기준보상에 들어왔다.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20분 정도 남은 강의를 마저 들었다.
1.2.월
중간에 잠깐 거대한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벤치에 앉아있을 때 좋았다.
노을질 때 트랙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잡한 시장바닥에서 보물찾기를 하던 중 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고, 나름 어색하지 않게 웃었다.
1.1.일.싸라기눈이 아주 살짝
'오늘도 무사히' 보냈음에 소소한 감사함이 느껴졌다. 소확행이 필요하다.
12.31.월
6시에 일어나니까 하루가 참 길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연법인세 부분을 잠깐 공부했다.
해가 바뀌는 것에 큰 감흥이 없어 22시에 일찍 누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구속이다. 구속을 통한 변화.
12.30.일
몇번이나 깸. 꿈을 많이 꿈.
잠을 설친 탓인지 피곤. 오전은 취침함. 코바가 사다준 비오레 선크림을 처음으로 발라봤는데 뭐 그냥저냥 양호.
11시쯤 일련의 무리들을 지나치며 멍렬의 마음을 다시금 이해했다.
오후엔 담배를 사서 핌. 막상 피우니까 1. 별거없고, 2. 계속 피우게 된다. 내일은 내 의지대로 되는 날일 것이다. 힘내자.
정왕동에 산다는 형과 같이 대화하며 저녁식사함. 정왕동형은 사람이 너무 좋다. 내가 딱 좋아하는 선한 A형 순둥이 스타일.
꽤나 긴 하루였던듯. 날짜를 하루 뒤로 착각할 정도로.
내가 정을 줬던 사람들은 내 생각 하기는 하고 있을까?
라는 바보같은 질문을 천장에 툭 던지고 멍하니 있다가는 이내,
하고 있을 리가 없지,
하며 잠시간 눈썹을 올린다.
나도 이제 하면 안되는데, 미련한 짓 하면 안되는데 돌아누우며,
시간이 다 해결해 줄테니까, 마음은 울렁여도 웃으면서, 자자. 무뎌지자.
12.29.토
첫 날.
컵라면 먹고 입교. 추움. 피복 수령.
리스를 복습하고, 법인세 첫부분을 듣다 잠깐 졸음.
나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더 높은 곳일까. 그곳에선 행복할까? 마음이 쓸쓸했다.
다들 누군가와 전화를 한다.
스스로부터의 행복과 다른 누군가로부터의 행복.
어쩌면 스스로부터의 행복은
땅속 아주 깊은 곳에 묻혀 있어서
오랫동안 깊게 파야만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성자:
jetu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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