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3일 월요일

매주 일요일이 그렇지만 잠을 제대로 못자고 아침부터 부랴부랴 나와서 너무 피곤했다. 이래서 쉬는날 잠을 몰아자는게 좋지 않다. 나라고 모르는게 아니었지만 수면욕은 너무 강력한 본능이라 알람이 울리고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 그 몽롱한 무의식 중에 수면욕과 싸워 이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반쯤 감긴 눈으로 화장실 거울 앞에 멍하니 있노라면 도대체 군생활 21개월 하루하루 피곤해서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해진다.

학교 통학할 때 특히 그랬는데 어떤 일정이 있는날 늦잠을 자거나 해서 일단 평소보다 늦었을때. 굉장히 촉박하게 준비를 해서 뛰어가던 택시를 타건 어쨌던간에 그렇게 해서라도 한번 제시간까지 가고 나면 다음 일정 땐 알람이 울릴때 저번에 일어났던 그 시간까진 자도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꼭 3분 늦어서 출결점수 한번 까인다음에야 후회하지. 3분만 빨리 일어날걸 하고.

다음주 일요일엔 건강이 썩어가는걸 느끼면서도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해야만 할 때의 꺼림직한 기분을 느끼지 말자. 난 카페인이 몸에 너무 잘 받아서 각성효과가 강하게 오래 간다. 살짝 뜬 기분이 돼서 평소라면 안했을 말도 하고 그런다. 고등학교 나이때는 단순히 커피가 안졸리게 해준다고만 알아서 카페인에 취해 밖에서 감정을 막 쏟아내고 집에 돌아와 자기전에 생각해보면 어리둥절할때가 많았다. ...내가 진짜 그랬다고? 알코올과의 시너지효과는 더 대박이다. 신입생 때 바에서 예거밤만 동틀때까지 마신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그렇게 개가 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또 반대로 각성효과가 훅 없어지고 나면 정말 공허하고 무기력하다. 에너지를 땡겨쓰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참 싫어서 웬만하면 커피를 안마시는데 요즘은 내 의지만으론 버티기 힘들게 피곤해서. 시간에 끌려다니기보다 빨리 내가 시간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고 싶다.


얘기가 엄청 샜다. 오늘은 피곤하고 예민해서 딱 내가 해야될 것에만 최소한으로 에너지를 써서 집중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다시 반대로 탔더니 역을 지나서 내리고, 실내에서 우산피고 걷고(심지어 강남역), 화룡점정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두정거장 남기고 졸아 종착역까지 가는 등 바보짓의 향연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택시에 우산을 두고 내리자 화도 나질 않아 그냥 비를 맞으며 실성한듯 한참 웃었다. 아니 어떻게 밖에 비가오는데 우산을 두고 내리지ㅋㅋㅋㅋㅋ