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5일 목요일

2021년 4월 상순의 옴니버스

 

4.15.목


0830 출근으로 시업시각 변경. 아침에 무척 힘들었다. 평일엔 반드시 7시간 이상 숙면을 지켜야겠다. 그래도 그건 있다. 압도적인 수면욕을 이겨내고 밖에 나왔을 때 느끼는 그 아침의 맛. 2호선이 너무 싫어서 처음으로 7호선을 타고 갔는데 여전히 붐비긴 하지만 2호선 닭장보다는 다소 낫다. 고터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잘하면 앉을 수도 있다. 어쩌면 사당-2호선 루트에 신물이 날대로 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나 날카로워져 있다. 일단 싸우면 아무리 내가 유리한 상황이더라도 생채기는 반드시 생겨. 극도로 피곤해서 예민한 거야. 면죄부도 주지 말되 자책도 하지 말기. 속으로만 생각하기. 


피로가 한계치까지 누적된 상태면 사실 뭘 해도 능률은 없고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게 될 공산이 크다. (123 789 사이 공강시간을 도서관에서 어정쩡하게 자지도 공부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 많이 느꼈음) 중요한 건 7시간 이상의 수면. 특히 평일 출근주엔 무조건 8시간 전엔 눕기. 운동할까 잘까 생각들면 열에 아홉은 잠을 택하는 게 맞다. 근데 자꾸 뭔가 아쉬워서(?) 운동을 택하게 된다. 요새 지하철역 계단을 오를 때 힙힌지를 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약한 정도의 강박으로 진화한 것 같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 알코올 농도인 상태와 비슷하게 된다고 했다. 멍한 상태에서.. 바싹 집중을 할 일이 있었는데 도저히 피로에 쩔어서 머리가 굴러가지가 않았다. 먹는둥 마는둥 밥을 대충 먹고 근처 내과에 가서 수액을 맞았다. 수액은 매번 마지막 벼랑 끝 상황에서 '아 맞다, 수액이 있었지' 생각이 나곤 한다. 그리고 확실히 돈값을 한다. 17년 신림동에서 1주일 반을 사라지지 않는 고열몸살감기에 거의 솜사탕인형처럼 다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갑자기 불현듯 떠올랐었다. 그게 나를 구해준 내 인생 첫번째 수액이다. 


수액을 맞으러 가는 길엔 마포-강남 버스때 기억이 스쳤다. 너무 피곤해 미칠 것 같지만 그래도 해야 할 당위성 있는 일 (=오전근무) 결과야 어쨌든 끝을 냈고, 아직 하루가 완전히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이제는 꿀맛 같은 휴식을 잠시 취할 수 있겠다 하는 심정이 매우 흡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링겔 꼽고, 브레이너 제이 수면명상 작게 들으면서, 그대로 따뜻한 이불 속에서 30분 정도 낮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일어나자마자 메모장에 적었던 원문: 컨디션 극적. 감사하는 마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나와서 햇볕까지 쬐니 기분이 리터럴리 180도로 좋아졌다. 동시에 아침에 카페에서 직원의 실수를 쏘아붙인 일이 마음에 걸렸다. 몸과 마음은 역시 연결되어 있다. 긍정적인 쪽으로만이 아니라, 이렇게 부정적인 쪽으로도. 


네이버 메인화면에 눈길을 끄는 기사. 사진을 '본인이 제공'한 스튜어디스의 커리어 전환기. 타인의 그런 '인스타류' 사진을 볼 때마다 참 다들 행복해보이려 애쓰는 것 같다는 감상이 많이 든다 - 물론 그들의 자유도 존중하므로 이런 의견을 실제 생활에서 대외적으로 공표하진 않는다. 행복하지 않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우울함과 절망감 가끔 엉망으로 망가지는 사건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비록 오래 걸리고 힘들어하지만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내가 마이웨이를 우직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에 대해 솔직하다. 내 인생에서 자부할 수 있는 몇가지 중 하나이다.  


수액의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라면 배가 빨리 고파진다는 것? 아마 신진대사가 촉진되어서이지 않을까 추측을 해본다. 15시쯤부터 몹시 배가 고팠는데 기가 막히게도 동기가 계속해서 갈비 얘기를 해서 아주 얄미웠다, 일방적으로. 과소비가 되어도 상관없다 근시안적 선택 일회성 소비 그딴거 오늘만큼은 모르겠다 하는 강력한 미필적 고의로 가득 차, 퇴근하자마자 수원갈비집으로 내려가 한점한점 음미하며 집어 넣으려 했으나(이때의 WTP는 20만원에 달했다) 이런저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선일목장에 가서 돼지갈비를 먹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양호한 품질과 가성비였다.  


TARGET DATE 를 명시적으로 설정했다.  
중간과제를 설정하는 것보다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
2021년 봄-여름은 말하자면 내 인생에서 주요한 세컨더리 도미넌트가 되어야 하겠다. 





















4.1.목



 
좋든 싫든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싫든 좋든 (미우나 고우나) 이게 내 일' 인 것. 
언제나처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일에 염증과 부담을 느끼다가
나가서 콜드브루를 사 마시고 기분이 좀 나아졌다. 





오랜만에 선바위.
따뜻한 날씨가 너무 좋고, 확연히 봄날씨로 바뀌는 4월을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매년 4월에 있었던 일들 좋았던 풍경들 그때 만난 사람들 하루하루의 분위기 모든 걸 대체로 기억하는 편인데, 풀타임 고용근로자였던 작년 4월엔 여기서부터 양재천 따라 시원하게 자출했던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내 인생에서 정말로 없었던 일로 될 것 같아 두렵다. 








4.2.금

- 회사에 나오는 건 힘들지만 (사실 제일 힘든 건 퇴근해서 돌아가는 길),
  회사에 나오면 확실히 덜 불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민주주의 사회이기도 하다

-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 선배가 없어진 자리, 나 혼자 모든걸 생각하고 진행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어느덧 나도 모르는 사이 익숙해졌구나.

- 운동.음악 < 하는 것이 조건없이 절대적으로 내 행복 증가에 직결되는 활동

- 자제력. 중요. 양대창은 가끔 먹어야 맛있는 것.




같은 팀 과장님이 점심밥에 도넛까지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신사옥에서 발견한 뉴 창.찐.석















4.3.토





나는 사실 목표를 잃었다. 휴일이 되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하릴없이 생각하는 것 외에 크게 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의심없는 꿈(목표).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말고 이루고 말고를 떠나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광교에서 했던 얘기, 메슬로우 욕구계층이론이라 하면 사실 어느 정도 맞다. 




'아구찜을 큰 고민없이 大자로 시켜먹을 수 있다면 어느정도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겠군' 이라 생각하며 고천동에 가 큰 고민없이 大자를 시켰지만 마음은 내리는 비처럼 추적했다. 






















4.4.일


-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내 인생에 주는 것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 주말 봄비가 오니.. 신림동 두가지 일이 생각난다.
  둘다 서울대. 하나는 피시방 하나는 전화.
  작아지지 말자고 했었는데. 

- 마주하고 맞서 싸워. 
  벽을 느끼고 무거워져도, 그 벽을 넘는데 집중해.
  더불어 "남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4.5.월


- 답이 "있는" 문제.
  그런 문제를 다루는 일을 해야 감정의 소모가 줄어들 것이다. 

- 누군가가 0000년 목표: 정착 이라고 쓴 것, 그 단어에 공감하다.

- progress is progress는 맞지만 big progress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 big progress 는 small one들의 합이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하오고개를 넘어 무작정 달리려고 했으나.. 업무전화를 받고 돌아왔다.


































4.6.화

-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굵직한 일. 거의 안되는 걸 되게 해야 하는 것, 서로 고압적으로 윽박지르며 분쟁하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큰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오늘의 일보다 더 부담이 되는 건 오늘의 일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한 "계속해서 이어져 가고 있는데 이번에 내가 반박해야 할 차례인" 큰 싸움. 

- 젊음에 대해. 신한은행 최종면접때 본 대한통운 3년차 직원이 생각났다. 기억이 맞다면 지금 내 나이보다 한살 어렸을 것이다. 앞으로 1~2년이 move 또는 turn 할 수 있는 사실상의 현실적 마지노선이 아닐까.

-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22시쯤 일을 마치고 운동을 할까 하다가 일찍 일어나기 위해 침대에 털썩 눕다. 오늘은 음악도 운동도 공부도 하지 않았다. 못한 걸까 안한 걸까. 오로지 노동만을 위해 소모된 하루. 내 인생엔 미수수익 10만원쯤 생긴 것 외엔 딱히 득된 게 없다.












4.7.수


- 참 듬직하고 믿음직한 사람. 그 사람과 업무하며 '사람의 이미지'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 빈칸으로 두지 말고 엑스를 치자
- 재채기 허리삐끗 (놀랍게도 사례 다수)
- 바깥 세상은 평화롭군. 항상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지만, 어떤 계기로든 한번 "놔버리고" 나면 시야가 트일 때가 있다. 

- 운동은 짧고 굵게 해도 효과 충분. 다만 '굵게' 해야겠지..

















4.8.목








하고 있던 모든 걸 중단하고 밖에 나와 단지 주변을 무작정 걸었다. 






















4.9.금



ㅇㅋ. 받아들일 것 인정. 
아무리 써도 현실인 것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확정. 이제부턴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더이상 괴로워하지 않기.

오늘. 모든 스트레스 유발인자 전부 끌어모아 마음정리하고 결 고르고 내 방향 설정.
아주 독하게 마음먹고 23시까지 몰아쳐서 일하다.
다시는. 다시는 노동에 끌려다니지 말자. 이깟 일. 내 인생 내 삶이 오천배는 더 중요해.  

그리고 면책. 완전히 면책. 
베이고 아픈 마음 소독.
깔끔하게 피 흘리고 이제부터는 백지를 열심히 채워보기. 














4.10.토


원래 흰머리를 달고 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유독 심해진 흰머리를 보며 나는 확실히 스트레스가 덜한 직무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하다. 최근 결론을 내린 나에게 있어 압박이 덜한 직무란 이 있는 일, 이 있는 일. 존재론적 고찰 외 스트레스를 최소화. 해야 할 텐데. 하고 싶은데. 


내가 과거에 되고 싶었던 것, 갖고 싶었던 것 (반대로 결핍되어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해. You need to find what you wanted to be. 


런닝하면서 공상하는 주제들 ㅡ 현실이 아닌 생각이잖아, 별로 바람직하지 않아, 하고 스스로를 나무라려다가. 그게 내가 건전하게 스트레스 푸는 아주 좋은 방식인데. 전혀 나무랄 게 아니다. 하지만 지난 일, 지난 일. 지난 일은 정말 그만. 생각하지 말라는 게 아님.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음. 다만 자기객관화 시켜 관조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라는 것이지.


팡플에서 12% 정도의 수익률, 20만원 정도를 실현하고 최근 상장된 미국반도체 ETF로 환승했다. (@27,445)












4.11.일



평촌중앙공원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느꼈다. 
일부러 딱 그때처럼 입고 나왔다. 
나와 보니까, 떨어져 보니까 요즘 새로이 정의한 초심이란 것에 다가간 느낌이다. 


정답은 어느 쪽에도 있지 않다. 둘 다 아니다. 
정답은 그 중간에 있다. 여태껏 나는 inact 했으나 사고실험만 했던 것은 아니다. 
소거도 했고 구체화도 했다. 현실도 알았고 타협도 했다. 
그 중간의 어떤 지점을 짚을 것인가.



스케일, 운동, 독서····
그 순간에 몰입하게 해주는,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하고 쉽지만은 않은, 그런 반복적인 일에만 심취하고 싶다. 몇달이 됐건 내 마음 편해질 때까지.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 백운호수 풍경이 지겨워졌음을 느꼈다. 






















4.12.월

늦게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게 4시였으니 3시간 가량밖에 자지 못했다. 절망적인 피곤함(어쩔 수 없이 노동을 해야 한다는)은 아니었다. 오히려 금새 머리가 맑아지고 담담해졌다. 어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을 해봤었던 덕분일 테다. 떨어져보는 게 머리를 맑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피터팬컴플렉스 너는 나에게 멜로디가 맴돌았다.
노래를 들으며 - 지난 날은 분명 힘들었다. 이 또한 분명 어제 그때에 대한 생각에 깊이 잠겼어서 그랬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때. 아무도 없었던 때. 종합적으로 보면, 분명 2021년 4월 지금은 과거 5년 어느때보다 안정을 갖추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통근길엔 책을 읽었다. 숫자로 경영하라. 2010년 논술 시간에 선생님이 읽어보라고 해서 산 것 같은데. 그때 정말 한글자도 와닿지가 않아서 20초 정도 보다가 덮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젯밤에 꽂혀져 있는 책들을 슥 보다가, 보나마나 또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투성이겠지 하고 펼쳐봤는데 거진 다 아는 개념 읽으면 슥슥 읽히는 내용. '솔직히 n년 전보다 까먹으면 까먹었지 지식의 측면에선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해도 알게 모르게 많은 지식을 직간접적으로 누적해가고 있는 것이다. 


오후 근무 중엔, 일이 많았음에도 정말 지겹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겹다는 느낌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닐 때 받는다. 목적함수의 불일치. 해결책도 배웠었다. 유인구조의 설계. 학부 때 당시에는 거시와 국경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살아볼 수록 게임이론과 미시경제학을ㅡ그 프레임워크를ㅡ대학에서 배우고 공부했던 것이 내 인생에서 최고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우세하다. 


평촌 돈부리모노. 추억의 맛.
지금 내 손목의 향도 언젠가의 추억이 되겠지.





*애착의 미묘함
닷 버려 레스폴 줄게 (싫어)
데임 버려 레스폴 줄게 (너무 고마워)
내손동 기억버려 (싫어)
안산 기억 버려 (제발 가져가)













4.13.화


어제 그렇게 낑겨갔던 4호선. 중간쯤에 타니 의외로 쾌적했다. 하지만 2호선은 뭐 어쩔 도리가 없다. 아침에 서둘러 준비한 후 조금이라도 근력운동을 하고 나오니 기분도 컨디션도 한결 좋았다. 나올 때까지만 해도 흐렸는데 와보니 쾌청한 날씨. 올해 처음으로 긴팔티셔츠에 마이만 걸쳤다. 



몇달전 내가 맡았던 것과 똑같은 메스꺼운 사건을 어제오늘간 처리한 동료와 이야기하며, 그 구조적 조가틈에 대해, 꾹꾹 눌러담아 독한 술로 휘발시키되, 더 이상 참고 있지만은 말고 next step 을 준비해야 하겠다 얘기했다. 


떡갈비와 전주비빔밥을 먹고 "떨어져 나와" 걸으며 꽃샘추위 찬바람을 쐬며 걸었다. 지금 나는 위험하리만큼 지나치게 무거워지고 있다. 이곳을 나오면 아무 것도 아닐텐데. 그 일도 그 사람도.











2월달에 철저히 검증했지만 나는 역시 뼈속까지 확실히 INTP. 
다만 직무를 고를 땐 INTP 인 점 외에도 '스트레스 회피 정도' 같은 나의 특성, '의미' 같은 직무의 특성을 고려해서 선택을 해야겠지. 어쩌면 그 MBTI 외적인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할 수 있지.



오전 그 순간부터 오늘을 독한 술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화요 수잔을 들이키며 뜨거웠던 속을 식혔다. 

아무래도 요즘은 물리적인 + 새출발 을 하고 싶은가 보다. 마음 같아선 서울에 자취방을 구할까도 싶다. 새 페르소나와 세 부대, 모두가 필요하다. 


- top riffs를 들으며 베이스도 언젠가 쳐보고 싶어졌다.
-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 향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향에 예민 - 이따금씩 찾아오는 후각이 다른 감각을 dominant 해버리는 경험)
- '손 필요하면 내밀겠음' ㅋㅋ 어감이 재밌었다



두달가량 물려있었던 삼성물산. (여기 사람 살아요~)
코스피 훈풍을 타는가 싶더니 오늘 기적적으로 매입단가를 넘어서 본전치기 탈출했다. 이제 이재용씨의 가석방에 대해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도록 하자. 

※ 관련하여 또 한번 T의 재치있지만 한편으론 깊게 의미있었던 말이 떠올랐다.
    무의미함과 압박감에 지칠대로 지친 언젠가의 나: "내 인생 코스피.. 떡락중.." 
     T: " 지금 딱 리밸런싱 가즈아"










4.14.수






오늘 날씨는 가을 날씨에 가깝다. 
딱 지금과 같은 하늘, 지금과 같이 바람부는 날씨의 기분을 신촌에서 느껴본 적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다시금 느낀다. 


별도의 특수한 계기나 다짐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쿨해지는 것 같다. 당당하고 또렷하게 이야기했다면, 그게 딱히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체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체면이란 것이 불필요한 허위의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실제로 체면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행동해왔지만, 오늘 성수동에서 느끼는 건 그럼에도 어느정도 체면을 차리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다름에 대해. 화단에 만개한 꽃을 자주 접한다. 노란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속 나만 파란옷을 입고 있다면, 나는 파란색에 노랑을 섞기보다 파란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집단으로 옮겨가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다름 자체는 옳고 그르다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조화의 문제일 뿐이다. 말그대로 같고 다르다의 문제다.




누군가와 '일상이 아닌' 시간을 보내는 일. 이는 때로는 (일부는 내가 주선했음에도) 숙제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그것은 내 상황과 생각의 위치/수용성을 타인에게 true false 검증를 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남을 끝날 때 쯤부터 느껴지는 '돌아서면 내 인생' 모멘트. 

보통인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감정과 시간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일이 아닐까.
 ① 누군가가 없었어도 내가 해야 하는 일 - 식사 직장 수면, 
 ② 누군가가 없었어도 그 특수한 시기에라면 내가 했었을 일 (비정형적인 일이지만 그 특수한 시기와 맞물려 항상선택이 되었을 일) - 운동 여행 꼴데직관 

말인즉슨 그 누군가(들)만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물론 pros도 있지만 분명 무형적인 cons도 생기는 게 경험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이다. 한줄요약하면 "하는 김에 같이 해야" 감정리스크 헷지가 가능할 것 같다. 

또 이는 전반적으로 단기벼락치기 선호, 한가지 목표에 올인하지 않고 최소 한두개 이상의 플랜비(보험) 설정하여 분산하는 내 성향과도 상관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전력을 기울인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서, 지금껏 나는 전력을 기울인 적 인생을 배팅했던 적이 없다.



나아가 요새 느끼는 '돌아서면 내 인생' 2정리 - '쓰고나면 끝'. 일회성인 것들에 대한 소비. 특히 비싼 음식을 사 먹을 때 많이 느낀다. 이 효용은 일시적일텐데, 결국 머지않아 사라져 없어질텐데. (*게다가 그런 것들은 대부분 영양학적으로 딱히 권장되지 않는 메뉴들인지라 식단에 대한 죄책감은 덤이다)

따라서 반영구적인 자산 구입에 대한 소비 - 의 비중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쪽으로 지출구조를 형성해야겠다. 악기, 컴퓨터, 책상. 실제로도 진작 샀어야 돼 하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차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 월세에 비해서는 자산성을 띠지만 자가에 비해서는 회수불가능한 소비성을 띤다. 사실 서울 자취를 계속 선택하고 있지 않은 건 이런 생각이 기저에 다소 깔려 있다.)


나는 몇몇의 팀동료를 무척 아낀다. "돌아서면 내 인생"인 것을 심층적으로 깨닫게 되었음에도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이런 동료들과 함께라면 이런 일도 그래 못할 건 없어. 언젠가 떠나게 되는 날, 같이 일할 때 내가 그 사람들을 굉장히 아꼈다는 사실이 그 사람들에게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분명 마음에 걸릴 것이다. 나는 공개적이고 외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지금도 그때도 내색은 할 수 없겠지만. 





"이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이란 것에 대해.
[안되는 걸 되게 할 순 없지만 잘 안되는 걸 되게 할 수는 있다]는 게 여기에 속하겠지. 계속기업의 가정 하 항구적인 게임의 시행횟수, 경영자/간부의 목적함수와 직원/실무담당자의 목적함수, (초)단기적 이윤극대화와 장기적 이윤극대화, 기브 앤 테이크.



중복수식임을/비문임을/과한 문장부호임을/잘못된 높임법임을 알고 있지만 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할 때. 




분위기마저 좋지 않다. 숨이 조인다. 모두가 되도록이면 하하호호 살 순 없는 걸까?

피곤했지만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고 싶어 뛰었다. 
나는 외롭지 않으니까, 감정이 표백되어 가고 있으니까, 나만 빼고 세상이 전부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가고 싶다. 

단절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안식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식월을 가지고 싶다. 절대 불가능하지만. 
'필요할 때 임시적으로 단절될 수 있는' 일을 선택할까?

계속해서 드는 마음. 
차곡차곡 방해없이 쌓고 싶고, 새로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