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버거킹에서 간단히 아침밥을 사서 나오는데 문득 오랜만에 경희대를 거쳐서 학교에 가고 싶어졌다. 1교시가 시청각건물 수업이기도 했고. 이렇게 가끔씩 새로운 걸 과감히 해야 설레고 들뜬다.
엎어지면 코닿는 거리에 있는 우리의 좋은 이웃 경희대. [매년 외대의 신입생은 등교 첫날 외대앞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경희대 평화의전당을 보고 '저 웅장한 곳이 외대구나...'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평화의전당을 향해 걸어오다 문득 작은 언덕을 지나는데 알고보니 그 언덕이 외대였다]는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사실 경희대는 (종합대학답게) 사람이 너무 많아 평소에는 가기가 많이 꺼려진다. 난 왜 그렇게 북적이는게 싫은지 원. 사실 이유는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완전 다른 얘기를 깊게 해야하니 언젠가 후술. 이렇게 한적하니 얼마나 좋던지. 1학년땐 선배들 손잡고 맛있는거 먹으러 많이 왔었는데.
음 전날에 비가 왔던걸로 기억하는데 잔디에 물을 준다. 잔디를 벌크업 시키려나 보다.
작년에 학식먹으러 몇번 왔을때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났다. 난 그때보단 조용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여기는 1학년때부터 몇번이고 캔맥주를 들고 왔던 곳이다. 이런 널찍하고 계단식 광장이 참 좋다. 잊고있던 광운대, 국민대, 교대의 그곳들도 한번씩 기억을 해봤다.
경희대를 빠져나올 때쯤, "이런게" 나랑 어울리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난 사람이 없는 곳에선 혼자인게 더 좋다. 내가 쓰는 '혼자'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단 그 장소에 내가 혼자인 게 좋다는 의미. 맞아. 거짓말을 할 순 없으니까.
요즘은 와인을 마신다. 밖에서 와인을 곁들일 만한 음식을 먹는 일은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니까 생략하고, 그냥 자기 전에 스탠드만 켜놓고 한잔 홀짝하는게 좋다(두잔 홀짝하면 더 좋긴하다). 소주는 너무 쓰고 맥주는 너무 더부룩하고...
복학학기에는 친한 동기 무려 3명이 교내 와인동아리에 같이 들어가자고 꼬드긴 적이 있었다. 술김에 같이 지원서를 냈지만 학점에 미친 복학생이었던 난 다음날 술깨고 바로 취소했었지. 만약 그때 같이 들어갔었으면 지금에서야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아마 점을 이었다며 스티브 잡스를 열렬히 찬양하고 있지 않았을까.
추석때는 견과류에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실컷 몰아봤다. 특히 녹터널 애니멀즈의 잔상은 정말 진했다. 이불 속이 어찌나 아늑하던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불 이불 하는지 알것 같더라니까. 딱 귀여운 시츄 한마리(알다시피 이름은 로미로 내정)만 있었으면 난 10일내내 집밖에 나가지 않았을거야... 그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