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6일 일요일
이제 다시 나의 차례
언젠가 머물렀던 장소에 다시 가면
아주 먼 옛날 같으면서도
그때의 순간들이 조각처럼 꽂혔다 사라진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면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고,
변하고 싶었지만 변하지 못한 것도 있고,
변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변해버린 것도 있다.
다 한참 전의 일, 아주 어렸을 때의 일 같게만 느껴진다.
시간으로 지워 없애야 할 것이 있는 것처럼
시간으로 덮히고 무뎌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을텐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선 안 되는데.
그때 품었던 것을 잊어선 안 되는데.
언젠가부터 나는 의식적 모라토리움 상태에 있는 것 같다.
달라지기를 거부한 상태
행동력이 0에 수렴한 상태
최면에 빠져버린 상태
달리고 있지만 정체중인 상태, 이를테면 균제상태.
그냥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아도 그렇게 나쁠 것 없는 현실에
[둘러보니 다들 이렇게 살던데 뭐] 하는 핑계를 갖다붙히며
언젠가 가슴속에 품었던 것들을 두꺼운 후드티에 가려둔 채
부스스한 머리 죽은 생선같은 동공 시체같은 걸음으로.
언젠가부터 나는
가슴속의 불을 꺼뜨린 채로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며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질식당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
적당한 경계선을 슥슥 그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리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그 비좁은 공간을 스스로의 Comfort Zone 으로 규정하고
학습된 무기력 속에서
벗어날 의지를 상실한 채 -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
이건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다.
내 행복은 이런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어중이떠중이가 되고 싶지 않다.
가짜가 되고 싶지 않다.
눈가림은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안다.
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 달라지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지 모른다.
이미 온몸에 젖어든 관성을 뿌리뽑아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시작과 함께,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이 되는 연기를 해서라도
그동안의 나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면의 부드러움을 강제로라도 이식해보는 건 어떨까
독기를 품고 스스로를 몰아댔던 과거 대신
유연하고 낙관적인 마음가짐으로
다만 하루하루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을 향해 후회없을 노력을 하는
구체적이고 정량화된 목표에 하루하루 다가가는
그런 스물여덟의 해를 보내보는 것은.
작성자:
jetu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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