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후에는 매운 짬뽕으로 메뉴를 바꿔서 가끔씩 즐겨왔었다. 안산에는 짬뽕맛집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인덕원으로 이사온 뒤에는 도통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일반짱깨집 배달짬뽕은 너무 맛이 없고, 유명한 가게를 가자니 너무 멀고 포장은 또 안해준대고. 그렇게 몇번 안먹다보니 자연히 내가 그런 취미가 있었다는 것도 까먹고 지냈다.
그러다 어제! 새벽에 공부를 하다 출출해서 컵라면을 사러 편의점에 들르다가 운명처럼 불닭볶음면을 다시 마주쳤다. 이게 과장이 아니라 진짜 살짝 영화같았다니까. 그 막 어른이 된 주인공이 지하철역을 정신없이 걷다가 초딩 첫사랑을 발견하고 어??하고 돌아보는 장면의 편의점 버전이었다.ㅋㅋㅋㅋ드립이 과한건 캡사이신 섭취로 인한 도파민 때문이니 양해바람.
그렇게 짬뽕보단 가볍고 간편하게 일탈을 할 수 있는 불닭홀릭이 되어 요즘엔 거의 1일 1불닭을 하고 있다. 소스1봉을 면에다만 다 푸는 건 도저히 내가 못버티겠어서 3일차부턴 토핑(?)을 이용해 소스가 접촉하는 표면적을 증가시켜 한 젓가락당 섭취하는 캡사이신의 양을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저 사진은 첫 토핑이라 왠지 좀 있어보이게 찍고 싶어서 김가루랑 참깨를 섞기 전에 찍었는데 찍고나서 아무 생각없이 가운데 부분을 집어서 한입에 저 김가루뭉치를 다 먹어버렸다.ㅋㅋㅋㅋㅋ
4일차엔 감자를 넣어 먹었고(표면적 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숨질뻔함 리얼로)
5일차엔 전날의 교훈을 반면교사삼아 과감히 4L분량의 방화수를 준비하고
토핑을 잔뜩 넣어 표면적을 확실히 분산시키려 해봤는데
10분 걸려 삶은 계란껍질을 깔 때 또 또 또 아무생각없이 날계란 깨듯이 지나친 세기로 퍽 쳐버린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지각과 맨틀, 외핵을 들어내야 했다. ㅠ ㅠ
(영원한건! 절대없어!)
먹으면서는 아는형님 재방송을 봤는데 진짜 이거때문에 사래들려서 죽을뻔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수근은 진짴ㅋㅋㅋㅋㅋ
그리고 런닝맨도 우연히 봤는데 저거 하하표정 진짜 리얼로 슬픈 표정이라 또 한번 죽을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러고 한 4초 있었는데 야 진짜 삶의 고뇌가 다 담겨있음ㅋㅋㅋㅋㅋㅋ옛날에 유치하기만 하던 그 런닝맨이 아니다. 전소민하고 양세찬 들어온 다음화부터는 공중파 주말예능 중에 제일 재밌는 듯. 그리고 오래된 전통(작년 이맘때쯤의 짬뽕썰 참조)을 보전하기 위해 오랜만에 허언증갤러리에 가서 개념글을 둘러보다가
(이새끼 허언이네)
(제가 짱구를 실수로 밀대로 밀어버렸는데 일단 빨아서 말리는 중입니다)
(댓글: 못말릴텐데)
(누굴 바보로 아나;;;)
(댓글: 한개주세요)
이정도 보고 한참 낄낄 웃었다.ㅋㅋㅋㅋㅋ매운걸 먹고 보면 별거아닌 유머에도 폭소할 수 있어서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허언증갤러리 전통은 앞으로도 쭉 이어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